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Well-to-Wheel' 전 과정 미세먼지, 휘발유차의 93%
온실가스도 53% 배출, 수송부문 저감 목표도 재설정돼야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세제 형평 위해 ‘도로교통이용세’ 신설, 전기차도 부담 필요- 

휘발유와 경유, LPG 같은 화석연료는 탄소덩어리이다.

탄소 연소 과정에서 다양한 배기가스가 배출되는 것은 숙명이다.

화석연료로 달리는 내연기관자동차는 그래서 환경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그 한편에서 전기차는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으로 불리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부도 구매, 운행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가 무배출차량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소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재경 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에서는 휘발유 차량이 배출하는 유해 배기가스중 온실가스는 53%, 미세먼지는 92.7% 정도가 배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기차 환상에서 정부가 깨어 나야 하며 전기차에 대한 환경 성능이 공정하게 평가돼 지원 위주 보급 정책이 수정되고 세제개편을 통해 내연기관자동차와 형평에 맞는 사회적 비용이 부담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김재경 박사는 민감한 연구 주제 성격을 감안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는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정부 산하 4개 국책연구기관이 경유세금 인상과 관련해 지난 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데이터를 사용했다.

환경부의 위탁을 받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수행한 서울대 AESLAB(Advanced Energy System LAB)도 이번 연구에 공동 참여했다.

다음은 김재경 연구위원과의 일문 일답이다.

▲ 자동차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세제개편을 제안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는데 연구 수행 배경은 무엇인지?

- 연구 주제는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이다.

‘자동차의 전력화’는 수송에너지가 석유, 가스 같은 탄화수소 계열 수송 연료에서 전기로 대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수송용 전기가 휘발유나 경유, LPG와 동등한 수송 에너지 반열에 서있을 만큼 자동차의 전력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전력화에 수반되는 환경 편익 연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착안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기본 연구과제로 진행하게 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소속된 국책 연구기관중 한 곳이다.

기본 연구 사업은 연구자가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주제를 인문사회연구회에 제안해 선정되면 연구 자금을 펀딩받아 진행된다.

결국 자동차 전력화 관련 연구는 정부 자금으로 진행된 국책 연구인 것이다.

▲ 연구의 대략적인 결론은 무엇인지.

- 수송용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휘발유차와 동일한 거리(km)를 주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PM10) 배출량을 전 과정적으로 비교했는데 일부 항목에서 두 차량의 환경 위해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6년 전원 믹스를 기준으로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휘발유차의 약 53%, 미세먼지(PM10)는 92.7% 수준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전기차를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으로 해석해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기초로 연구에서는 전기차의 대기환경성능을 재평가하고 저공해자동차 중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 휘발유차와 전기차의 배출량을 ‘전 과정적으로 비교했다’라고 표현했고 분석 과정에서 전원 믹스 구성이 기준이 됐다고 밝혔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되는지.

- 이번 연구에서는 수송용 에너지의 전 과정을 분석했다.

수송용 에너지원이 생산되는 단계 부터 운송, 저장 등의 과정을 거쳐 차량 운행에 사용되는 모든 과정 즉 원유 추출(Well)에서 차량 운행(Wheel)까지의 전 과정인 'Well-to-Wheel' 과정을 분석한 것이다.

전기차 자체는 배기가스를 배출시키지 않아 환경에 무해하다.

하지만 전기차를 구동시키는 에너지인 수송용 전기의 생산 과정까지 감안하면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며 전 과정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전기차 동력인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한 전원 구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전기차 배기가스에 영향을 미치는 전원 믹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 한국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전력중 유연탄 비중이 40.06%로 가장 높았고 원전 우라늄이 31.38%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LNG와 중유도 발전원으로 사용됐는데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4.15%에 그쳤다.

 

유연탄을 비롯한 화석에너지가 발전원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수립중인 8차 전력 수급 계획 역시 유연탄 발전 비중을 36.1%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으니 그만큼의 대기환경 오염이 전기에서 유발되는 것이고 그래서 전기차를 친환경차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비단 에너지원 생산 과정이 아니더라도 전기차 역시 주행 과정에서 브레이크 패드나 타이어 마모 같은 과정을 통해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의 비산먼지도 발생시키고 있다.

▲ 해외 사례에 따르면 전기차의 환경 편익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와 왜 다른 것인지.

-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기환경 보호 기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전기차의 환경 편익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상징하는 자료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도 카운티(county)마다 전기차 환경 편익이 다르고 편차도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지역에서는 오히려 내연기관자동차의 대기환경 편익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역시 전기차 환경 편익이 높게 평가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수송용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ESS 보급이 타 카운티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전기차 환경 편익이 우수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휘발유 등 내연기관자동차의 환경 편익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느냐가 환경 편익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 정부 설명과 달리 전기차가 유해한 배기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면 보급 지원금이나 수송용 전기 가격에 대한 인센티브 등 다양한 혜택 역시 재검토돼야 하는 것 아닌가.

