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기계전자시험연구원(KTC) 박규백 책임 연구원]
실제 주유량 보다 많게 표시? 현장서 QR코드로 즉각 대조, 확인
보안모듈 장착, 펌웨어 위·변조 불가능…유가보조금 부정 수급도 방지

▲ 한국기계전자시험연구원 박규백 책임연구원.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도로공사 고속도로 주유소에 시범 운영…농협주유소에도 확대 추진-

석유 정량 미달 판매는 소비자에게는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주유소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도 추락까지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워낙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불법 석유 유통 법정 단속 기관인 석유관리원은 암행 단속 기법인 비노출검사 차량까지 동원하며 정량 미달 뿌리 뽑기에 나설 정도다.

그런데 법정 주유기 검정 기관인 한국기계전자시험연구원(이하 KTC)은 최근 암호화된 QR코드를 활용해 소비자가 직접 정량 미달 주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KTC는 이 시스템을 도로공사 고속도로 충주주유소에 시범 적용 중으로 운영상의 문제점과 소비자 반응 등을 점검하고 확대 적용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현재의 적발 위주 단속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 KTC 박규백 책임 연구원을 통해 QR코드를 활용한 정량 미달 식별 기술과 의미를 들어봤다.

◆ 현재 도로공사 충주 방향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QR코드를 활용한 정량 미달 판매 판별 주유기를 시범 운영중인데 작동 원리가 어떤지.

- 최근에 적발되는 주유량 조작 수법은 주유기의 펌웨어를 수정해 실제 나온 양보다 많게 디스플레이하는 수법이 많다.

실제 고객 차량에 주유된 것 보다 더 많은 양을 주유기 화면에 표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KTC에서 개발한 주유기에는 마이크로 SD 타입의 보안 모듈이 장착돼 있어 펌웨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안 모듈이 장착된 주유기에서 주유가 이뤄지면 주유량, 주유 일시, 금액, 단가 정보 등의 주유 정보가 보안 모듈에 기록되며 이 정보를 암호화해 소비자 영수증에 QR로 출력할 수 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QR을 스캔하면 암호화된 정보는 KTC 서버에 있는 암호 해독 키(Key)를 통해 암호를 해독한 후, 이 주유 정보를 소비자 휴대폰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물론 QR정보는 암호화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런 원리 때문에 주유기에 디스플레이 된 주유 정보와 영수증에 찍힌 QR을 스캔해 확보된 주유 정보가 서로 상이한지 여부만 확인하면 주유기 위변조를 판단할 수 있다.

◆ 보안코드로 QR코드를 활용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 암호화된 QR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셀프 주유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주유 후 소비자들이 직접 영수증을 챙기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과도 맞아 떨어진다.

소비자들은 주유기에 표기된 주유량과 영수증에 기록된 QR코드 주유 정보를 바로 확인해 정량 미달 정보를 전달받게 되니 얼마나 간단한가?

보안 모듈이 장착된 주유기는 별도의 추가 부담 없이 영수증에 QR코드를 발행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 주유기도 포스(POS) 수정을 통한 QR 발행이 가능하다.

QR코드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손쉽게 정량 미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주유소는 정량을 판매한다는 신뢰도를 전달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이다.

특히 QR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유소의 유가와 세차를 포함한 다양한 부대 사업 정보, 할인 쿠폰, 방문 스
탬프 적립도 가능해 고객 관리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계량 정보 취급·암호화 장치인 모듈을 해킹하거나 QR코드를 조작하는 등의 또다른 불법 조작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은 없는지.

- 주유기 보안모듈에는 스마트카드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 스마트카드는 신용카드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최고 레벨의 보안을 요구하는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보안 매체와 동일한 기능의 스마트카드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현재까지는 최고 수준의 보안매체인 만큼 이를 회피해 주유기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를 개발, 보급하며 석유 유통 분야와 인연을 맺고 있는 조폐공사가 주유기 개발 과정에도 참여했는데 배경은 무엇인지.

- 주유기 불법 조작 방지의 핵심은 전자봉인 기술로 보안성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서 한국조폐공사가 보안성이 가장 우수한 제품과 기술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함께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조폐공사는 화폐와 유가증권 등 국가적 보안 제품을 제조하고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국내 최고의 보안기술을 가진 기관이다.

화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바탕으로 수표, 우표, 상품권 등의 유가증권과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청소년증 등 ID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위변조 방지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얘기하신 것 처럼 조폐공사는 가짜 휘발유를 판별하는 특수용지를 개발해 전국 자동차검사소를 통해 무상 점검 서비스도 제공중이다.

◆ QR코드를 활용한 정량 미달 판매 행위 근절 기대 효과는.

- 앞서 설명한대로 QR이 발행되는 주유기는 펌웨어 조작이 불가능해 고의적인 정량미달판매 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소비자들이 QR을 스캔하며 얻은 정보를 주유기에 표기된 양과 비교하는 것 만으로도  주유소 업계의 불법 행위 시도를 억제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KTC는 QR을 활용한 ‘화물차 유가 보조금 부정 수급 방지’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 재정 누수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KTC와 도로공사 관계자들이 QR코드를 활용한 정량 미달 식별 기술이 탑재된 주유기를 운전자들에게 홍보중이다.

◆ 정부는 법정기관에 위탁해 석유 판매업소의 정량 미달 판매 여부를 감독중이다. QR코드를 활용한 주유기로 정량 미달 단속 역할도 대체할 수 있겠는지.

- 정량 미달 판별 주유기는 펌웨어의 위변조로 인한 정량행위를 근절할 수 있지만 주유기의 기계적 마모, 노후화 및 고장 등으로 인한 정량 미달 행위까지 판별 할 수는 없다.

기계적 요인에 따른 정량 오차도 발생할 수 있어 이 시스템을 주유기에 설치하는 것 만으로도 정량 미달 단속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고속도로 주유소에 시범 설치한 상태인데 반응은 어떤지. 또한 향후 보급 계획은.

- 주유량 조작으로 적발되는 곳들이 적지 않아 선량한 주유소까지 사기 업소로 의심받고 있는데 QR코드 설치만으로도 정직한 판매 업소라는 사실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는 반응이다.

QR 영수증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 인식은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도로공사에 이어 농협 계열 주유소에서도 QR영수증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며 점차 많은 주유소에서 QR을 발행하면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QR코드 설치 주유기 보급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지. 보급 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있겠는지.

- 정부에서는 액체용 계량기 기술 기준(주유기 기술기준)이 개정되는 2018년 이후 부터 제작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주유기를 대상으로 보안모듈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규로 제작되는 주유기부터 적용해 지속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주유기에 설치할 경우 노즐이 2개인 주유기 1대 기준으로 약 40만원이 소요되는데 구형 주유기까지 적용하는 것을 지원하는 계획이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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