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 주유한 레미콘차 '멈춰서'

▲ 남선레미콘과 에코에너텍은 책임을 상대에게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남선레미콘이 에코에너텍에 보낸 내용증명과 에코에너텍이 바이오디젤 원액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남선측에 보낸 공문, 유류계약문서다.
- 남선레미콘-에코에너텍 나 몰라라, 지입차주 골탕 -

환경친화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바이오디젤의 품질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올 동절기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주유한 차량에서 주행중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하며 저온성능에 심각한 결함이 노출된바 있는 바이오디젤이 지난해 하절기 레미콘차량에 주유한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고장을 일으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산업자원부는 올해 동절기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시범보급중인 바이오디젤 혼합유인 BD20이 연료점도(粘度)의 최소 기준인 저온유동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행중 시동꺼짐 현상을 일으키자 긴급 품질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이오디젤 원액을 주입한 레미콘차량이 줄줄이 고장을 일으키는 사례가 발생했다.

전남 나주에 소재한 한 레미콘 회사에서는 지난해 7월 이후 지입차주들에게 바이오디젤을 공급하면서 차량의 인젝션펌프에 고장이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그 책임소재를 규명하지 못해 논란을 빚고 있다.

- 지루한 책임소재 공방 -

남선레미콘에 소속된 39대의 지입차량들은 지난해 7월 회사로부터 바이오디젤을 공급받아 사용한 직후 인젝션펌프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흔히 ‘부란자’로 불리는 인젝션펌프는 연료를 분사하는 펌프로 차량의 출력이나 매연 발생, 연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남선레미콘의 지입차주들은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면서부터 시동꺼짐을 비롯해 출력저하, 부속품 부식, 매연 발생량 증가 등의 현상을 경험했다.

남선레미콘 상조회에 따르면 회사측에서는 지입차주들과 사전 상의 없이 지난해 7월 이후 바이오디젤을 공급했고 이후 동시 다발적으로 차량 고장을 호소하는 차주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입차주들이 회사측에 공급연료를 확인한 결과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바이오디젤을 급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조회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을 처음 공급받은 7월 이후 불과 한달여가 지난 8월 17일에는 레미콘차량에 고장이 발생해 인젝션펌프를 수리한 차량이 6대에 달했다.

이후에도 동일한 고장을 일으킨 차량들은 계속 늘어나 39대에 달하는 지입 전 차량으로 확대됐고 상조회측은 차주들의 서명날인과 수리내역서 등을 통해 관련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고장 차량들을 수리한 정비업체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회사 차량들을 수리한 경동브란자의 신재백대표는 공식 소견서를 통해 연료의 품질문제 가능성을 제시했다.

소견서에 따르면 ‘인젝션펌프는 차량의 출력과 매연의 발생, 연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기계로 (차량 고장을 일으킨) 남선레미콘 믹서트럭은 생산 연식에 따른 인젝션 펌프의 노후상태와는 다른 점이 발견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타 회사차량과는 달리 남선레미콘의 믹서트럭들은 인젝션펌프가 거의 비슷하게 훼손되어 있는데 이는 저질의 연료를 주유해 사용하면서 노즐과 피스톤에 이상이 생기면서 출력저하와 매연발생, 연비 저하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믹서트럭들의 차량 고장 원인은 연료 이상 때문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바이오디젤을 공급했던 에코에너텍측 역시 차량 고장의 원인을 연료문제에서 찾고 있다.

다만 바이오디젤이 동절기 저온 유동성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남선레미콘의 경우처럼 인젝션펌프의 고장을 일으킬 수는 없다는 점이 다르다.

에코에너텍은 오히려 바이오디젤과 혼합된 경유의 품질에 의심을 두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최초 공급할 당시 남선레미콘의 저장시설에 남아 있던 경유가 유사경유였을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는 것.

당시 에코에너텍은 약 2만리터에 달하는 남선레미콘의 저장탱크에 1만6000리터의 바이오디젤을 공급했는데 이때 저장탱크에 남아 있던 경유의 품질에 문제가 있었고 레미콘차량의 고장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회사는 문제가 됐던 제품을 수거해 모 정유사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인화점이 일반 경유나 바이오디젤 혼합유에 비해 크게 높고 윤활성이 경유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바이오디젤과 혼합된 경유의 품질이상이 믹서트럭의 고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 남선레미콘 소속 지입차주였던 박명호씨는 지난해 7월 이루 발생한 차량고장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현재는 회사도 그만 둔 상태다. 바이오디젤을 주유한 이후 레미콘차량의 연료필터등에 이상이 발생한 것을 박명호씨가 설명하는 장면.문제의 연료를 별도로 보관하는 모습
- '연료가 차 고장'에는 공통된 입장 -

남선레미콘의 지입차량들에서 나타나는 차량 고장이 연료때문이라는 사실은 지입차주들이나 바이오디젤을 공급한 에코에너텍 모두 동일한 입장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전혀 다르다.

남선레미콘 지입차주들은 차량 고장의 원인이 바이오디젤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에코에너텍측은 레미콘회사가 유사경유를 사용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레미콘트럭 차주들은 산업자원부가 시범보급을 통해 권장하는 연료는 바이오디젤이 경유와 2:8로 혼합된 ‘BD20’이지만 에코에너텍은 바이오디젤 원액을 공급해 차량에 고장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선레미콘이나 에코에너텍은 바이오디젤 원액을 믹서트럭의 연료로 공급했다.

