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환경품질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것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근거해 일정 규모 이상의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공급석유의 환경품질을 평가받고 별 다섯 개에서 한 개사이의 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실 환경부가 자동차용 연료의 환경품질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이후 수송연료의 환경품질을 평가해왔고 그 결과를 보도자료나 자체 사이트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개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아예 환경부가 등급까지 매긴다는 점이 다르다.

환경부의 의도처럼 연료품질등급제 시행은 석유공급자들의 자발적인 환경품질개선 의욕을 자극시켜 대기환경보호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정유사들간의 선의의 경쟁으로 환경품질기준이 까다로운 선진국들에 대한 수출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는 환경부 정책 담당자의 표현도 일부 인정한다.

특히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갈수록 환경품질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로 그 시기를 앞당기고 대비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뛰어난 환경명분에도 불구하고 석유사업자들은 연료품질등급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더 염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에 규정된 석유제품의 법정 기준과는 별도의 잣대로 등급을 매긴다는 대목이다.

법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모두가 정상 석유제품인데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또다른 기준에 근거해 어떤 석유는 별 한 개짜리 최저 등급을 받게 되고 또 다른 석유는 별 다섯 개의 최고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 결과의 왜곡은 여러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품질등급제보다 낮은 수위의 단순한 품질공개제도과정에서도 일부 석유공급사의 정상적인 석유제품들은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 낮은 환경품질로 ‘저질 석유제품’으로 언론 등에 소개됐고 영업상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일부 석유공급사는 자사 제품을 ‘저질’로 표현한 언론을 언론 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사과를 받아냈을 정도다.

단순한 환경품질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연료를 선택하는 충분한 정보나 기준이 될 수도 없다.

실제로 환경친화적인 효과가 뛰어난 여러 바이오 연료들은 정작 자동차 연료계통의 부식이나 수분에 의한 시동꺼짐현상, 산화안정성 등 다양한 항목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통해 석유품질기준을 운용중인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연료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환경품질이나 자동차의 성능에 미치는 다양한 항목들이 고르게 감안돼야 하고 그 최적점이 법에 규정된 품질기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품질 경쟁에서 추가되는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것은 더더욱 고려돼야 할 대목이다.

에너지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고 고유가 장기화로 에너지비용에 대한 전 국가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별 다섯 개에 해당되는 최고 등급의 품질기준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환경품질기준보다도 약간 높다.

경유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나라 수송연료의 환경품질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을 앞질러 가고 있고 환경부의 표현처럼 석유공급사들의 자발적인 품질경쟁을 유도한 결과는 소비자나 산업체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초강대국 미국은 정작 온실가스배출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나 화석연료 사용 제한에 따른 국가경제적인 손실을 감안해서다.

분명 옳지 못한 미국의 선택은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사고 있지만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환경보전’이라는 명분도 결국은 경제와 상호 보완적인 타협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환경 최고를 지향하되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같이 검토하는 탄력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