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물량 중 94%가 도매 단계 대리점*수입사 차지
비교 대상 장외 가격은 정유사 - 주유소 직거래 비중 높아
한국거래소만 부과금 환급, 태생적 가격 왜곡 문제도 제기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이 내수 석유 유통 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체결된 가격을 내수 석유 가격 지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의 비교 대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가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유가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며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고 있어 그렇지 못한 일반 유통 가격과의 비교 자체도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석유 유통 행정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를 통해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한 취지는 4개 정유사 중심으로 공급되는 국내 석유 유통 시장에서 대리점․주유소의 제품 공급처를 다변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의 가격 협상력이 증대되고 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이 시장 기준 가격으로 작동해 석유 가격 인하로 연결되는 효과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한국거래소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5월 거래 실적에 따르면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체결된 휘발유 가격이 정유사 장외 가격 보다 1리터당 20.9원이 낮았다.

경유는 18.4원이 저렴했다.

 

7월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져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29.8원, 경유는 30.1원 저렴했다.

불특정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거래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유발돼 기름값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 기대에 부합되는 성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 전자상거래*장외거래, 참여 대상 달라

그런데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지표 가격의 비교 대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가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과 상대 비교하는 정유사 장외 거래의 참여자 성격이 달라 비교 대상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전자상거래에서는 도매 업체들의 매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석유전자상거래 유통 물량중 93.8%를 도매 업체들이 매수했다.

전자상거래 매도 물량중 석유대리점이 65.7%를 구매했고 알뜰주유소 운영권자인 석유공사가 20.6%, 석유수입사가 7.5%를 사들인 것.

 

석유전자상거래릍 통해 소매업체인 주유소가 석유를 구매한 비율은 6.2%에 불과했다.

◇ 기준 가격 발표, 시장 혼란 가중 지적 제기

반면 장외 즉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정유사와 주유소간 직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주유소 판매 석유제품중 37%가 정유사와 직거래됐다.

나머지 67%는 석유대리점에서 구매했다.

국내 최대 석유대리점인 SK네트웍스가 지난 해 7월에 도매 사업을 정유사인 SK에너지 넘겨 현재는 정유사와 주유소간 직거래 비중이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래 물량의 94% 정도를 석유 도매 사업자가 매수해 소매 단계인 주유소에 넘기는 석유전자상거래와 달리 장외 거래는 정유사가 주유소로 직접 판매하는 비중이 높아 양 유통 단계의 가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석유유통협회 김상환 실장은 “한국거래소 체결 가격은 소매 단계인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로 판매되는 비용과 마진이 빠져 있기 때문에 주유소와 직거래하는 비중이 높은 정유사 장외가격과 직접 비교해 석유전자상거래 때문에 기름값이 낮아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주유소협회 심재명 팀장는 “알뜰주유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석유전자상거래 가격을 시장 기준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현재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주유소 참여도 어려울 뿐더러 가격 메리트도 거의 없어 주유소 참여가 미미해 시장 가격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 가격을 비교해 공표하는 것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일반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 대량 도매 거래 경쟁력 감안않고 소매와 비교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이 장외 가격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이유도 불공정한 비교 근거로 지목되고 있다.

석유전자상거래의 경우 대규모 물량이 도매 거래되는 비중이 높아 장외 소규모 소매 거래 가격과 단순 비교하는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석유전자상거래는 전체 유통 물량중 경쟁매매 비중이 30% 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쟁매매는 불특정 매도자와 매수자가 거래 물량과 가격을 온라인 상에서 흥정하는 전형적인 전자상거래 ‘비딩(bidding)’ 방식이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매도*매수 당사자들이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장외거래인 협의매매가 70% 수준에 달한다.

협의매매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해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선박 또는 송유관로를 통해 수입사나 대리점으로 배송되는 대량 거래 대부분이 협의매매로 이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물량이 많을 수록 구매 단가가 낮아지는 유통업 특성을 무시하고 대량 도매 거래를 통해 체결된 가격을 소량 소매 장외 거래 가격과 비교하고 있는 셈이다.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석유제품 중 경쟁매매는 리터당 4원, 협의매매는 2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급해주는 것 역시 지표 가격 왜곡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부과금 환급이 이뤄지지 않는 장외 가격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석유전자상거래 지표 가격과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는 “석유유통시장 자율화 정책이 시행된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정부가 여전히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고유가 시절에 만들어진 정책을 계속 쥐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승진 교수는 또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가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해 주는 효과가 크다”며 “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를 구매하는 층이 석유대리점 등 도매 성격이 강한데 소매 가격과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