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재 환경부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이영재 박사의 ‘환경 그리고 자동차’⑩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을 어느 자동차가 더 많이 배출시키느냐는 정부가 환경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차량 선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나 이해가 필요한데 자동차 환경 오염 기여도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발표 또는 인용하는 기관마다 자동차별 환경 오염 정도가 다르고 심지어 오염 기여도 순위가 뒤바뀌기도 한다.

자동차 구동방식을 포함해 어떤 연료를 사용하느냐 등 다양한 변수들이 환경 성능을 결정짓게 되는데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잘못 알려지거나 왜곡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자동차 배출 유해물질은 CO(일산화탄소), HC(탄화수소), NOx(질소산화물), PM(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인 CO₂(이산화탄소) 등이 해당되고 이들 유해물질 배출량은 연료, 자동차 엔진 및 배기 후처리장치 등과 복잡하게 연관되어있다.

우선 연료 특성만을 놓고 보면 탄소 수가 적고 수소 수가 많을수록 청정하다고 볼 수 있다.

탄소(C) 수는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가장 적고, 부탄(C4H10)이 주성분이고 계절에 따라 프로판(C3H8) 추가되는 LPG(액화석유가스), 복합탄화수소계열인 휘발유(C8H18, C4∼C12), 이보다 탄소수가 더 많은 경유(C12H26, C16∼C32) 순으로 많아진다.

자동차 엔진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과 CO₂는 탄소수가 많을수록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연료별 배출량은 천연가스가 가장 적고 경유가 가장 많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물질은 엔진 내에서 연소돼 배기관을 통해 배출된 이후 후처리장치를 통해 다시 걸러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엔진기술과 후처리기술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CO₂는 엔진 기술 즉 자동차 주행 효율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 디젤 엔진 온실가스는 가솔린 보다 덜 배출

자동차 엔진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 스파크에 의해 연료를 점화시켜 연소하는 스파크 점화 엔진 그리고 연료가 스스로 착화해 연소하는 압축 착화 엔진으로 나뉜다.

가솔린 엔진, LPG 엔진, 천연가스 엔진은 스파크 점화 엔진에 해당되고 디젤 엔진이 압축 착화 엔진 방식이다.

압축 착화 엔진인 디젤 엔진은 엔진 실린더 내에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인데 엔진 원리상 효율이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연료를 덜 소비하게 된다.

경유 자체의 탄소 수가 많지만 CO₂는 휘발유 엔진보다 오히려 적게 배출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 연소 과정에서 압축 착화 엔진인 디젤 엔진은 스파크 점화 엔진보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원천적으로 많이 배출하게 된다.

스파크 점화 엔진은 연료와 공기를 사전에 혼합해 연소실에 공급하기 때문에 균일하게 혼합된 공기와 연료가 연소하게 된다.

반면 압축 착화 엔진은 엔진 연소실에 공기를 먼저 흡입, 압축한 이후 연료를 분사, 연소시키기 때문에 연료와 공기가 균일하게 섞이지 않고 국부적으로 농후하거나 희박한 상태로 연소되면서 원천적으로 매연과 질소산화물이 다량 발생하는 구조이다.

스파크 점화 엔진은 균일 혼합기 연소로 원리상 미세먼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HC, CO, NOx 등 세 가지 유해가스를 주로 배출한다.

하지만 이들 세 가지 유해가스를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삼원촉매라는 후처리 장치를 엔진 배기관에 장착해 HC와 CO는 태우고 NOx는 질소와 산소로 환원해 90% 이상을 정화한다.

삼원 촉매 장치는 가격이 저렴하고 오래전에 기술이 확립돼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도부터 의무화되어 있다.

◇ NOx 추가 규제 시행되면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수준 될 것

반면 디젤 자동차가 HC와 CO를 줄이기 위해서는 DOC(디젤산화촉매, Diesel Oxidation Catalyst)라는 후처리촉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는 DPF(디젤매연여과장치, Diesel Particulate Filter)라는 후처리촉매, NOx를 줄이기 위해서는 SCR(선택환원촉매,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또는 LNT(흡장형트랩, Lean NOx Trap)라는 NOx저감촉매 장치를 각각 장착해야 한다.

특히 이들 기술은 한 번에 적용된 것이 아니라 기술의 개발 완성도와 가격 적정성에 따라 시점을 달리하며 적용됐는데 DOC는 유로(Euro) 3 또는 유로 4 배출허용기준인 2000년대부터, DPF는 유로 5 기준인 2009년부터, SCR 또는 LNT는 유로 6 기준인 2014년부터 순차 적용되었다.

따라서 동일한 디젤자동차라고 해도 어느 연식(배출허용기준)의 차량이냐에 따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이 같은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디젤 자동차 전체의 환경 오염 여부를 논하는 것은 자칫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결과를 초래해 오해를 불러오거나 또는 유리한 데이터만 취사 선택해 강조하면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DPF는 미세먼지를 필터로 강제로 포집해 태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매연포집율이 90% 이상으로 높다. 따라서 DPF가 장착된 유로 5 규제 이후의 디젤 차량은 미세먼지가 가솔린엔진, 정확히는 흡기관내 연료 분사방식의 가솔린 엔진과 유사한 수준으로 배출된다.

미세먼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다량 배출되는 디젤 차량은 DPF가 의무화되기 이전의 차량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셈이다.

한편 미세먼지의 2차 오염물질인 NOx 저감 촉매는 기술이 복잡한데 유로 6 디젤 차량의 실험실 인증 시 배출량은 가솔린차보다 약간 높다

유로 6 기준 디젤 승용차의 NOx 배출 허용기준은 km당 0.08g으로 가솔린 승용차의 허용기준인 0.06g/km 보다 높다. 하지만 실 도로에서는 NOx 배출량이 훨씬 더 많아 이른 바 폭스바겐 스캔들의 배경이 된 바 있다. 실험실 인증 과정과 달리 장치를 조작해 실 도로 주행 과정에서는 수십 배 많이 NOx가 배출되도록 했던 것인데 지난 해 하반기 이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해 9월 이후 디젤 자동차 NOx의 실 도로 배출가스(RDE : Real Driving Emission) 규제를 도입하여 NOx 배출량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는 실험실 인증 값의 2.1배 이내를 만족하면 되는 수준으로 RDE 적용 유로 6 차량도 가솔린차에 비하면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로 예상되는 차기 규제가 시행되면 디젤 차량에서 유발되는 NOx 배출량은 가솔린 차량과 점차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