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몇년 동안 빠른 증가세를 보이던 석유수입사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석유수입사들의 주요 4개 석유제품, 즉 휘발유·등유·경유·벙커 C유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1.4%, 2001년 3.1%, 2002년 6.9%로 매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석유수입사 시장점유율은 2003년 6.2%에 그치더니, 작년에 2.9%로 떨어졌고 금년 7월에는 1.7%로 떨어졌다.

석유수입사의 시장점유율 감소는 직면한 시장 환경과 관련한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제시장의 석유제품가격 폭등이 석유수입사의 영업환경을 악화시켰다.

원유가 상승기에는 제품가격이 원유가 상승폭을 앞지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이러한 국제시장 제품가격 상승과 운송비 상승이 석유수입사의 가격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둘째, 원유와 석유제품간의 관세차이 확대는 석유수입사의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유와 석유제품 관세는 2002년까지 모두 동일하였으나 현재는 원유 1%, 석유제품 5%로 4%포인트의 차이를 두고 있다.

셋째, 주유소의 상표표시 위반에 대한 단속 강화로 석유수입사의 판매경로 확보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주유소의 비상표제품 표시방법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고 상표표시 단속이 강화되면서 정유사 상표표시 주유소가 석유수입사 제품 구입을 꺼려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수입사들은 현물시장에서 정유사와의 무리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시장점유율은 페타코·휴론·타이거 오일 등 대형 수입사들의 퇴출과 함께 급속히 감소했다. 그렇다면 국내 석유시장에서 수입사의 시장점유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1990년대 후반 정부가 시행한 일련의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에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석유제품 수입자유화로 국내 석유시장에 경쟁을 유입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 오랫동안 정부는 석유제품 수입규제와 가격규제를 통해 국내 정유사간의 제한적인 경쟁만을 허용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자유화와 가격자유화로 전형적인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이 밖으로부터 경쟁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기업이 활동하는 과점시장에서 기업들 사이의 경쟁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며,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기업의 초과이윤은 소멸되어 간다.

따라서 과점기업들은 기회만 있으면 경쟁의 압력을 완화시키고 상호 협조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독점적인 이윤을 축적하려 한다. 석유 수입자유화는 과점기업인 정유사들의 그런 시장행위에 큰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됐다.

석유수입사의 등장과 수입 석유제품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정유사가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했다.

한편, 석유산업의 중요한 특성은 원유를 도입해 소비지에서 석유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이른바 ‘소비지정제’를 위주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제품수입에 비해 소비지정제가 공급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원유를 도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자국의 수요구조와 품질규격에 맞는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석유제품이 원유에 비해 수량과 가격의 변동 폭이 크므로 원유를 도입해 자국에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국내 공급물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정부는 정유사의 소비지정제를 통한 석유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석유수입사의 제품수입을 통한 석유시장의 경쟁촉진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그러한 정책목적과 관련한 정책수단으로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관세차, 정유사와 석유수입사에 부과하는 비축의무, 국내 정제제품과 수입제품에 대한 품질검사제도 등이 있다.

정부는 이들 정책수단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면서 두 가지 정책목적을 조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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