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료전지 개발…LPG활용해 전기생산 ‘재난대응 핵심’
에너지 자립형 LPG 주택, 연료 끊겨도 1달간 생활 가능
재해대응 형 LPG공급시스템, 재해 대피소 중심으로 확대

▲ 일본LPG협회가 보급중인 재해대응 형 LPG 공급 시스템.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이제는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지진(규모 5.8)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포항지진(규모 5.4)가 발생하며 온 국민을 ‘지진포비아’에 빠뜨렸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포항지진은 아직도 여진이 계속 발생하면서 인근주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진 없이 너무 평온하게 살아왔기 때문일까. 포항지진 발생당시 우리나라의 재난대응능력은 실망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내진설계가 미비한 건물들은 너무도 쉽게 부서지고, 무너졌다. 공포에 질린 이재민들은 대피소에 모여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 받아야 했다.

반면 1923년 관동 대지진,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등 굵직한 지진들을 경험해 본 ‘지진선배’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다각도의 재난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특히 일본의 재난대비책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LPG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발전하고, 발전과정 중 발생한 폐열은 온수, 난방에 활용된다. LPG하나로 전기, 온수, 난방 세 가지가 모두 해결되는 셈.

연료전지는 연료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활용하기 좋은데, 이는 LPG가 타 연료에 비해 비상시 수송이 용이하며 휴대, 보관도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찌 보면 그동안 난방‧수송 역할만을 담당했던 LPG의 ‘재발견’이라고도 볼 수 있다.

◆ LPG사용해 발전‧온수·난방까지…‘만능 일꾼’ 연료전지

지난 2013년 1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이하 AIST)는 부탄을 연료로 이용하는 휴대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스템의 전극에 나노미터 크기의 산화 세륨 입자를 사용해 부탄 연료의 개질 없이 직접 공급이 가능하다. LPG를 이용할 경우 수소나 메탄가스에 비해 휴대가 편리하고, 열분해에 의한 탄소 석출이 쉽다.

AIST가 개발한 휴대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시작한 지 2분 이내에 400도의 열을 발생시키며, 직류 5V 구동 USB 기기를 작동할 수 있다. LED 조명을 사용할 경우 실린더 1개당 24시간 사용 가능하다.

AIST는 ‘상용 전원이나 급속 충전기의 확보가 곤란한 비상 재해시나 야외 활동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LPG를 이용할 경우 수소나 메탄가스에 비해 휴대가 편리하고, 열분해에 의한 탄소 석출이 쉬운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AIST에 의해 연료전지가 개발된 이후 일본의 가스유통업체들은 앞 다퉈 연료전지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국민들의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은 실로 대단했다. 일본 도쿄가스는 자사 연료
전지 상품인 ‘에너지팜’이 출시 된지 약 5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만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내 유력 대기업인 미쓰비시가 한번 완전충전 후 10시간 동안 사용가능하도록 설계된 ‘MEGASEG’를 출시했고, 혼다의 경우에는 프로판을 활용한 연료전지 ‘EU15iGP’를 출시하는 등 대기업들도 연료전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연료전지 시장은 계속된 재난위험으로 인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재난대비 ‘에너지 자립형 주택 시스템’, 비상 시 한 달간 생활가능

일본에서 재난대비용 주택인 ‘에너지 자립형 주택 시스템’도 개발돼 화제가 됐다.

일본 주택회사 ‘아이플홈’이 개발한 에너지 자립형 주택 시스템은 자립형 열병합 발전기와 150kg의 대용량 LPG 벌크 용기가 조합된 상품이다.

LPG연료가 100kg 이상 남아있을 경우, 1kW의 발전량을 가진 열병합 발전기를 돌려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1개월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발전 시 나오는 폐열은 온수나 난방으로 활용된다.

아이플홈 측은 ‘LPG를 활용하면 석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일 수 있고, 도시가스(LNG) 대비 열량이 높아 효율적’이라며 ‘자립형 시스템 주택은 후쿠시마 대지진과 같은 위기 시 비상 재해 활동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LPG협회, 학교·복지시설에 ‘재해대응 형 LPG 공급 시스템’ 보급

최근 일본LPG협회는 전기나 도시가스의 공급이 끊어진 후 LPG를 통한 신속한 에너지 복구 체계를 갖추기 위해 ‘재해대응형 LPG공급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이는 대용량 LPG탱크와 공급설비(계량기, 압력조정기 등), 소비기기(스토브, 난방기, 발전기)를 묶은 시스템으로, 탱크 용량은 300kg•500kg•1000kg의 3가지 타입이 있다.

재해 대응용으로 설계된 것이니 만큼 철재 토대 위에 고정 설치돼 높은 내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교와 복지시설, 마을회관 등 재해 시 대피집합소로 활용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설치가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LPG협회 관계자는 “재해 발생시 초기 대응에서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발생 직후 48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재해대응 시스템은 탱크에 LPG가 절반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대략 4일 동안 에너지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혼다가 개발한 연료전지인 ‘EU15iGP’의 모습.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