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 혼합유 확대보급을 모색하던 정부가 곤혹스러워지게 됐다.

산업자원부는 내년 1월부터 본 보급에 착수하게 될 바이오디젤 혼합유 품질기준과 관련해 BD20의 유통방식을 크게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석유품질심의위원회가 정부에 보고한 BD20(바이오디젤과 경유와의 혼합비율이 2:8인 연료)의 품질기준에 따르면 저장시설과 자가정비시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석유대체연료 자가소비업체에 한정해 사용을 허용토록 했다.

대상차량은 버스와 트럭, 건설기계 등으로 일반 경유차량은 제외됐고 주유소 판매도 금지시켰다.

지난 2002년 이후 4년여 동안의 시범보급사업과정에서 ‘주유소를 통한 BD20공급’을 일관되게 고집해오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BD5'로 전환하고 주유소단계의 유통도 전면 차단하려는데는 자동차 부품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 때문이다.

보쉬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지난해 6월 바이오디젤이 5% 이상 혼합된 연료를 사용하다 고장 등을 일으킨 차량에 대해서는 보증 등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제작사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중 하나인 바이오디젤을 확대보급하기 위해 경유와의 혼합비율을 5% 이상으로 늘리려고 해도 자동차 관련회사들의 잇따른 보증 거부 선언으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문제는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정부가 버스나 트럭 등 극히 제한된 대상에 대해 사용을 허용했다는 대목이다.

정부는 4년여에 걸쳐 일관되게 BD20 위주의 바이오디젤 보급정책을 추진해왔고 유통방식도 직접 주유소에서 혼합해 판매하도록 허용해왔다.

사실상 주유소에서 석유제조를 허용하는 파격적인 방식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바이오디젤은 석유를 대체하고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첨병으로 각종 언론에 소개됐고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포장되며 참여업체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바이오디젤은 현재 4개 업체가 생산플랜트를 건설해 운영중이고 추가로 6~7곳의 업체들이 생산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바이오디젤 판매 주유소도 지난 4월 100곳을 밑돌았지만 최근에는 371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BD20의 주유소 유통을 제한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정부만 믿고 바이오디젤 생산사업에 진입한 업체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관계자는 “BD20의 사용대상인 버스회사는 준공영체제로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고 건설기계는 대부분 일반주유소를 이용하고 자가용 주유취급소를 갖추지 않고 있어 내년 이후부터는 BD20의 보급이 사실상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D20을 취급하겠다며 시설 등을 개조한 주유소업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바이오디젤 생산사의 반발을 우려한 고육책으로 ‘BD20의 제한적 허용’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실상 시장성을 상실하게 된 BD20을 버스나 화물차 등 특정 대상차량에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유업계의 불만이 높다.

차량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동차 관련 회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가정비시설을 갖춘 대형 자가소비처들에 대해 BD20 사용을 허용한 것은 ‘연료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쓰고 싶으면 써라. 대신 정부가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BD20의 유통을 허용할 경우 바이오디젤 생산사나 대형자가소비업체들 스스로가 경유와 바이오디젤을 혼합 제조할 수 있어 유사석유로 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도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품질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모 위원은 “정부가 그간의 시범보급과정에서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과 혼합주체 등을 다양하게 적용하며 검증을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나 연료공급설비의 개조없이도 공급이 가능한 바이오디젤을 앞세워 손쉽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비율을 높이려던 정부의 자충수로 바이오디젤 생산업자들은 줄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 의지만 믿고 바이오디젤을 취급하겠다고 신청한 주유소들은 괜한 헛수고만 하게 됐다.

제한적이나마 BD20의 유통이 허용되면서 정유사들은 세녹스에 이은 제 2의 유사석유를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은 모든 대상사업자들을 곤란에 빠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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