남선레미콘이 에코에너텍과 맺은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1회 운송시 최소 1만6000리터의 바이오디젤 원액을 주문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동절기에는 발주물량을 8000리터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

지난해 산업자원부는 바이오디젤 시범보급고시를 통해 사용가능한 혼합비율을 ‘BD20’으로 규정했다.

바이오디젤 원액 20%에 경유 80%를 혼합하는 형태로 사용되도록 한 것.

하지만 남선레미콘측이 보유한 저장시설의 용량은 2만리터로 애초부터 산업자원부가 규정한 혼합비율을 준수할 수 없는 상태였다.

2만리터의 저장탱크에 BD20이 보관되기 위해서 최대 공급 가능한 바이오디젤 원액은 4000리터 수준이지만 레미콘회사와 에코에너텍은 그 4배 수준인 1만6000리터를 한 번에 공급하고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도 매 공급때마다 1만6000리터의 바이오디젤 원액이 공급됐다.

본지 확인 결과 남선레미콘은 바이오디젤을 최초 공급받을 당시 저장탱크에 남아 있던 소량의 경유를 바이오디젤에 혼합해 사용했을 뿐 이후부터는 아예 바이오디젤 원액을 공급받아 연료로 사용했다.

남선레미콘이 바이오디젤 원액을 지입차주들에게 공급한 배경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에코에너텍은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주)의 현물 경유가격에 비해 리터당 100원씩을 할인한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유사의 영업 관계자는 “계약기간동안 평균적으로 정유사의 공장도가격에 비해 일정한 할인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의 계약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면세혜택을 받는 바이오디젤을 시범보급상의 기준을 무시한 채 원액 그대로 연료로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온 것.

에코에너텍 역시 바이오디젤 원액이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에코에너텍은 남선레미콘의 믹서트럭 고장과 관련한 책임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공식 내용증명을 통해 “독일의 경우 차량의 구조변경없이 바이오디젤 100%를 공급해 사용하고 있지만 귀사(남선레미콘)의 경우처럼 문제점들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바이오디젤 원액을 공급해왔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디젤 원액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독일과 이탈리아, 스웨덴, 오스트리아에서는 차량 부식성 등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연료계통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자동차 부품회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차량 고장을 일으킨 지입차주들은 바이오디젤 원액이 차량 고장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선레미콘 바이오디젤 대책위 박명호 총무는 “산업자원부 고시는 물론 어느 자료에도 바이오디젤 원액을 자동차에 직접 주유한다는 항목은 찾아 볼 수 없고 고농도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사용할 경우 불완전연소와 출력저하현상이 발생하고 연료탱크에서 분사 인젝터에 이르기까지 고무나 금속재료를 부식시켜 연료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차량 이상은 결국 바이오디젤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자동차 제조회사나 서비스센터에서는 BD20을 사용하다 차량에 고장을 일으킬 경우 모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그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데 남선레미콘이나 에코에너텍은 바이오디젤 원액인 BD100을 공급해 왔으니 차량 고장의 책임 소재는 바이오디젤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바이오디젤 원액 공급이 더 큰 문제 -

만약 차량고장의 원인이 바이오디젤의 품질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고장 수리 등의 비용을 에코에너텍 측이 전액 배상해야 한다.
 
산업자원부가 바이오디젤 시범보급고시에 근거해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이오디젤 원액이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되서는 안된다는 대목이 실제 제품 유통과정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대목이다.

에코에너텍은 지난해의 산업자원부 고시에서는 ‘바이오디젤 생산업자는 자가 정비시설을 갖추고 관리가 가능한 사업장에 대하여 산업자원부장관의 인정을 받아 바이오디젤 또는 BD20을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된 대목을 들어 바이오디젤 원액을 공급해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는 ‘고시에서 바이오디젤을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 대목은 레미콘 회사처럼 자동차의 자가관리가 가능한 사업장에서 원액을 공급받고 경유와 2:8로 혼합해 사용하라는 의미이지 원액이 차량에 그대로 사용되서는 안된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바이오디젤 공급업체인 에코에너텍은 바이오디젤 원액이 독일에서는 차량구조를 개조하지 않고 문제없이 사용된다며 남선레미콘측에 공급해왔고 남선레미콘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품질에 대한 검증없이 지입차주들에게 연료로 급유하면서 결국 애꿎은 지입차주들만 애를 먹고 있다.

남선레미콘측에 차량의 불량연료에 이의를 제기했던 박명호씨는 결국 차량을 헐값에 팔아 넘기고 일 손을 놓은 상태다.

박명호씨는 “기사들의 생명줄인 차량소유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회사측과 바이오디젤 공급업체간의 잘못된 계약으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공급당사자인 에코에너텍측이나 남선레미콘측은 아무 대책이나 보상없이 책임을 떠넘기는데만 바쁜 상황”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차량당 연료계통의 수리비만 70~90만원에 달하고 그 비용을 차주들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에코에너텍측은 바이오디젤의 품질이상이 동절기의 저온유동성 문제라면 인정할 수 있다며 올해 하절기에 원액을 다시 주유해 테스트를 해보자는 제시를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해당되는 바이오디젤이 면세혜택을 등에 업고 정부가 규정한 혼합비율을 위반한 체 불법 유통될 경우 세금탈루를 노린 유사석유화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남선레미콘의 사례로 현실화되고 있다.

▲ 남선레미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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