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

[지앤이타임즈 :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이베이, 이케아, DNP, dentsu, Aegis, 아마존, 월마트, interface, Burberry, Danske Bank, Autodesk, Swiss Re, UBS, Marks & Spencer, Vestas,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평소 환경이나 기후변화 또는 재생에너지에 관심 있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RE 100’을 선언하고 실천하는 대표적 기업들이다.

RE 100은 영어로 재생 에너지를 뜻하는 리뉴어블 에너지(Renewable Energy)와 100 퍼센트를 합친 말로 각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2014년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기후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시작한 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15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점차 인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IT, 금융, 자동차, 유통, 패션, 식품, 가구, 소프트웨어 등 참여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발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선언을 하고 모든 사업장과 사무실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며, 재생에너지 목표량도 매년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 단체에 보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불편을 무릅쓰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업들이 굳이 돈을 들여서 RE 100에 참여하는 까닭은 따로 있다.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경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국제 신용평가사나 투자자들이 기업 경쟁력을 평가할 때 기후 변화 대응 지표를 넣고 있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 및 글로벌 이미지 등을 결정하는 국제무역규범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미진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해외 거래 중단 및 글로벌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어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EU가 2030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든 제품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수입을 불허하는 조치에 대해 연구하는 등 이러한 위협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석유나 석탄에 비해 재생에너지는 가격이 일정하고 또 하향 추세이기에 안정적인 기업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RE 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RE 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전무한 실정이다.

기업들의 RE 100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까닭도 있겠지만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이유가 크다.

한전이 중앙집중식으로 전력을 배분하는 획일적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민 누구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판매할 수 있는 분산 전원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전력거래제도를 활성화하고 누구든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프로슈머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자기 기업을 위해 쓰더라도 매전보다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가격체계를 보완하고, 기업이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력을 선별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력의 수요와 공급, 유통과 판매에 있어 4차산업시대에 걸맞는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RE 100에 동참하는 우리 기업도 생기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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