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 미달 적발 주유소 CCTV에 검사원 주유기 제어 장면 담겨
검사원 수신호 맞춰 검량 용기에 시료 담던 주유기 작동 멈춰
검량 중간에 주유기 작동 등 멈추면 토출량 왜곡 현상 발생
검사 신뢰 오류 발생 가능성 제기, 국표원·KTC는 프리셋 기준 적용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이 이동식 주유기의 정량 주유 여부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공개됐다.

당초 석유관리원측은 정량 검사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주유소 업계의 문제 제기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한 바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북 김제시 소재 주유소 두 곳은 최근 석유관리원이 실시한 이동식 주유기 정량(定量) 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된 것과 관련해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사를 요구중이다.(본 보 2월 18일자  ‘계량 기준 어긋난 석유관리원 홈로리 정량 검사, 시비 일어’ 참조)

석유관리원이 석유 이동 판매 차량인 홈로리 주유기의 정량 주유 여부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계량법 등에 명시된 시료 채취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그 결과 정량 미달로 판정되며 행정처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이들 주유소의 주장이다.

해당 주유소에 따르면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은 정량 검사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유기 작동을 멈추는 등 계량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실제로 정량 미달로 적발된 주유소에서 본 지에 제공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따르면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은 수신호에 맞춰 주유기 작동을 인위적으로 멈춘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이 담겨 있다.

2인 1조로 이뤄지는 정량 검사 과정에서 석유관리원의 한 검사원은 동료 검사원의 손가락 수신호에 맞춰 이동식 주유기의 건을 인위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동영상 참조)

지난 1월 25일 오전 10시경 김제 소재 한 주유소에서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이 이동식 주유기 정량검사를 실시하면서 수신호에 맞춰 주유기 작동을 인위적으로 멈춘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사진:주유소 CCTV 화면 캡쳐)

2개의 분할 화면을 동시에 재생하며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왼쪽 화면에는 검량 용기를 앞에 두고 주유건으로 시료를 채집하는 석유관리원 검사원의 모습이 담겨 있고 오른쪽 화면에는 홈로리 후면 이동식 주유기 앞에 서 있는 다른 검사원이 보인다.

오른쪽 화면 속 검사원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마지막 새끼 손가락이 접어지자 검량 용기에 시료를 담던 다른 검사원은 주유기 작동을 멈추고 시료 채취를 마무리한다.

이 행동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주유기의 석유 토출 과정에서 작동을 멈추는 등의 인위적인 개입이 이뤄지면 토출량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측은 주유기의 인위적인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제를 제기한) 해당 주유소 직원이 이동식 주유기에 100리터를 세팅했고 중간에 끊김없이 검량을 마쳐 검사방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이동식 주유기의 재검정 유효기간이 지나 부품 노후화 등에 따른 정량 미달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량 미달로 단속된 주유소에서 제시한 CCTV속 동영상 속 모습과 다른 증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이동식 주유기 검량 불신, 오래전부터 제기

이동식 주유기에 대한 석유관리원 검량 방식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석유관리원 단속원들이 손으로 주유기를 작동해 검량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 억울하게 정량 미달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주유소 업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주유기의 기계적 정확도를 판정하는 주유기 법정 검정 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에서 정량 주유를 공인 받았는데 석유관리원 단속에서는 정량 미달로 판정되고 있다는 주장이 그 근거로 제기됐다.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16년 11월경에 석유 유통 사업자 단체를 포함해 석유관리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주유기 제작 업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이동식 주유기 검량 방식의 신뢰도 향상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이동식 주유기 검량 과정에서 검사원이 손으로 주유기를 작동하는 것이 결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고 ‘프리셋(Preset)’ 기준 적용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리셋 방식이란 주유기에 희망 주유량을 기계적으로 미리 셋팅하는 방식으로 일반 운전자들이 셀프 주유소에서 직접 기름을 구매할 때 적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액체용 계량기 기술기준’에 따라 주유기 검정 오차 발생 여부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프리셋 기준을 사용중이다.

주유기 검량 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측은 ‘주유기를 인위적으로 작동해 갑작스럽게 주유를 멈추면 주유 호스 안의 기름이 토출되지 않고 남아 유량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검량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유기를 제어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석유관리원의 이동식 주유기 정량 검사 과정의 신뢰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석유사업법 운용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행정적으로 검사 결과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주유소가 제공한 영상이 어떤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석유관리원의 검사 방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어떠한 경우에도 석유관리원 검사결과에 대해 재검사는 실시될 수 없으며 다만 검사 결과가 지자체에 통보가 된 후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해당 주유소에서 취소 소송 등을 통해 검사방법이 잘못 되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해 평균 많게는 200곳이 넘는 석유 판매 사업자가 이동식 주유기 검량 단속에서 정량 미달로 적발돼 처분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석유관리원의 이동식 주유기 검량 방식이 결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행정력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과거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의 불복 등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본 지는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의 정량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김제 소재 모 주유소의 CCTV 영상을 주무부처인 산업부 석유산업과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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