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중국이 지난 3월 말 상하이 선물거래소 산하 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 선물을 상장했다.

지난 한달 동안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약 8000만 배럴에 이른 것을 보면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은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한 이유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런던 대륙간거래소(ICE)에 상장된 브렌트유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서부텍사스유(WTI)를 제외하면 원유 선물이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도쿄상품거래소(TOCOM)는 2001년에 두바이유 선물을 상장했으나 유명무실하다.

인도의 멀티상품거래소(MCX)도 2006년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지만 역시 유명무실하다.

그나마 두바이상업거래소(DME)에서 거래되는 오만유 선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거래량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된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펙의 트레이딩 자회사인 유니펙은 국제석유회사인 쉘(Shell)로부터 구매하는 중동산 원유가격을 INE 선물가격에 연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므로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 개설이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역내 주요 원유수입국인 우리에게도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먼저 INE에 상장된 원유는 API 32도와 유황 함유량 1.5%의 중질‧고유황 원유로 인수도 대상 원유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셩리유 외에 6종의 중동산 원유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 원유는 경질‧저유황 원유인 브렌트유나 서부텍사스유와 달리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정유기업들이 주로 시용하는 유종이다.

따라서 INE 원유 선물시장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원유 수급 상황을 보다 잘 반영하는 합리적인 원유 가격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INE가 지정한 선물원유의 실물 인수도 지점은 상하이와 저장성 등 주로 중국 연안의 저장시설이 위치한 곳들이다.

이는 원유의 인수도가 생산 지역에서 이뤄지는 브렌트유나 서부텍사스유와는 달리 소비 지역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역내 정유기업들은 원유의 도착 지역과 도착 시점을 기준으로 원유 구매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가격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역내 정유기업들은 우리의 여건에 더 부합하는 선물시장에서 헤징(hedging)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수익성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은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원유 선물시장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오히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인한 가격 왜곡의 가능성이 있다.

또한 원유 선물이 위안화로 거래되므로 중국의 시장참여자는 환리스크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의 시장참여자는 환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은 중국 금융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여서 위안화 가치가 달러 등 주요 통화와는 다르게 불안정하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의 가격은 CNPC와 시노펙 등 중국의 대규모 국영석유회사에 의해 좌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중국의 소규모 거래자들에 의해서도 등락될 우려가 있다.

과거 철강과 구리 등 중국의 상품 선물은 자국 내 다수의 소규모 시장참여자들의 참여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소규모 고객들은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석유의 수급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 등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은 긍정적 파급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역내에서 형성되는 원유가격을 왜곡시키는 부정적 파급 효과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우리 정유기업들은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의 진전 상황과 긍정적, 부정적 측면의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외부 필진 기고문으로 본 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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