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자-농민 사이에 음성적 거래…농민, ‘알고도 구매’
빼돌린 면세용 경유, 일반경유로 판매하면서 세금탈루
등유판매업계, ‘불법유통된 등유, 업계 유통질서 저해’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우리나라 은어에는 ‘두 사람이 공모해 한사람을 골탕먹인다’라는 뜻인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들 사이에 널리 쓰이고 있는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은 원래 도박에서 비롯됐지만, 석유업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석유업계에서 음성적으로 만연해 있는 ‘면세유 유용’의 이야기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신성철)이 경찰과 공조해 대전‧충남지역의 면세용 경유를 취급하는 농가 69곳을 집중 조사한 결과 28곳의 농가에서 면세용 경유가 아닌 등유, 가짜경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관리원 측이 불법 석유 유통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면세용 경유 대신 가짜경유, 등유를 불법공급한 주유소, 일반판매소 18개 업소를 적발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면세용 경유 유용은 올해 집중단속지역이었던 대전‧충남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음성적으로 만연해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수법은 공급자인 석유사업자가 수요자인 농민들과 짜고 면세용 경유대신 가짜경유, 등유를 공급하는 대신 농민들에게 원래가격의 일부를 현금으로 보전해준다.

경유와 물성이 비슷한 가짜경유, 등유를 농기계에 주유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는데다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구할 수 있는 농민들은 오히려 이 같은 불법석유를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공급자와 수요자의 ‘짜고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공급자인 주유소와 수요자인 건설장비 운전사사이에 음성적인 거래로 이뤄지는 가짜경유 유통방식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불법 석유사업자는 빼돌린 면세용 경유를 비면세 경유로 둔갑시켜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전형적인 세금탈루인 셈이다.

설령 관리당국에 단속되더라도 석유사업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영업적인 타격이 큰 주유소대신 ‘방패막이’ 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둔 일반판매소를 내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면소재지에 위치한 주유소-판매소간 수평거래를 허용하는 바람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관련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또한 등유판매업계는 불법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 등유가 유통질서를 저해한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관계자는 “면소재지의 주유소와 판매소간의 수평거래허용으로 주유소업자가 판매소를 타인명의로 임대해 처벌이 약한 판매소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면세경유 유용으로 인해 판매소가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산업부는 관련정책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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