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도입선 다변화 및 생산국과 협상력 강화
파이프라인으로 일본‧중국 공급, 허브 구축 유리
LNG 가격 낮아졌지만 유럽서 여전히 PNG가 우위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창이던 두어달 전만 해도 러시아 PNG(Pipeline Natural Gas) 도입은 에너지업계에서 논의 조차 안될 만큼 현실성이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노력 끝에 북한이 극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오면서 ‘남·북·러 3각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처럼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 지난 10년간 러시아 PNG 사업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에너지산업과 경제에 막대한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업계에서는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사업을 놓고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2008년 수립된 러시아 PNG 도입 노선 계획

◆ LNG 보다 가격경쟁력 우위

우선 100% LNG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PNG를 도입할 경우 도입방식 다변화 및 LNG 협상력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산 LNG 물량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태평양을 건너오는 막대한 운송비용까지 포함한다면 러시아산 PNG가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된다.

LNG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럽시장은 러시아 PNG와 LNG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에도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PNG는 전체 유럽 가스수요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산 LNG 가격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러시아 역시 향후 PNG 가격을 낮출 여력이 충분하다”며 “한국 역시 PNG 도입 인프라를 구축해 유럽이나 중국과 같이 싼 가스를 공급받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신보도(EnergyWorld)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가즈프롬에서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은 8.1% 증가했으며, 올해 역시 유럽 가스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가즈프롬 알렉시 밀러(Alexey Miller) 회장은 발표했다.

가즈프롬의 지난해 유럽 수출량은 1939억 Bcm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회사의 총 생산량은 471Bcm에 달해 전년비 12.4% 증가했다.

가즈프롬 수출 대표인 엘레나 버미 스트로바는 “지난해 가즈 프롬과 유럽 고객 사이의 제휴 관계는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미국의 LNG 공급은 두렵지 않다”고 자신했다.

LNG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유럽시장에서의 LNG와 PNG의 경쟁구도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역시 러시아와 파이프라인 가스 계약을 늘려가고는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향후 미국과의 FTA 재협상에 따라 LNG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는 만큼 단순히 가격만 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LNG 가격이 향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설치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제정세를 지켜보며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 건설 계획 중인 러시아-중국 간 PNG 노선도

◆ 동북아 가스 허브 한걸음 더

산업부 백운규 장관은 지난해 9월 제57차 공학한림원 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 ‘동북아 가스 허브’ 구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의 LNG 수요는 전 세계의 60%에 달하지만 역내 가스생산 부재로 미국·유럽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 수요처인 동북아 지역 중 1~2곳에 대규모 비축 기지, 즉 ‘동북아 가스 허브’가 구축된다면 LNG 생산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갖게 된다.

북한을 경유하는 PNG 사업은 이 동북아 가스허브 사업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을 경유해 들어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국내에서만 소비되고 그치는게 아니라 해저배관을 통해 일본이나 중국으로 공급되는 것.

예를 들어 러시아산 가스를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에 저장해 놓고 일본 후쿠오카로 송출을 한다던지, 현재 제5 LNG 기지 유력 후보지인 충남 석문기지에서 중국 보하이해 경제권으로 배관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즉 LNG와 PNG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동북아 천연가스 허브가 구축되는 것이다.

향후 동북아 국가들이 효율적 LNG 도입 및 가스허브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 PNG 사업도 3개국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경유하는 PNG 사업과 관련해 산업부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공급안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북핵위협 및 러시아와의 관계 등 국제 정세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장기적 안목에서 신중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0년 한-러 수교 이래 러시아 PNG 도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2008년에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PNG 도입에 합의하고, 북한을 경유하는 구체적 노선도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권력을 잡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며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돼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 사업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논의하면서 부터다.

송 의원은 당시 “안보와 경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러시아 천연가스관 연결을 통해 에너지공급원을 다각화할 수 있으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평화체제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