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구동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산시비로 재활용
탄산시비‧냉난방 기능으로 종전보다 9~11% 작물 생산성 향상
EHP보다 사회적 비용 적게 들어…관련업계, ‘EHP보다 보조금 높아야’

▲ LPG-GHP가 설치된 파주의 한 농가의 모습.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지난 2014년부터 미래부의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이 추진된 GHP는 지난 10월,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한국기계연구원과 LG전자가 공동으로 LP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히트펌프(이하 GHP)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시연회도 열려 농업계는 물론 LPG업계 등 연관업계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GHP는 가스엔진으로 압축기를 구동하고, 히트펌프의 순환을 활용해 냉‧난방을 구동하는 시스템으로, 시설원예 분야에 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GHP는 LPG라는 저렴한 연료를 사용하는데다 다양한 기능과 뛰어난 환경정화 장비도 설치돼 경제성, 기능성, 환경성을 모두 만족하는 ‘만능 농업일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다만 농민들이 감당하기에 상당히 높은 초기설치비용은 GHP의 유일한 옥의티로 남고 있다.

환경개선과 작물수확량 증대를 위해 GHP를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는 정부입장에서는 높은 초기설치비용 문제는 반드시 선결해야할 숙제인 것이다.

◆ GHP, 농작물 수확량 개선에 큰 효과…핵심은 온도조절기능과 탄산시비

기계연구원에 따르면 GHP는 LPG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하던 등유보일러보다 연료값이 상당히 저렴한데다 효율도 30%이상 높다. 

또한 냉방기능이 탑재돼있어 온도와 습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냉방을 통해 환기횟수를 줄이고, 습도조절을 통해 증산작용을 끌어올릴 수 있어 작물의 양과 질 모두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GHP의 최대 강점은 냉난방기능 사용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산시비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대기오염을 유발시키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시비로 전환시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만들어진 탄산시비는 작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계연구원에서는 LPG GHP를 활용해 토마토,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실험에서 파프리카의 수확량은 기존에 비해 약 11%가 증가했고, 토마토의 경우에는 9% 가량 수확률이 증가했다.

또한 GHP가 이미 시장에 보급돼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파프리카, 호접란, 토마토, 망고 등 주‧야별 혹은 계절별로 온도조절이 중요한 작물을 재배할 때 GHP의 온도조절기능을 활용해 수확량 증가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GHP의 온습도 조절기능과 탄산시비가 수확량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다.

◆ GHP, 설치비용 높지만 뛰어난 경제성으로 1년 내 투자금 회수

우선 GHP가 기존에 사용하던 등유, 전기보일러에 비해 연료비 가격이 저렴한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탄산시비 비용까지 포함하면 격차가 커진다.

기계연구원에 따르면 GHP는 등유, 전기보일러와 비교했을 시 탄산시비 비용을 포함해 약 30~4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CO2 발생으로 인한 환경정화비용까지 고려한다면 GHP의 경제성은 월등히 높아지게 된다.

기계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1ha의 파프리카 온실에 GHP를 설치해 운용할 경우 기존 등유·전기보일러에 비해 탄산시비 비용을 포함해 연간 5000만원~7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농가에서 2억원 수준의 GHP를 설치할 경우 비슷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 EHP(Electric heat pump) 수준의 정부보조금만 지급된다면 약 1년 정도면 초기 시설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 GHP vs EHP, 환경성‧기능성‧경제성 모두 ‘GHP 판정승’

이처럼 경제성과 기능성으로 무장한 GHP는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EHP와의 비교도 이뤄지고 있다.

EHP는 가스연료 대신 전기를 활용해 모터를 구동, 온실내 냉난방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전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CO2가 발생하지 않아 탄산시비는 만들 수 없다.

언뜻보면 EHP는 CO2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GHP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기는 2차 생산물이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하면 환경성은 오히려 GHP에 비해 떨어진다.

GHP가 EHP에 보다 우월한 점은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EHP는 주변온도에 따라 냉난방효율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변온도가 0도 이하일 경우 그 효율성은 현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GHP의 경우에는 난방능력이 외부 기온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동절기 피크 시간대에도 안정적인 난방이 가능하다,

또한 GHP는 초기 난방속도가 EHP 보다 빠르고, 제상 공정도 불필요하며 열풍온도도 높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GHP의 ‘판정승’이다. 에너지비용에서 탄산시비까지 생산이 가능한 GHP는 탄산시비 생산이 불가능한 EHP와 비교했을 때 연간 6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기계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 기계연구원 이상민 연구원이 LPG-GHP의 작동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뛰어난 기능 적용된 GHP, EHP보다 정부보조금 높아야 하는 이유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GHP에 얼마나 많은 초기설비 보조금이 지급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EHP의 경우에는 ‘농업에너지이용효율화 사업’ 대상 중 공기열냉난방시설에 해당돼 국고20%(융자30%), 지방비 30%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융자를 포함할 경우 자부담 비율은 초기설치비의 20% 정도다.

GHP를 개발한 기계연구원을 비롯해 관련업종에서는 정부의 초기설치비 보조금이 EHP보다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HP는 환경정화, 전력수급안정화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EHP보다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GHP는 LPG 엔진구동 후 자체 정화작업을 거치므로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등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는 EHP에 비해 환경정화비용이 적게 든다.

여기에 2차적인 부산물로 탄산시비도 만들 수 있어 작물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농민들의 경제여건 향상에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냉방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에는 전력수급안정이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GHP는 EHP와는 달리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원예용 LPG GHP는 농가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선진 시스템을 통해 수확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획기적 기술”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실증사업 농가 만족도도 높은 만큼 국가 지원을 통해 적극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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