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활용에너지 ‘LNG 냉열’ 개발, 다시 달리는 화물차
환경급전 반영 8차수급 계획, LNG 발전 역할 기대
자가열병합발전 등 분산전원 지원 정책은 미지수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천연가스업계는 수년째 국내 공급포화 및 타 연료와의 경쟁까지 심화되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수요확대를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각개전투 벌여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탈원전·탈석탄’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거침없는 속도를 내면서 천연가스업계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부지런히 해왔다.

앞으로도 에너지시장 패러다임이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변화함에 따라 발전시장 뿐만 아니라 산업과 수송, 가정용 부문에서도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숨겨있던 수요의 재발견

우선 LNG 기지에서 기존에 활용하지 않고 버려지던 LNG 폐열을 활용하는 방안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돼 관심을 끌었다.

▲ 인천신항 LNG 냉열이용 냉동·냉장 클러스터 조감도.

인천항만공사는 오는 2020년 23만㎡ 규모로 ‘인천신항 LNG 냉열이용 냉동·냉장 클러스터’건설을 계획 중이다.

향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LNG 기화과정(-162℃→0℃)에서 발생하는 미활용 초저온 냉열 에너지(-160℃)를 가스공사의 송도 LNG 기지에서 신항 배후단지로 이송해 냉동·냉장 창고에 활용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탱크로리를 이용, LNG(-162℃)를 물류단지로 이송해 LNG 냉열을 활용할 경우 전기요금 및 냉동설비투자비 절감효과와 함께 시간당 최대 3톤의 천연가스 신규 수요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좌초됐던 LNG 화물차 사업도 올해 다시 추진키로 했다. 올해말까지 LNG 완성차를 개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시범운행 및 타당성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관건은 역시 초기 충전 인프라 확충이다. 시범운행되는 LNG 화물차 1대 외에 이렇다할 시장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다보니 정부의 지원없이 민간이 자립해 충전소를 지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전기나 수소 충전소 정책과 같이 정부 주도의 선투자가 이뤄져야 2008년과 같은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한편 현재 LNG 충전소는 전국에 7개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LNG 화물차가 원활히 운행되기 위해선 40여개의 충전소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이지만 단기에 달성이 가능한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LNG의 역할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8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됐다. 지금의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면 2030년 이후에도 가스발전과 신재생의 설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에는 올해에 비해 원전·석탄 발전의 합은 총 15.6%p 감소하는 대신 신재생·LNG 발전의 합은 15.7%p 증가하는 등 15%p이상의 비중을 발전원간에 주고받게 된다.

◆ 천연가스만으로 가정용 에너지 해결?

가스공사는 올해 천연가스와 태양광만으로 전기, 냉방, 난방 등 가정용 에너지를 자족할 수 있는 친환경 주택단지를 조성해 ‘천연가스 수요개발 모델’의 결정체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 천연가스타운 조감도.

가스공사는 오는 2019년 에너지 절감효과가 우수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형태의 40~60평형 단독주택 50여 세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천연가스타운에는 연료전지와 초소형 열병합발전시스템인 마이크로 CHP(m-CHP) 1kW급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양광 3kW급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냉방은 GHP를 가동해 가스냉방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연료전지는 외부에서 공급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연속적으로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형 전지를 말한다. 화학적으로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천연가스가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가스공사의 신수요 창출은 물론 동하절기 수요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 7월 20년 장기계약 미국산 LNG 물량이 내달 국내 최초로 입항했다. 사빈패스 첫 카고가 국적선 SM Eagle호에 선적되는 모습.

한편 지난 7월에는 20년 장기계약 미국산 LNG 물량이 내달 국내 최초로 입항했다. 가스공사는 미국 셰일가스 혁명 초기인 지난 2012년 사빈 패스(Sabine Pass)와 장기 LNG 매매계약을 체결해 아시아 최초로 미국산 LNG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가스공사는 계약에 따라 사빈 패스 LNG 터미널로부터 2017년부터 2036년까지 20년 동안 연간 280만 톤의 LNG를 국내로 도입하게 된다.

장기계약에 따른 최초의 미국산 LNG는 전용 국적선(7만4000톤급)으로 수송돼 오는 7월 한국가스공사 통영인수기지에 하역될 예정이다.

사빈 패스 LNG 수출터미널은 셰니어 Energy사에 의해 당초 LNG 인수터미널로 건설됐으나 미국 셰일가스 매장량 및 생산량 급증에 따라 2011년 이후 LNG 수출터미널로 전환, 2018년까지 연간 1600만톤의 LNG 생산능력을 보유 예정이다.

가스공사의 미국산 LNG 수입(연간 수입액 약 10억달러 추산)은 종래 중동 중심의 LNG 공급선을 다변화함으로써 국내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 강화에 기여하는 한편 한·미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및 협력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가스공사 지난 12일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 수행 출자 법인인 Kogas Iraq B.V가 투자비를 100%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주바이르 사업 현장.

◆ 소외되는 가스냉방·자가열병합발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 천연가스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스냉방업계에서는 ‘딴나라 이야기’로 들린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스냉방은 분산전원으로 전력피크 수요 억제는 물론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9.15 순환 정전을 기점으로 보급에 탄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기저발전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전력수급 안정화로 인해 다시 외면받는 신세가 됐다.

정부와 국회의 관심에서도 서서히 멀어졌다. 정부는 올해 가스냉방 장려금에 대해 ‘본 예산외에 추가접수는 없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해마다 본 예산의 두배에 달하는 추가접수 예산이 집행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장려금은 사실상 반토막난 셈이라고 업계는 토로한다.

특히 정부가 올해에는 가스냉방 장려금 본 예산 외에 더 이상의 추가접수는 없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 같은 불만은 더 커져갔다.

자가열병합발전 역시 활성화가 되기 위해선 설치장려금 확대나 전용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요구하지만 정부정책에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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