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단기성과에 급급

▲ 박순자 의원
- 고유가 부담, 국민 전가하면 안돼 -

박순자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공식 홈페이지(www.sj1004.com)를 방문하면 ‘순자스토리’라는 프로필 소개란이 있다.

‘국회의원은 왠지 엄숙하고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박순자의원은 스스로를 ‘순자’로 낮추며 친근함을 강조하고 있다.

박순자의원은 현장체험을 통한 국정감시활동에도 적극적이기로 유명하다.

지난 2004년 국정감사에서는 고압가스관리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감사장에 직접 고압가스통을 들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박순자의원은 “우리(대중들이)가 경험하는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지역사회를 돌아 다니면서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알게 된다”며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는 것이 정치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박순자의원이 그러니 보좌진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 보좌진은 “행정공무원들은 전문가들이고 각종 자료를 요구하면 피해 나갈 길이 많고 국민들이 무슨 피해를 받는지 모를 수 있으니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많이 다녀야 한다는게 의원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 비축기지의 보안부실을 지적하기 위해 직접 구리 등 비축기지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문제점을 조목 조목 짚어낸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당시 박순자의원과 보좌진들은 석유공사 비축기지 보안과 관련해 다양한 자료를 정부측에 요청했지만 매번 자료의 내용이 달랐고 성실하지 못해 결국 현장을 불시에 방문하고 그 내용을 동영상에 담아 국정감사장에서 상영해 화제를 모았다.

국회가 직접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어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는 현장중심 정치철학의 단면인 셈이다.

지난달 20일 만난 박순자의원은 당초 예정된 인터뷰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국회 사무실에 들어 섰다.

정부 여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직접 주재하는 회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국회에는 초선인 박순자의원은 그럼에도 당내 비중이 상당하다.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를 맡고 있고 최근에는 한나라당 여성위원회 선거인단 대회에서 중앙여성위원장에 당선됐다.

17대 초선의원으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를 처음 경험했던 박순자의원이 정부의 에너지행정에 대해 그간 느꼈던 평가를 들어 봤다.

▲17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으로 경험한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미래세대와 국가의 운명을 계획한다는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감(지난해 정기국회 국감)에서도 저를 비롯한 많은 의원님들이 지적한 바 있지만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정책을 세워 추진되기 보다는 오히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데 급급하고 사후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고유가에 대한 대책도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정책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수립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관리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까지 참여하는 에너지정책기구에서 장기적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세워 에너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 보급해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제고하는 한편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서해안 갯벌 보존 환경 시민연대 대표와 환경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한나라당 환경정책위원 등 환경 관련 분야에서 특히 전문성을 뛰어나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와 환경 관련 정책의 조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10위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시 우리나라의 산업경제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관련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설비단가가 높은 실정이다. 기술개발과 A/S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구도가 잡혀 있지 않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여된 신재생에너지 설비들이 관리 소홀로 인해 가동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정부의 전반적인 에너지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결국 현 상황에서 정부의 친환경적 에너지정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따라서 기업 맞춤식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수립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기술들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기술이 개발된 제품에 대해서도 초기 시장창출이나 신뢰성 제고 시책이 미흡한 만큼 정부는 기술개발과 지원인프라를 강화해 새로운 국제경쟁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고유가와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에 대한 불안이다. 이중 고유가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세율이나 공적 의무 감축 등을 배제한 채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절약을 유도하고 대체원을 개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 최근의 고유가 상황은 과거 세 차례의 유가급등원인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1^2차 석유파동과 걸프사태로 야기된 유기급등이 정치적 배경에 의해 발생했던 것이라면 현재의 유가급등은 기본적으로 세계 석유수급의 불안차원 즉 경제적·구조적 차원의 문제다.

이에 따라 정치적인 사건들이 해결되면 유가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과거 유가급등 상황과는 달리 현재의 고유가 상황은 정부가 효율적이고 중장기적인 유가정책을 수립하고 대응해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까지의 유가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정부가 고유가의 고통을 분담하는 유가정책을 펴기를 기대했지만 정부의 유가정책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집중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목청을 높여 추진하겠다는 에너지 절약 정책마저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현재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90년대 수준으로 크게 진전되고 있지 못하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해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원단위는 2003년에 0.351로 OECD국가 30개국 중 24위로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1980년의 0.329보다 더욱 악화된 것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8월 산자부는 ‘자율적 에너지절약 계획’ 제출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 후 보도자료를 통해 “대부분 영업장에서 양호하게 실천”발표했다.

그러나 조사대상 170곳 중 57.6%에 해당하는 98곳이 냉방온도가 26℃미만이었고 56.5%인 96곳은 자율적 에너지절약계획 여부조차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 의지마저도 의심케 하고 있다.

정부는 말만 앞서는 단편적 유가정책을 펴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고유가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의 유가정책은 더 더욱 안 될 것이다.

이제 부터라도 장기적이며 실효성 있는 고유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의원께서는 정부행정감사와 관련한 현장취재로도 유명하다. 국감이나 대정부질의에서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착안하는지.

-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은 갑작스럽게 번뜩이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전문 언론기사를 매일 같이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문제점이 있으면 정부측의 해명보도자료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기 마련인데 심층적인 검증작업을 한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다.

수개월 동안 지속적인 감시와 자료요구 등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검증의 공백상태에 대해 현장감사를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석유비축기지의 보안실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원의 수급안정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관심의 초점이 되지 않는 현상에 착안해 비축기지의 안전실태를 점검하게 된 것이다.

여러 사안에 대한 통계자료나 현황자료를 통해 충분히 감사할 수 있겠지만 자료가 부실하고 축소은폐의 소지가 있는 사안들에 대해 현장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다. 현장은 이벤트가 아니라 그야말로 눈으로 검증하는 행정감사의 최종 작업이다.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을 통해 의원께서 지적하신 내용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 아시다시피 석유비축기지의 보안실태가 전반적으로 매우 허술한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 이후 석유공사는 전국 9개 비축지사장 긴급회의를 열어 비축기지 방호·방재체계 개선을 위한 긴급조치를 실시했고 결과보고서를 현장 사진과 함께 제출했다.

공동명의로 허가 받은 고압가스판매업자가 급속히 늘어가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 더 큰 문제는 허가 요건을 갖추지 않은 고압가스적재차량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주택가에 불법 주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국감이후 가스안전공사는 고압가스적재차량에 전국적인 점검에 들어갔으며 제도적 보안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정감사에 대한 사후조치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장 감사를 통해 지적한 사안에 대한 관련기관의 사후 조치 수준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저는 피감기관과의 논쟁이 아닌 현장검증을 통한 감사가 이루어 질 때 그 후속조치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박순자의원은?>
- 뛰고 보고 확인하는 현장감사로 유명-
-석유비축기지·가스안전 헛점 직접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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