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메탄올 혼합 크게 늘어

▲ 유사휘발유 품질분석 결과
맹독성 메탄올 혼합 크게 늘어
가격 싸고 구입 쉬워 원료로 인기

심하면 실명하거나 혼수·사망까지 유도할 수 있는 맹독성 유해물질이 최근 유통중인 유사휘발유에 다량 함유됐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석유품질관리원(이사장 김기호)이 지난 1년간 시중에서 수거한 유사휘발유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메탄올과 톨루엔의 함량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메탄올은 중독시 인체내에서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으로 분해·배출되는데 두통이나 현기증, 구토,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물질이다.

심하면 실명하거나 마비 등의 증세를 동반한 혼수상태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물질이다.

톨루엔 역시 메탄올과 마찬가지의 맹독성 물질로 호흡과정에서 중독될 경우 심하면 정신착란이나 간·콩팥 등 인체 장기 손상, 황달이나 백뇨현상 유발 등 유독성이 크다.

특히 심각한 대목은 주로 용제와 톨루엔으로 구성되던 유사휘발유에 메탄올함량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사휘발유 원료인 용제나 톨루엔에 비해 가격이 싸고 용제수급조정명령 대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구입이 쉽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동차의 성능이나 대기환경,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지고 있다.

◇ 메탄올 유사휘발유가 97%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9월까지 약 1년 동안 3차에 걸쳐 유사휘발유 신고포상제를 운영했던 석유품질관리원은 모두 580건의 유사휘발유 완제품을 수거해 분석했다.

이중 용제와 톨루엔을 혼합한 전통적인 유사휘발유는 15건에 불과했고 수거대상중 97.4%에 해당되는 565건에서는 용제와 톨루엔에 더해 메탄올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맹독성 물질인 톨루엔과 메탄올이 40%이상 포함된 경우만 531건으로 94%에 달했다.

아예 톨루엔과 메탄올이 100%로 구성된 유사휘발유도 8건이나 적발됐다.

이 경우 시동성이 극히 불량하고 자동차의 부식이나 고무의 팽윤 등 안전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의 유사휘발유 제조기법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유사휘발유의 평균 톨루엔 함량은 22.7%, 메탄올은 이보다 많은 23.3%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난 것.

하지만 정유사 정품 휘발유에는 이들 맹독성 물질의 함유량이 극히 소량이거나 아예 없다.

석유품질관리원이 올해 정유사 생산 휘발유의 품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톨루엔은 약 2.1%가 함유됐고 메탄올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산하인 교통환경연구소의 김종춘소장은 “톨루엔이나 메탄올 모두 독극물로 특히 메탄올은 맹독성물질로 포름알데히드 배출량이 많아 단순한 호흡과정에서 노출되더라도 눈이 머는 등 심각한 유해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춘 소장은 또 “자동차 연료의 구성상 탄소와 수소만 있으면 일단은 차가 굴러 가기 때문에 유사휘발유 제조업자들은 솔벤트나 톨루엔, 메탄올 등 원료를 구하는 데로 혼합해 판매하고 있지만 자동차에는 금속이 녹아 내리거나 고무가 팽윤되고 노즐이 망가지는 등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메탄올이 함유된 유사휘발유의 유해성은 지난 2003년에 공식 입증된 바 있다.

세녹스 논란을 계기로 지난 2003년 구성됐던 ‘세녹스 환경·성능평가위원회(위원장 고려대 김성현교수)’는 세녹스가 정품 휘발유에 비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배출량이 21.4%가 높고 아세트알데히드도 30.3%가 높게 배출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위원회는 또 메탄올 등 알콜함유 연료를 사용할 경우 차량부품의 부식이나 고무 경화 균열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녹스는 용제와 톨루엔 메탄올이 각각 6:3:1로 구성된 반면 최근에 적발되는 유사휘발유는 메탄올의 함량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그 유해성은 더욱 심각해지는 셈이다.

◇ 조달 쉽고 가격 싼 원료 맘대로 혼합

용제에 톨루엔을 혼합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유사휘발유에 메탄올이 혼합되기 시작한데는 가격이 싸고 구입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사휘발유 원료인 용제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근거한 수급조정명령이 발동돼 생산에서 판매단계까지 수급 보고가 의무화되어 있어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톨루엔 역시 유사휘발유 원료로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석유화학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리터당 594원이던 톨루엔 가격은 올해 10월 880원으로 300원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메탄올은 2003년 리터당 380원에서 454원으로 70원 정도만 인상됐다.
리터당 525원대인 용제에 비해서도 싸다.

유독성 메탄올이 유사휘발유 원료로 주목을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원료 조달의 용이성이나 구입가격 등에 따라 유사휘발유의 품질도 들쭉날쭉하다.

석유품질관리원이 성분을 분석한 유사휘발유는 용제와 톨루엔, 메탄올의 함량이 모두 제각각으로 정품 휘발유와 달리 일정한 패턴이 없다.<표 참조>

이에 대해 석유품질관리원의 신성철검사처장은 “시중에서 구하기 쉽고 가격이 싼 유사휘발유 원료는 그 유해성을 감안하지 않고 대충 혼합해 판매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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