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환경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청와대와 환경부가 산하 기관 임원들의 잔여 임기를 파악하고 표적 감사하며 사퇴를 종용하기 위해 이른 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공기관 인사 방향을 협의하고 감독하기 위한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작성된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이 조사에 나섰으니 해당 문서가 블랙리스트인지 체크리스트인지에 대한 판단을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문서(文書)’는 ‘문서’일 뿐이다.

굳이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정권이 바뀌고 논공행상의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많은 공공기관의 임원 자리에 불합리한 압력이 행사됐다면 그것이 밝혀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권 교체 이후 어김없이 강행된 이른 바 낙하산 인사가 실제로 이뤄졌느냐가 핵심인데 불행하게도 현 정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과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부처중 가장 많은 산하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국회 장병완 의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2월 기준으로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 중 20곳의 기관장이, 118명의 임원중 54명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됐는데 새로 임명되지 못하는 등 인사 공백이 심각하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20 곳 중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은 15곳에 달했다.

이로 인한 해당 기관의 행정 공백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었지만 더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임기가 남아 있던 기관장들의 자진 사퇴가 줄을 이었다는 점이었다.

에너지 공기업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전력의 조환익 사장은 임기 2개월을 남기고 사퇴했고 남동발전 장재원 사장, 남부발전 윤종근 사장, 서부발전 정하황 사장, 중부발전 정창길 사장 등도 1년 넘는 잔여 임기를 뒤로 하고 사직했다.

가스공사 이승훈 사장과 석유공사 김정래 사장,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황진택 원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공공기관장의 대부분을 외부 인사가 점령하는 관행과 달리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인사가 기관장으로 승진 임명되며 주목을 받았던 한전KPS 정의헌 사장이나 한국석유관리원 신성철 이사장도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옷을 벗었다.

한전을 비롯한 일부 대형 공기업의 경우 현 정부가 지향하는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해 코드가 맞는 인사로 교체할 명분이 있었다 치더라도 임직원 수가 수백여명에 불과하고 지극히 전문 영역을 담당하는 소규모 조직의 기관장까지 줄줄이 옷을 벗는 과정은 상식적이지 못했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권력의 논공행상(論功行賞)’ 희생양이 되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뒤따랐고 이중 적지 않은 기관은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은 현 정권 관련 인사들로 채워졌다.

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새로운 정권에서 스스로가 구태로 지적했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지 못하고 제 식구 챙기기에 매몰되고 있다면 무엇이 새로운 가치이고 어떤 것이 구태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환경부가 작성했다는 공공기관 인사 관련 문서가 블랙리스트인지 체크리스트인지를 밝혀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 교체 때 마다 반복됐던 수많은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감시하고 고리를 끊어내려는 사회적 의지와 행동이 더 중요하다.

블랙리스트이든 체크리스트이든 문서는 감추고 들키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권력을 잡은 정권 마다 낙하산 인사 구태를 버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드러내어 행동하는 당당함 앞에 블랙리스크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