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패스 기술기준 대신 단속원이 손으로 주유기 검량
홈로리 호스 길이*재질, 태생적 정량 검사 오차 원인 제공
한 해 수백여 석유사업자 적발, 검사 신뢰도에 치명적 결함 노출

▲ 석유관리원 단속 반원들이 주유소에서 정량 여부를 검사중이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의 석유 이동판매차량(이하 홈로리)이 정량 미달 판매로 적발돼 처분받는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유기 노즐과 호스가 정량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고정식 주유기와 다른 재질 때문에 태생적으로 정량 준수가 어렵다는 것인데 특히 한국석유관리원의 정량 검사 방법에 따라서도 측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국가 기관의 분석이다.

이 같은 지적이 사실이라면 급증하는 홈로리 정량 미달 검사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피검사자인 주유소 등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 등 석유 판매 사업자가 운영하는 홈로리 정량 판매 검사는 법정기관인 석유관리원이 독점 수행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홈로리 정량 미달로 적발된 석유판매사업자는 2013년 6개 업소에 그쳤는데 2015년에는 53개 업소로 늘었고 지난해는 무려 215개 업소가 단속됐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42곳이 적발됐다.

정량 미달 행위는 양을 속이고 부당 이득을 취하기 위해 홈로리 주유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홈로리 주유기 재질 특성이나 석유관리원 단속 과정에서의 측정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공적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다.

 

◇ 주유소 고정 주유기와 달리 홈로리 호스는 길고 유연해

주유소 처럼 고정된 장소에서 차량을 대상으로 석유를 판매하는 경우와 달리 홈로리 주유기호스는 길이가 길고 재질도 다르다.

난방용 유류 등을 배달 판매하는 특성상 위험물안전관리법령에 근거해 지상에서 최고 6층 높이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홈로리 호스 길이를 최대 50미터까지 허용하고 있다.

철심이 박혀 있는 주유소 고정 주유기와 달리 홈로리는 50미터에 달하는 주유 호스를 릴(reel)에 감아야 하기 때문에 재질도 다르다.

딱딱한 주유소 주유기 호스와 달리 플렉시블(flexible)한데 이로 인해 정량 측정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국가 관련 기관들의 지적이다.

계량 검정 행정을 담당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이나 주유기 검정 공인 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하 KTC) 모두 플렉시블한 재질의 홈로리 주유기 호스 특성상 정량 측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KTC 계량평가센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유소에 설치된 고정식 주유기는 호스에 철심이 박혀 있고 호스 길이가 짧은데 반해 홈로리 주유 호스는 50미터에 달하고 유연해 기름 토출 과정에서 호스가 수축 팽창되면서 정량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로리에서 펌프로 석유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호스에 압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호스 길이가 길고 플렉시블한 소재로 만들어진 영향으로 수축, 팽창 현상이 생기면서 소비자가 주문한 정량 보다 더 또는 덜 주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표원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데 최근 KTC, 주유기 제작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홈로리 주유기 노즐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정량 오차 극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표원 계량측정제도과 관계자는 “홈로리는 석유를 이동판매하는 특성상 호스 길이가 길어 딱딱한 재질은사용할 수 없어 주유 과정에서 발생한 압력이 호스의 수축 팽창을 일으키면서 법적 정량 오차를 벗어나는 문제가 일어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관련 업계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 검량 방식 따라 정량 결과도 달라져

정량 단속 기관인 석유관리원의 검사 방법에 따라서도 측정 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표원이나 KTC는 정량 검정 과정에서 ‘프리 패스(free pass)’ 기준을 적용하는데 반해 석유관리원은 단속반원 마다 검량 방식이 달라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되면서 올해 부터는 프리패스 방식으로 일원화됐다.

셀프주유기 처럼 희망량을 기계적으로 미리 셋팅해 주유하는 ‘프리 패스’ 방식은 국표원과 KTC가 ‘액체용 계량기 기술기준’에 근거해 주유기 검정 오차 발생 여부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법정 정량 단속 기관인 석유관리원은 단속원이 주유기를 손으로 직접 조작해 정량 검사를 위해 요구되는 양을 채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식이 정량 측정 결과를 왜곡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프리패스방식으로 주유량을 측정하면 호스에 발생하는 압력이 없는데 반해 주유기 건을 잡았다 놨다 하는 방식으로 검량을 하게 되면 호스내 유속 변화가 발생하는 등의 영향으로 압력이 형성돼 정량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석유관리원의 이같은 검량 방식에 피검사업체가 문제를 제기해 올해부터는 프리패스 방식으로 정량 측정 방식을 통일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량 미달로 적발된 홈로리 사업자들이 단속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주유기 법정 검정 기관인 KTC에서 공인을 받았고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석유관리원 단속에서는 정량 미달로 판정돼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강세진 사무총장은 “주유기는 2년마다 국가 공인기관인 KTC에서 정량 검증을 받고 조작방지를 위해 봉인 조치까지 하는데 석유관리원 정량검사에서는 정량 미달로 적발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 공인기관인 KTC의 정량검사와 봉인을 믿고 홈로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석유관리원 단속에서 적발된다면 정량 검사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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