바닷물 섞어 폐유 둔갑시키는 일명 ‘물짜기’수법 철퇴

적발된 해상 벙커C유, 황분…법 기준 약 10배 이상 함유

한국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이 고유황 해상 면세유(벙커C유)를 저장해둔 지하 저장탱크에서 시험분석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외국 선박에 공급되는 해상면세유에 바닷물을 섞어 불법유통시키는 일명 ‘물짜기’를 통해 180억원대 해상 벙커C유를 육지로 불법 유통시킨 조직이 적발됐다.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손주석)과 해양경찰청은 5일 대기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고유황 해상 면세유 약 180억원 상당을 불법유통시켜 섬유공장이나 화훼단지 등에 판매해온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조직은 부산항, 여수항, 인천항 등에서 외국항행선박에서 불법 구매한 해상 면세유를 대형 선박의 기름 탱크를 청소하고 폐유를 수거하는 유창청소업체의 배를 이용해 면세유를 불법으로 빼돌렸다.

이후 보세창고를 빠져나와 육상 판매딜러에게 넘길 때는 폐기물수거차로 가장한 탱크로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의심을 피해왔다.

해경은 외국항행선박에서 불법 구매해 면세유를 불법유통한 총책 이모씨(43)와 육상 보관 판매책 김모씨(57)등 25명을 장물죄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 이씨 등은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부산항, 여수항, 인천항 등에서 폐유를 수거하는 유창선박을 이용해 면세유를 빼돌려 전국 섬유공장과 화훼단지 등에 보일러 연료로 약 180억원(총 2800만ℓ) 상당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빼돌려진 벙커C유는 육상용 저유황 벙커C유(평균 700원/L) 보다 1/3 저렴한 가격으로 전국 섬유공장과 화훼단지 등에 보일러연료로 유통됐다.

특히 이들은 기름과 물이 혼합되더라도 비중차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리되는 점을 악용해 선박이나 수집운반차량에 바닷물 혼합장치를 설치해 놓고 검사 시 바닷물을 섞어 폐유로 둔갑시키는 등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해경에 따르면 바닷물을 섞은 면세유는 비밀창고로 이송해 분리작업(일명 '물짜기')을 거쳐 판매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간 판매책 김모씨(41)는 도심가에 비밀유류 창고를 임대해 놓고 안전관리자를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세유에 다른 석유류를 섞은 뒤 불이 잘 붙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꽃점화실험까지 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또한 이들은 조직 보호를 위해 면세유 수집부터, 보관, 운송, 판매까지 각 업무를 철저히 분업화해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불법 유통시킨 해상 면세유인 벙커C유는 육상에서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고유황 유류로 시험결과 황 함유량이 최고 2.9%로 기준치(서울 등 0.3% 이하, 세종시 등 0.5% 이하)보다 약 10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 함유량이 높은 해상 벙커C유를 보일러 연료 등으로 사용할 경우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을 다량 배출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석유관리원 손주석 이사장은 “석유 불법유통은 세금탈루의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단속권한 유무를 따지지 않고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석유제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