-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완전 무결한 차량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환경부는 2030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로드맵을 근거로 국가 수송부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배기가스 무배출 전기차 100만대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도로를 달리는 것을 전제로 수송분야에서 야기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전기차가 휘발유차의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저감 목표는 다시 세워져야 한다.

전기차가 배기가스 무배출차량이라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차량 구매 보조금이나 수송용 전기 요금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 정책 역시 다시 고민돼야 한다.

▲ 에너지 생산 단계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을 감안할 때 전기차는 유해 배기가스 무배출차량이 아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전기차 급속 충전 장면이다.

▲ 연구에서는 수송용 전기에 대한 세제 개편 필요성도 주문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겠는지.

-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차가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결점 차량이라는 기준부터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를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규정한 환경부 평가는 다시 이뤄져야 한다.

전기차의 대기환경오염 정도를 공식적으로 재평가하고 그 수준에 맞게 보조금도 재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송용 전기에 대한 세제도 내연기관자동차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와의 형평에 맞춰 논의돼야 한다.

잘 알려진 것 처럼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 가격중 절반 이상이 유류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목적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로만 휘발유 소비자들은 리터당 529원, 경유는 375원을 부과받고 있는데 수송용 전기가 부담하는 세금은 부가가치세 말고는 없다.

모든 자동차가 이용하는 필수 기반 인프라인 도로 구축이나 유지관리 비용 등에 상당부분 사용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내연기관자동차 이용자만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해 내연기관자동차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역시 도로를 달리고 대기환경을 오염시키는 만큼의 세금 부담이 필요하다.

그 방안중 하나로 도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유지 보수하는 재원이 되는 가칭 ‘도로교통이용세’를 신설해 수송용 전기 소비자에게도 내연기관자동차 운행자들과 동등하게 부과하는 것을 제안한다.

▲ 휘발유 등 화석연료 기반 수송에너지가 부과받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도로 건설 재원이 되는 교통세 이외에도 에너지 환경 인프라에 필요한 다양한 세금까지 부과받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에게 도로 관련 세원만 부과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내연기관자동차와의 형평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 휘발유와 경유, LPG 등 화석에너지 기반 수송연료에 유류세가 집중되는 한편 수송용 전기에는 아예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다.

그렇다고 보조금 지원 중심으로 전기차가 보급중인 상황에서 수송용 전기에 휘발유와 같은 방식의 소비세를 부과시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도로 인프라는 전기차 운전자들도 공통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3가지 용도의 세목이 묶여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중에서 교통세에 해당되는 ‘도로교통이용세’를 신설해 전기차 운전자들도 같이 부담하자는 제안 정도는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돼 제안하게 된 것이다.

▲ 이번 연구에서는 전기차 보급 정부 정책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요약하면 어떤 메시지인지.

- 현 정부에서 에너지전환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데 첫 번째 버전이 탈원전이라면 두 번째 단계는 탈내연기관으로 집약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친환경차량이나 환경친화적인 수송에너지에 대한 재정립을 비롯해 R&D, 관련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곧 무공해자동차’라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에서 정부가 벗어나야 한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근거가 약한데도 전기차는 유해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환상 아래 보급 일변도 정책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 같은 믿음이 온당치 않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전기차는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급 상용화 붐이 일었는데 최근에는 전기차가 정말 친환경차인가, 정책적으로 확대 보급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성찰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기차가 배기가스 무배출차량이 아니며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 순간부터 다양한 정책 선택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먼저 전기차 보급 보조금을 줄이고 수송용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킬 명분이 생기게 된다.

전기차에 꽂혀 있던 친환경차 보급 정책도 하이브리드나 수소차 등으로 다양화시킬 수 있다.

휘발유나 경유 등 내연기관자동차의 대기환경성능을 개선시키는 기술개발 노력도 바람직해 보인다.

아직까지는 전기차 보급 댓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회 충전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등 기술 진화로 올해부터 전기차 보급이 상당 수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보급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 전기차와 관련해 추가로 계획중인 연구가 있는지.

- 올해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유발되는 환경 오염 문제와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면서 쓰고 남은 수많은 폐배터리가 발생하게 된다.

자동차 전력화와 맞물려 폐배터리에서 유발되는 중금속 공해와 재활용 처리 방안, 사회적 비용 등도 들여다 봐야 할 시점이다.

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의 환경 성능을 재평가하고 저공해자동차 등급을 조정하는 연구를추진해줄 것도 제안한다.

전기차에서 배출되는 유해 배기가스에 대해 공정하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연구진을 구성해 대기환경보전법에서 규정하는 저공해자동차 중 어느 등급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하고 구매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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