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숭실대 경제학과 온기운 교수

최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IPCC(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 보고서는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이미 1℃ 상승했으며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2030~52년 사이에 1.5℃ 상승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산호초의 대부분이 소멸하고 동식물의 생식력이 크게 약화되는 등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에 CO2(이산화틴소) 배출량을 엄격하게 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온상승을 1.5℃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세계의 CO2 연간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삭감하고, 2050년까지는 CO2 배출과 흡수가 서로 완전히 상쇄되는 순제로(Net-Zero) 배출을 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협정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되, 1.5℃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며, 금세기 후반에 순제로를 지향한다고 돼 있으나 상황의 절박성에 비추어 목표 시점을  앞당긴 점이 주목된다. 

IPCC 보고서 내용을 감안하면 각국은 이미 2015년말까지 제출한 자발적감축기여안(INDC)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감축기여안(NDC)을 2020년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온실가스 베출량(BAU) 8억 5100만톤 중 37%를 줄이겠다는 INDC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2016년말에 발표했다. 그러나 국외감축 목표 달성 가능성을 둘러씨고 국내외로부터 비판이 고조되자 올 7월에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내놓았다.

여기서는 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전체의 틀은 그대로 유지한채 11.3%라는 국외감축 목표율을 수정해 국외 감축과 산림흡수원을 합한 감축 목표치를 4.5%로 수정했다.   

로드맵 수정에 따라 국내 감축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탈원전 정책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국외감축 축소분을 떠안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타 부문에서 그 부담을 대신 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본로드맵에서 국가경쟁력을 감안해 12% 이내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던 산업 부문의 감축률이 20.5%로 급등해 기업의 감축 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

전환부문의 감축 목표량은 기본로드맵에서는 6450만톤이었으나 수정안에서는 5780만톤으로 오히려 줄었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줄이고, 이를 산업 등 여타 부문으로 대폭 떠넘길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결국 탈원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론자들은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으니 그들이 말하는 환경이라는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화석연료와 원전 중심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체제를 전환하는 것이 미래세대와 지구환경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물론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탈원전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작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도 어렵다. 그러기에 원전 24기중 절반이 가동중지되고 가동률이 50%대로 급락하면서 그 공백을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메우게 되고,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만 있는 것이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BP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CO2 배출량은 6억 7970만톤으로 10년전인 2007년의 5억 4540만톤보다 2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출량 증가율이 영국 –29.9%, 프랑스 –13.7%, 미국 -13.5% 일본 -7.1%, 독일 –5.4% 등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한해만도 2.2% 증가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5억 3600만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처럼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기 시작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며, 결국 탈원전의 궤도수정 없이는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부분 원전 국가에서는 정권이 바뀌면서 친원전과 반원전 정책이 번갈아 바뀌어 왔다. 5년 임기 정부가 60여년 이후 ‘원전 제로’까지 정해놓는 것은 무리다.

지난해말에 수립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 이보다 상위계획으로서 2013년말에 발표된 2차에너지기본계획을 뒤집어 엎고 탈원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법·절차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에너지안보와 경제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탈원전 정책은 조속히 수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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