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실천모임 김병배 대표

[지앤이타임즈 : 공정거래실천모임 김병배 대표(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도로공사의 주유소 판매가격 부당 개입, 도공 및 농협 알뜰주유소의 저가판매로 영세 자영주유소의 피해발생 등 석유공사와 농협이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알뜰주유소로 인한 부작용이나 불공정경쟁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알뜰주유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석유를 대량 구매해 저가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은 민간주유소 위주로 잘 작동하고 있는 석유 유통시장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개입으로서 시장경제의 원칙에 배치된다.

또한 정부가 민간주유소와의 불공정한 경쟁을 주도〮조장하는 것이며 공기업의 자원을 엉뚱한 곳에 잘못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공기업 포함)은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나 기업이나 민간부문(이하 ‘민간부문’)이 할 수 없거나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민간부문이 할 수 있거나 민간부문이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뛰어 들어 직접 수행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나 간섭을 해서는 아니 된다.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면 민간의 자유롭고 혁신적인 활동이 억제되고, 정부 개입의 기대효과보다 훨씬 큰 부작용과 폐해가 생겨 경제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자원의 낭비와 소비자 후생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주유소 시장은 1980년에 ㈜유공이 민영화된 이후 민간주유소 위주로 나름 잘 작동해 온 시장이다.

그런데 2011년 1월경 국제 원유가격은 내리는 데 휘발유 값이 잘 안 내려간다는 지적이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하자 정부가 석유류 유통시장에 알뜰주유소를 통해 직접 개입하게 된다.

정부 개입은 시장 형성이 아직 안 되었거나 시장실패가 있다면 정당화될 수도 있지만 국제 유가는 내려가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안 내려가는 것은 시장실패는 아니며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명분이나 이유가 될 수 없다.

◇ 석유공사*도로공사*농협 공적 자원, 본연 기능에 투입돼야

정부 역할은 담합 조사, 주유소 가격표시제 강화, 유통체계 개선 등 친 시장적인 수단을 통해 민간 주유소간 공정한 경쟁이 되고 휘발유 가격이 인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국제가격 동향과의 일시적인 불일치나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주유소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에도 안 맞고 부작용이 훨씬 많은 잘 못된 정책 선택인 것이다.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에서 민간 주유소 기름 가격이 안 내려 간다는 이유로 정부가 알뜰주유소처럼 각종 지원을 하고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전국 약 1200여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과 도로공사, 농협 등 정부 기관에 의한 주유소 직접 운영은 1만 2000여 일반 민간주유소와의 관계에서 정부가 불공정거래를 조장하고 주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공사비 등 시설비 지원, 외상거래 지원, 저리 융자 및 보증한도 확대 등의 금융지원, 석유공사에 의한 제품의 대량구매에 의한 저가 공급, 법인세*소득세*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지원 일부가 폐지〮축소됐지만 대량구매에 의한 저가 구입, 주유소 부지의 저가 임대, 석유공사와 〮도로공사, 〮농협 등 공기업의 인력과 자원을 알뜰주유소에 동원하는 지원은 여전하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직접〮간접적 지원은 이러한 혜택이 없는 일반 민간주유소에 대해 정부가 불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한 거래를 조장하고 주도하는 것이다.

또 석유공사와 〮도로공,〮 농협 등 공공 부문의 자원을 본업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곳에 잘 못 투입해 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시장경제의 경제효율성 측면이나 공정거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시중 기름값을 낮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도권 모든 주유소의 가격 동향을 약 4년간 분석해 2016년 9월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및 파급효과는 없거나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혹 일부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재정, 세제, 금융 지원과 석유공사, 〮도로공사, 농협 등 공공부문을 통한 지원의 반사효과일 뿐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가격인하 효과는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으로 인해 시장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 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따라서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표방하는 나라에서 정부가 나서서 ‘자랑스럽게’ 홍보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요즘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적폐 청산’이 ‘유행’하고 있는데, 알뜰주유소는 전 정부의 잘 못된 시장개입으로서 청산되어야 할 ‘적폐’인 것이다.

따라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 지원 및 개입은 중지되어야 한다.

도로공사와 농협이 직접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알뜰주유소는 그 운영을 중지하고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민간 알뜰주유소의 경우 신설을 중지하고 기존의 지원은 일정 기간 유지한 후 단계적으로 축소해 민간 주유소와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석유공사, 〮도로공사, 〮농협은 알뜰주유소 운영과 지원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원을 민간부문이 할 수 없는 공기업 본연의 업무에 투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통과정에서의 담합 감시 강화, 주유소 가격표시제 시행 감독,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통한 석유류 소매가격 공시제 및 주유소간 가격비교 정보 제공 강화, 수입 유류의 유통 확대 등을 통해 석유류 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선택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석유류 가격이 인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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