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국제 유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번 달 발간된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연간 원유생산이 지난해보다 하루 160만 배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셰일 유정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액(NGL)을 합하면 전년 대비 증가분은 하루 200만 배럴에 달한다.

2010년대 후반 셰일오일 붐이 일어난 이후 가장 큰 폭의 연간 증가다.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하루 약 14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국의 생산 증가분만으로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최근의 국제 유가 급락은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유예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해소된 데 기인한 바 크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급증에 따른 공급 과잉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세계 석유수급 상황에서는 당연히 석유수입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로부터 구매하는 원유의 양이 축소된다.

그러므로 OPEC은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유가를 지탱하거나 유가 하락을 허용하고 생산량을 지탱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OPEC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시장에서 셰일오일을 축출하기 위해 공급 과잉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산을 확대했었다.

그런데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셰일오일이 OPEC의 당초 예상보다 저유가에 잘 견디면서 OPEC 산유국들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세계 석유시장 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즉 생산량 조절을 통해 가격에 영향을 주는 OPEC의 석유시장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OPEC 국가들의 원유생산 비용은 여타 산유 지역에 비해 낮다.

그러므로 저유가 시기에는 OPEC 국가들의 원유 공급이 확대되고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셰일오일 등 비전통원유의 공급은 위축된다.

하지만 가격 수준이 비전통원유의 손익분기가격을 넘어서면 OPEC의 석유시장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셰일오일의 생산 비용이 기술진보에 따라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그 영향력은 더 약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PEC은 여전히 석유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레이어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셰일오일이 생산조절 기능을 담당하면서 OPEC을 대치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OPEC과는 달리 셰일오일은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을 보유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공급을 직접 통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즉 OPEC은 일정 규모의 여유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생산을 조절하지만 셰일오일은 가격 변화에 따라 생산이 신축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또 OPEC은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공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셰일오일은 소규모 기업들의 개별적인 의사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OPEC은 전통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셰일오일은 최근의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격이 상승할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여튼 OPEC은 셰일오일 생산의 급증에 직면해 또다시 양자택일의 고통스런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런데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다행스런 것은 미국의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로 이란의 원유생산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OPEC 3대 생산국인 이란의 원유생산 감소가 여타 OPEC 산유국들에게는 증산 기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생산량 증대를 꾀하는 국가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로 가려져 있지만 석유시장에서 셰일오일과 OPEC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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