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전자상거래는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온라인상에서 흥정하고 거래한다는 점에서 매우 경쟁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장이다.

소규모 매도자에게도 딜(deal)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매수자는 여러 매도자와 흥정할 수 있으니 구매 가격을 낮출 요인이 제공된다.

정부가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을 내수 석유 거래 가격 지표로 제시하는 이유도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 기준이 잘못됐다면 시장에 엉뚱한 신호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되니 매우 염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에서 유통되는 석유는 석유수입사, 대리점, 석유공사 같은 도매 업체들이 전체 거래 물량의 93% 수준을 매수하고 있다.

소매업인 주유소가 매수하는 비중은 6% 남짓에 그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은 사실상의 도매 가격이고 소매 단계인 주유소로 다시 유통되는 과정의 비용과 마진이 빠져 있다.

그런데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주유소가 석유를 구매하는 가격인 소매 가격과 비교하며 석유전자상거래가격 경쟁력 우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에서 체결되는 석유제품에 리터당 2~4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니 아무 혜택이 없는 장외 거래 석유와 비교 조건도 맞지 않는다.

석유전자상거래는 협의매매가 전체 유통 물량의 60~7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협의매매는 매도*매수 당사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장외 거래인데 석유전자상거래에 상장 시키면 온라인 거래로 인정받고 석유수입부과금도 환급받는다.

석유전자상거래에서 협의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도자인 정유사에서 선박이나 송유관을 통해 석유수입사나 대리점으로 배송되는 대량 거래 대부분이 협의매매로 이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협의매매가 전자상거래 취지에 맞지 않는 거래 방식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 물량을 제외하면 석유전자상거래 외형이 크게 위축되고 정부가 내세우는 지표 가격의 의미도 줄어들게 되니 인정한다고 쳐도 문제는 또 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대규모 도매 거래를 전제로 체결되는 가격이 석유전자상거래 기준 가격이 되는 셈이니 개별 주유소에서 소량을 주문하며 이뤄지는 장외 소매 가격과 비교하는 것 역시 체급이 맞지 않다.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하고 지원하는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의미를 잃고 있다는 평가이다.

산업부가 한국거래소를 내세워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하고 지원하는 가장 큰 배경은 정유 4사 중심의 과점 공급 체계를 다변화시켜 경쟁을 유도하고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부 바람과 달리 정유사 제품을 빼놓고는 온*오프라인 석유 유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석유전자상거래 전체 매도 물량중 정유사 비중이 97~98% 수준에 달한다.

오프라인 역시 정유사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 석유가 내수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도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올해 상반기 휘발유와 경유 수입량은 내수량 대비 0.19%와 0.13%에 그쳤다.

어차피 똑같은 정유사 제품인데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하면 정부로부터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받고 대량 구매처인 도매 사업자에게 흘러 들어가 내수 석유 기준 가격으로 포장돼 소규모 장외 소매 가격과의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다.

‘기준(基準)’은 표준이고 지침이며 신호이다.

기준을 세우는 것은 표준을 제정하는 것이고 지침을 만드는 것이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시장 경제에서도 기준은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내세우는 정보가 기준 부터 잘못되어 있다면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혼란을 부추기게 된다.

바로 세워지지 않은 기준으로 만들어진 석유전자상거래 지표 가격을 내세워 장외 석유 유통 가격을 가리키는 것은 정부가 위력으로 시장 기름값을 조정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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