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한전KPS 정의헌 사장이 물러났다. 

한국석유관리원 신성철 이사장도 옷을 벗었다.

이들 공공기관장 모두 이달 들어 자진 사퇴 형식을 빌어 사임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임기가 상당 기간 남아 있다는 점이 그렇다.

지난 해 1월 취임한 한전KPS 정의헌 사장은 임기가 2020년 1월까지로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석유관리원 신성철 이사장은 2016년 11월 취임해 1년 10개월 정도 잔여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물러났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기관장 모두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의 수장들은 정치권이나 행정부 출신 인사들이 임명되어 왔다.

정권 창출에 공이 큰 정치권 인사에게는 보은 차원에서, 행정부는 자기 밥그릇 챙기겠다며 퇴직 공무원이 머물다 가는 자리 쯤으로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등 주요 보직을 이용해 왔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정피아, 관피아라고 부르지 않는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피아, 관피아의 폐해가 집중 부각되면서 공공기관장 적격 인사로 기관 내부 출신 전문가들이 조명받아 왔고 한전KPS나 석유관리원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실제로 한전KPS 정의헌 사장은 지난 1985년 입사 이후 기획처장과 재무처장, 감사실장, 경영관리본부장 등 핵심 요직을 모두 거친 전문가중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석유관리원 신성철 이사장 역시 1984년 신입 공채 1기로 입사해 석유 품질 검사, 시험, 연구 등 모든 분야를 섭렵한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우연치고는 석연치 않게 새 해로 넘어가면서 모두 자진 사퇴하며 물러나고 있다.

그리고 관가에서는 정부에서 사퇴를 압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도마위에 오르는 이슈중 하나가 코드 인사 문제다.

정권이 임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을 내쫒고 새 정권 입맛에 맞거나 보은해야 할 인사들을 앉혀 왔던 것인데 현 정부에서도 구태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정권이 지향하는 정책이나 로드맵과 궤적을 같이 할 인사는 분명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면 행정부 수장들을 새로 임명하는 이유 역시 정권이 지향하는 정책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권 코드와 발맞추지 않으면 국정 혼란이 야기될 만한 역할을 한전KPS나 석유관리원이 맡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한전 KPS는 한전 산하 발전 설비들의 책임 정비를 묵묵히 수행하면 될 뿐이고 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를 근절시키고 세원 낭비를 막는 역할에 충실하면 되니 정권의 국정철학이나 가치와 연관 지을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남은 임기가 아직 창창한 이들 기관장들은 스스로가 물러나는 형식으로 옷을 벗었다.

국회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1곳 중 20곳의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면서 업무 공백을 겪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 기관장 상당수가 임기 만료 이전에 스스로 옷을 벗었기 때문인데 그 대열에 한전KPS와 석유관리원 두 곳의 기관장이 추가됐다.

진정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전KPS와 석유관리원 같은 소규모 공조직 조차 기관장 성향이 정권과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같아야만 하느냐는 점이다.

진심 아쉬운 것은 한전KPS 정의헌 사장이나 석유관리원 신성철 이사장 처럼 해당 기관에서 오랜 세월 공력을 키워온 전문가들을 또 다시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자리는 정피아, 관피아로 상징되는 인사들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이런 구태가 반복되는데서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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