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지난 1월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석유시장의 정제마진이 2월 들어 다시 회복됐다. 아시아 현물시장인 싱가포르에서 2월 평균 두바이유 기준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7.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였던 9월의 9.1달러에 비해서는 낮지만 지난해의 연평균 정제마진 7.1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의 상승과 하락은 석유제품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하는 우리 정유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2014년에 적자였던 정유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지난 3년 동안 사상 최고 수준의 흑자를 보인 것은 정제마진이 현저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석유 정제마진이 수년간 고공 행진을 계속한 가장 큰 이유로는 석유제품 수요의 빠른 증가와 정제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을 들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2010년대 초반에는 석유의 수요가 2008년에 있었던 금융 위기의 여파와 함께 고유가로 크게 둔화됐고 정제시설 운영비는 증가했다.

당연히 석유의 정제와 판매 등 하류부문 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아 보였다.

국제석유회사들은 기존의 노후화된 정제설비를 폐기하고 하류부문투자를 축소했다.

특히 석유 수요가 크게 감소한 유럽 지역에서 하류부문에 대한 합리화가 두드러졌다.

이런 와중에서 2014년 하반기에 원유가격이 폭락하자 이번에는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들이 계획하고 있었던 정제시설 건설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하지만 그 후 국제 석유시장 상황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저유가로 정제시설 운영비는 낮아지고 석유 수요는 촉진됐다.

세계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도 석유 수요를 증가시켰다.

세계 석유 수요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하루 469만 배럴 증가했다.

그 이전 3년 동안의 수요가 하루 398만 배럴 증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석유 수요의 증가세가 본격화되자 정제시설 부족이 석유제품 수급을 타이트하게 만들면서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는 세계 곳곳에서 정제설비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9월과 10월에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해 정제시설이 밀집된 멕시코만 연안을 강타했다.

영국에서는 12월에 북해 송유관 사고로 원유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정제시설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연말에는 싱가포르와 인도의 대형 정유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런 사건과 사고로 석유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은 것도 국제 석유시장의 정제마진 개선에 기여했다.

그렇다면 정제마진의 ‘황금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인가?

세계 석유 수요는 올해도 견고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초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하락했던 유가가 최근에는 60달러를 상회함에 따라 저유가로 인한 소비 촉진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세계 경기의 강한 확장세로 석유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정제마진에 영향을 줄 변수는 공급 측면에 있다.

중국이 석유제품 수출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석유회사 CNPC는 올해 중국의 석유제품 순수출(수출-수입)이 지난해에 비해 경유는 47% 증가하고 휘발유는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량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하루 23만 배럴 더 많은 양이다.

올해 중국의 원유 수입이 하루 60만 배럴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입 증가분의 1/3 이상을 다시 국제 시장으로 돌려보내는 셈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증가는 원유가격과 제품가격의 격차를 축소시켜 정제마진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석유의 수요는 가격 반응도가 낮은 특성을 갖고 있지만 가격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점차 축소된다.

정제시설에 대한 투자 또한 정제마진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확대된다.

석유 정제마진이 상승 주기와 하강 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유산업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석유화학과 윤활유, 자원개발 등 관련 분야로 사업의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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