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에너지장관회담은 격년제가 원칙이다.

2002년과 2004년에는 각각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고 원칙대로라면 내년 개최가 정상적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개최된데는 고유가 부담이 APEC 주요 국가들에게 미치는 부담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APEC 21개 회원국들은 전 세계 에너지소비량의 60%를 사용할 만큼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석유소비량은 전체 수요의 58%에 달하고 천연가스 소비량도 57% 규모다.

반면 이들 회원국들의 에너지매장 규모는 자신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크게 못미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APEC 회원국가들이 보유한 원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14%에 불과한 1414억2500만배럴규모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천연가스는 2320조 입방피트로 세계 매장량의 43%를 기록중이다.

다만 원유정제능력규모는 하루 4370만배럴로 전 세계 정제규모의 54%를 기록중지만 석유소비량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소비는 절대적으로 많고 에너지 자립도는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WTI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노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이들 국가들이 수급이나 유가안정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APEC 에너지장관들이 공동합의문 도출에 성공한 것도 소비국들간의 공동된 노력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OPEC 사무총장이 이번 회담에 직접 참가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1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드난 엘딘 OPEC 사무총장은 18일의 APEC 에너지장관회의 환영리셉션에 참석한데 이어 19일에는 오전 7시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의 조찬회담, 이어 열린 에너지장관회의와 OPEC-APEC 비지니스 다이어로그(Business Dialogue), 기자회견 등의 빡빡한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오후 6시50분 미국으로 출국했다.

아드난 엘딘 사무총장을 회담에 이끌어낸 APEC 에너지장관단은 실질적인 성과도 얻었다.

일단 OPEC을 중심으로 한 산유국과 주요 석유소비국들간의 정례적인 대화채널 구축 약속을 이끌어 냈다.

2010년까지 OPEC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0만배럴 늘리겠다는 증산 스케쥴도 확인했다.

아드난 엘딘 OPEC 사무총장은 증산 계획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주요 산유국이나 OPEC의 공식 사이트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회담의 공식 주제인 ‘APEC 에너지의 미래 보장 : 에너지 수급위기 대응’에서 감지되는 것처럼 주요 에너지소비국들의 심각한 위기의식은 산유국 대표를 끌어 들이고 수급 안정 등을 보장받는 해법을 이끌어내고 있다.

남은 과제는 OPEC 사무총장의 약속을 또 APEC 에너지장관들의 공동합의내용을 어떻게 지켜내느냐는 공동의 노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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