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자사 이메일로 계약연장 의견조회
주유소, 1년단위 계약 원칙 몰라...통지의무 취지 무색

▲ 공정거래위원회 2008년 정유사 배타조건부 거래 관련 시정명령 보도자료 중 발췌(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일부 정유사가 주유소와 체결한 공급계약서 상의 계약연장 의사를 주유소에 일방적으로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유소와 정유사간 공급계약상의 자동연장 조항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주유소 사업자는 거래 정유사에 계약기간이 5년이 경과됐고 더 이상 거래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어 계약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하지만 정유사는 계약기간이 지난 4월 자동연장 되어 내년 4월까지 계약관계가 유지됨을 주장하고 나선 것.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그러나 주유소는 계약관계를 유지해 오는 동안 계약기간 연장에 대한 어떠한 통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유사가 임의로 자동 연장한 것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주유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따른 표준계약서 상 1년단위 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동연장 관련 통지의무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의 전량구매계약에 대한 시정조치 주문을 통해 원칙적으로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공급계약은 1년을 넘지 못하며, 특별한 지원 등이 있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 초과 설정이 가능토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표준계약서를 작성해 주유소들과 새로운 공급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지원이 없는 경우에는 1년단위로, 지원이 있는 경우에는 3년에서 최대 5년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표준계약서 상의 자동연장 조항은 정유사별로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주유소에게 30일 이내에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취지를 통지하며, 주유소는 해당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연장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정유사에 통지하지 않으면 본 계약은 동일 조건으로 1년씩 자동 연장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핵심은 자동연장 관련 조항의 “통지”라는 문구에 있다.

정유사의 공급계약서 상에는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계약이 연장된다는 취지를 주유소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통지’에 대해 국어사전에서는 '기별을 보내어 알게 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도 통지에 대해 ‘알수있게 전달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법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정유사들이 자동연장 관련 통지의무를 자사 마케팅 사이트의 해당주유소 이메일함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만 할 뿐 개별적으로 알리지 않고 자동연장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주유소 역시 이러한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으며 마케팅 사이트의 이메일함도 한번도 열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자동연장 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주유소 외에도 많은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한 통지 자체를 받지 못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계약 연장과 관련해 거래당사자가 읽지 않는 이메일을 통한 일방적 전달은 ‘통지’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런 방법으로 자동 연장된 계약은 재판부 판단 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한 주유소 운영자는 “1년단위로 계약 유지 여부를 주유소에 묻는 것은 정유사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공정위가 표준계약서 상의 조항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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