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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만큼 많다는 주유소

주유소 수가 1만3000곳을 넘어서던 시절이 있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보다도 많다는 우리나라 치킨집이 약 3만6000 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많고 많은 치킨집 수와 비교해도 주유소 수가 약 36% 수준에 달하니 많기는 많다.

그래서 주유소 사업자들은 ‘주유소가 전봇대 숫자 만큼이나 많다’며 과장된 푸념을 늘어 놓는다.

석유 소비는 정체되는데 주유소 수는 늘어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손에 쥐는 것 없는 헛장사 한다는 탄식도 커져 간다.

2010년 정점 찍고 하락세, 폐업 속도 빨라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의 영업 주유소가 총 1만3004곳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가장 높은 지점을 뜻하는 ‘정점(頂點)’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이후 주유소 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는데 그 속도가 빠르다.

매년 200여곳 가까운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공개한 가장 최근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으로 1만1996곳까지 줄었다.

정점을 찍은 이후 6년 여만에 1000곳 넘는 주유소가 사라진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매월 15곳이 문을 닫았다.

시점을 더 좁히면 이틀에 한 곳 꼴로 주유소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100원짜리 팔아 1.8원 남겨

통계청이 분석 발표한 전국 도소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8%에 그치고 있다.

100원 짜리 휘발유를 팔마 1.8원 남긴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전국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인 5.2%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주유소협회가 2012년에 전국 1318개 회원 주유소를 대상으로 경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 곳 당 영업이익은 3800만원, 이익률은 1.02%로 나타났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올해 주요 기업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평균 초임 연봉이 2464만원으로 집계됐다.

최소 십수억원대 자본을 투입해 한 해 매출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주유소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신입사원 초봉 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주유소 고용 줄고 가족 운영 생계형 늘어

통계청의 ‘도소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유소 종사자는 2006년에 5만7890명에 달했는데 2014년에는 1만369명이 줄어든 4만7521명에 그쳤다.

고용 창출 기여도가 약 18% 감소한 것이다.

주유소 고용 인력 감소 현상은 셀프주유소가 늘어난 영향도 적지 않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확산되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서 1인 또는 부부나 가족만으로 운영하는 생계형 주유소가 전체의 67%에 달한다는 통계다.

정부, 시장 감시자 역할에 머물러 달라는~

수익이 적으니 주유소 운영자들의 씀씀이도 줄어든다.

서로가 고객인 주유소와 식료품, 음식점 그리고 수많은 사업장들은 그렇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폐업 주유소가 방치되면서 토양과 수질 오염원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 업계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주유소 업계가 지적하는 ‘비정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경쟁을 촉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알뜰주유소 상표를 만들어 정부가 석유 유통 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을 꼽는다.

‘정상화’의 해법으로는 시장 자율적으로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균형적인 시장 감시자 역할에 머물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유류세 카드수수료라도 줄여달라는 이유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주유소 한 곳 당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지출한 금액이 평균 5199만원으로 집계됐다.

주유소 한 곳에서 벌어 들이는 연간 영업 이익인 3800만원 보다도 36.8%가 많다.

그런데 석유 소비자 가격중 세금 비중이 절반이 넘으니 카드 수수료 부담 역시 절반은 정부 유류세 몫인 셈이다.

유류세 부담만 덜어도 주유소 한 곳당 한 해 2500만원 이상의 카드 수수료가 절감되니 살림살이가 조금은 펴지겠다.

이 때문에 주유소 업계는 유류세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 부담만이라도 줄여 달라고 하소연중인데 그저 주유소의 욕심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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