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허은녕 교수]
정부, 부실운영 공기업 처벌하더라도 민간기업은 해외진출 장려해야
러시아 PNG, 굳이 도입필요 없어…다른 분야 성과내면 될 것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 지나친 보조금 정책대신 기술개발지원 통해 전기차 가격 낮춰야·원유 생산·수요간 균형 시점 2019년으로 늦춰져 -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허은녕 교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허은녕 교수는 에너지정책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인물로 꼽힌다.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을 맡고 있고 서울대 신재생 원천기술연구센터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정부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허은녕 교수는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정책 일관성 결여로 인해 투자 적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 PNG도입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사업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굳이 PNG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허 교수는 지난달 13일 산업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외국인공무원 대상 대학원 과정 교육사업인 국제에너지정책과정을 운영하면서 인재를 배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에너지자원 정책연구 뿐 만 아니라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 허은녕 교수에게 국제 자원시장의 현 상황과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세계에너지협의회(WEC)’에서 발표하는 ‘세계 에너지 삼중고 지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대상국 중 30위권에 진입했는데 어떤 의미로 평가해야 하는지.

- 한국의 에너지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음이 이제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제대로 순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안보, 형평성, 환경지속가능성 등 3가지 에너지 지표의 평가에서 한국의 경제‧사회‧정치의 수준과 비슷한 지표가 처음으로 하나 생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데, 지속적으로 달라지는 정책노선이 최근 문제로 지적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한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실패로 인해 민간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현재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10~15년 마다 달라지고 있다. 역사를 보면 1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은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1년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 정권 때부터 이명박정권시절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해외자원개발을 한창 제한할 때는 저유가였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 투자했던 외국의 회사들은 최근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재로써는 해외자원개발 투자 적기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 아닌가한다.

또한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공기관과 민간영역의 바람직한 역할의 경우 물론 투자에 실패한 공기업은 당연히 그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하겠지만, 관계없는 민간기업들은 해외자원개발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북미 셰일오일 개발이 확대되는 것은 OPEC 주도의 화석연료 주도권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향후 중장기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주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시는지.

- 현재 두바이, 브렌트 시장의 원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선을 넘어선지 오래이고, 미국NYMEX의 WTI 가격도 6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60달러의 석유가격을 저유가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OPEC이 감산에 합의한 게 2016년 9월 말이다. 감산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우디아라비아 영향이 컸다. 사우디 정부가 경제 침체의 해결을 위하여 준비 중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높을수록 상장의 효과가 크고, 유가가 더 높이 올라가면 상장을 할 필요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사우디 정부의 유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높으며,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제상황이 호황으로 가면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공급량보다는 수요량에 더 많이 반응한다.

또한 석유의 수요량도 중요하지만 특히 경제 전체의 총수요, 즉 경기에도 크게 반응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국제원유 생산량과 수요량이 2017년 말에는 균형을 이룰 것이며, 국제원유가격이 일정한 가격대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그 시기를 2019년으로 수정했다. 셰일오일 생산으로 예상보다 천천히 원유수요의 상대적인 증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발표다.

그 주 원인은 바로 세계 경제상황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현재 공급이 충분해 원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도 원유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높은 원자재가격, 높은 이자율, 높은 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 화석연료 특히 석유 편중도가 심한 에너지 세제 구조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 원칙적으로는 모든 수입 에너지원에 비슷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는 모두 사용하는데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금의 경우 사용기기의 형태, 소유구조, 부과방식에 따라 고려사항이 많다. 단순 편중도 만으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 새 정부 들어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PNG 도입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현 가능성과 이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 새 정부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요한 이슈로 내건 것이지 반드시 PNG를 하자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굳이 PNG사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의 사업에서 협력성과가 나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PNG사업을 추진하면서 직접 배관을 연결하는 대신 러시아산 LNG를 싸게 들여오거나 러시아의 항만 건설사업 등에 참여해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에너지가 중요한 사업 아이템이긴 하지만 굳이 PNG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 최근 정부가 내연기관차를 환경친화적인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각에서 전기차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조금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전기생산 원가가 중요하다. 원가가 국민이 부담하는 진짜비용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라고 무조건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는 없다.

보조금 관련해서는 미국도 현재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구입보조 보다는 전기차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자동차 원가를 낮추도록 유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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