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석유유통업계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속도로 주유소들이 기름가격을 인하하는데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운영 서비스 평가 항목에 집어 넣고 점수를 매기는 과정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된다며 석유유통업계는 도로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도로공사에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고 그 이유로 ‘유류 가격 인하를 유도해 서민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공익적 목적과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공정거래법을 운용하는 정부 기관에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으니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겠다.

그런데 시장 경제에서 공익적 목적이 모든 것에 우선하고 그래서 여러 가지 유형의 공적인 영향력이 시장에 개입하고 통제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가 고속도로주유소를 통해 확인되고 있으니 공정위가 다시 눈여겨 보기를 바란다.

고속도로주유소 기름값에 대한 석유유통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도로공사는 한국생산성본부에 ‘휴게시설 운영서비스 평가 제도 개선 연구’를 맡긴다.

해당 연구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도로공사는 생산성본부에 고속도로주유소 경영과 관련한 기초 자료도 제공하는데 바로 그 자료에서 공적 영역의 시장 개입 결과물이 확인된다.

2010년 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주유소의 석유 판매 가격은 전국 평균 보다 리터당 25원이나 높았다.

그런데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인 도로공사 고속도로 주유소도 포함시키면서 기름값은 내려가기 시작한다.

도로공사가 고속도로주유소의 ‘석유 판매 가격 인하 노력’이라는 항목에 대한 평가 배점을 높이고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하면서 기름값은 전국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 결과 석유 유통 브랜드중 기름값이 가장 저렴하다는 알뜰주유소 보다도 고속도로주유소 석유 가격은 더 낮아진다.

공정위가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내세웠던 ‘서민 부담 완화’라는 공익적 목적의 효과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석유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로도 연결된다.

2010년 대비 지난해 고속도로주유소의 휘발유 판매량은 두 배 넘게 늘었고 경유 판매량은 무려 3.65배 상승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속도로주유소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나빠졌다.

2010년 대비 석유 판매 마진이 60~70% 선으로 떨어졌고 특히 2016년에는 휘발유 판매에 따른 영업이익률이 0.4%에 그친 것으로 도로공사 내부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100원 어치 기름을 팔아 0.4원을 남겼다는 의미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생산성본부가 고속도로주유소 운영소장, 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등을 통해 청취한 의견 속에는 도로공사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중소형 고속도로주유소는 종업원 급여 지급도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거나 ‘매출 이익에서 카드수수료 및 임대료를 제외하면 적자이다’, ‘이익을 줄여 가격을 인하하는 (도로공사의) 지표가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는 등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도로공사에게 묻는다.

범용 상품을 유통하는 소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가치를 훼손하면서 까지 시장경제에서 공익을 우선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 말이다.

공익과 사익은 정반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별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경영하고 건전한 수익을 남겨야 세금을 납부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소비를 일으키는 등 공익에 부합되는 활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민간기업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그래서 결국은 공익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공정위가 어떻게 답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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