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입찰 이유로 차량 번호*차종 등 노출, 단속 무력화
비노출 차량 최소 10여일*최대 4개월간 노출 번호로 단속
2017년 내역서 조회만 460 여 클릭, 일반 검사차량도 노출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 주기적 차량 번호 변경 불구 보험사 등 손쉽게 차적 조회 가능 -

가짜석유와 정량 미달 판매 등을 단속하는 유일한 법정 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 업무용 차량 번호가 모두 노출됐다.

차량 번호 이외에도 차종과 연식, 차대번호 등이 담긴 자료가 피검사업체인 석유 유통 사업자 사이에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가짜석유 제조, 유통업자들에게 노출됐다면 석유관리원의 단속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노출된 정보 중에는 가짜석유 암행감찰 등에 활용되는 비노출검사차량 정보도 포함됐는데 자료 유출 창구가 석유관리원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 지는 최근 한 주유소 사업자로부터 ‘석유관리원 차량내역서’라는 제목의 문서를 제보받았는데 업무용 차량 종류와 연식, 검사장비 탑재 현황 등이 담겨져 있다.

특히 차량 번호도 기재되어 있었는데 이를 테면 ‘(가짜석유 또는 정량 미달 등을 점검하는)검사장비 장착 2011년식 YF쏘나타2.0의 현 차량 번호는 28더XXXX, 직전 번호는 40러YYYY'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는 불시 단속에 대비해 이중 저장탱크와 배관을 설치하고 가짜석유 등을 판매하는 지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암행검사를 수행하는 비노출검사차량 관련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노출검사차량’은 주유소 등 석유판매사업자들이 불법 행위 단속 차량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없도록 가짜석유 식별기나 정량 미달 판정 장치 등을 탑재하고 일반 소비자 차량으로 위장해 주유 현장에 투입돼 즉각적으로 불법 행위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정량 검사 용도로 15대, 가짜석유 등 품질 검사 관련 차량이 13대 등 총 28대가 운행중이다,

또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대의 비노출검사 차량 도입에 사용한 예산만 11억2586만원에 달한다.
비노출검사에 필요한 장비 등을 장착하면서 차량 한 대 평균 가격이 1억원 가까이 되는 셈인데 정작 차량 정보가 노출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 석유관리원이 운영하는 비노출검사차량은 일반 차량 트렁크에 가짜석유나 정량 미달을 식별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비검사업체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암행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사진은 비노출검사차량 트렁크에 설치된 가짜석유 식별 장치.

◇ 최소 13일, 최대 수개월 동안 비노출검사차량 번호 노출된 체 운행

석유관리원이 지난해 12월 13일 작성한 ‘한국석유관리원 차량 내역서’에 따르면 본사를 비롯한 전국 본부에서 운행중인 124대 모든 업무용 차량 정보가 담겨져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28대의 비노출검사차량의 차종과 차량 번호도 표시되어 있다.

▲ 석유관리원이 노출시킨 차량 내역서에 따르면 회사 사업자번호와 차종, 차량 번호, 연식 및 주요 장비 탑재 현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차량 번호는 노출되지 않도록 본 지에서 편집함)

석유관리원이 업무용 차량에 대한 보험 입찰 용도로 작성한 자료인데 2013년부터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고 차량 대폐차 등 변동 내역을 포함해 변경 내용이 매년 업데이트중이다.

문제는 석유관리원이 운영중인 비노출검사차량은 물론 가짜석유와 정량미달 현장 단속 등에 동원되는 일반 검사 차량 정보가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노출검사차량은 암행검사에 동원되는 만큼 차량 정보 보안이 생명인데 석유관리원은 심지어 차대 번호까지 공개된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차량 내역서를 조회한 클릭수만 460 여건에 달하고 2015년 이전 내역서는 1000건이 넘게 조회됐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노출된 상태다.

▲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 수년째 업데이트되면서 노출중인 업무용 차량 현황 자료. 올해 차량 현황 자료는 최근 까지의 검색만 460 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관리원은 비노출검사차량의 번호 노출 등을 우려해 분기 1회 이상 또는 필요시 수시로 차량 번호를 변경하고 있다고 해명했는데 차량 정보 노출 이후에도 수개월 여 동안 공개된 번호로 운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본 지에 제보된 자료를 근거로 국회 권칠승 의원실과 공동으로 석유관리원에 확인 작업을 거친 결과 대부분의 비노출검사차량들은 차량 정보가 외부에 공개된 이후에도 수 주 동안 차량 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단속 현장 등에 투입됐다.

또한 정량 단속 4대와 품질 검사 2대 등 비노출 검사 차량 6대는 올해 3월말에서야 차량 번호를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석유 유통 등으로 한 해 1조원이 넘는 세금이 탈루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겠다며 석유관리원이 개발한 비노출검사차량의 차종과 번호 등을 공공연히 노출시킨 체 국내 유일한 석유 품질 단속 법정 기관 역할을 수행해왔던 셈이다.

현재 소비자가 부담하는 기름값에는 리터당 0.469원의 석유품질검사수수료가 부과되며 이 재원은 석유관리원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 보험 통한 차량 번호 변경 여부 조회 손쉬워

차량 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한다는 석유관리원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출된 차량 자료를 근거로 비노출검사차량의 변경된 차량 번호 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석유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보험업계를 통한 정보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험사는 물론이고 보험 모집 대리점에서도 사업자번호만으로 해당 기업이 보유한 차량의 현재 번호를 포함한 각종 정보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유관리원이 공개한 2017년 버전 차량 내역서에 따르면 피보험자란에 사업자번호도 공개되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불법 열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보험 조회인에 대한 코드번호나 기록은 남지만 석유관리원이 공개한 차량내역서 자료를 근거로 비노출검사차량의 변경된 차량 번호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은 열려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번호 열람은 소규모 보험대리점에서도 가능한데 불법적인 의도로 검색하겠다면 퇴사한 보험모집인의 ID 등으로 검색해 유출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단속차량 정보 노출 불구, 경영평가 A 등급

정품 석유나 정량 미달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소를 현장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는 일반 단속 차량의 번호 노출도 심각한 상태다.

이중 탱크나 밸브 등을 설치하고 석유관리원 단속시 버튼 등을 사용해 정품 석유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정량을 속이거나 가짜석유를 공급하는 지능사범에게 일반 차량 정보가 노출되면 단속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짜석유 제조, 유통 사범들은 비노출차량은 물론 석유관리원의 일반 단속 차량 정보를 확보하고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광주광역시에서는 가짜석유 제조, 유통 사범들이 석유관리원이 운행하는 검사 차량 4대의 정보를 확인하고 위치탐지기를 장착해 동선을 파악하며 단속에 대비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후 석유관리원은 단속 차량에 위치탐지기가 설치됐는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석유관리원 스스로가 단속을 포함한 모든 업무용 차량 현황이 기재된 정보를 노출시켜 단속을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련 정보를 본지에 제보한 주유소 사업자는 “석유관리원 단속 차량 정보가 정상적으로 정품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짜석유 유통 등 불법 사업자들도 이미 확보하고 활용중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암행검사는 물론이고 공식적인 노출 검사도 피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를 노출시킨 석유관리원의 석유 유통질서 관리 능력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셈”이라며 공개된 차량번호의 추적이 가능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비노출단속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석유 품질 검사 및 불법 적발 실적 등을 인정받아 우수 등급인 'A'를 받았고 그 결과로 기관장은 5870만원, 이사진은 4696만원, 직원은 평균 153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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