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시장 주도 ‘저가시장’ 득세에 고전 중
바일란트그룹, 한국시장 전략 수립 고민

 ▲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냉난방 박람회(ISH)에 참가한 바일란트그룹 부스 전경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세계 가스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인 독일 바일란트그룹은 지난 2015년 2월 한국시장에 ‘재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09년 첫 진출 후 내부사정으로 철수한지 6년만이었다.

한국시장에 본격 발을 내딛은지 2년반이 흐르는 동안 고급주택 단지 및 타운하우스 형태 단지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보일러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 진입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33%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순항 중인 중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보급률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바일란트그룹코리아 남궁철 이사는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월등히 비싼 프리미엄 보일러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현재 독일 본사에서도 2018년 한국 시장공략을 신중히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남궁 이사는 고품질의 프리미엄 보일러가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건설문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보일러 제조 시장은 제대로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투자와 회수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보다는 원가 이하로 제살깎기를 하며 건설사 입맛에 맞추는 구조이다 보니 가격이 높은 제품은 외면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철 이사는 “바일란트그룹 본사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할지, 아니면 현 상황을 유지하며 당분간 시장상황을 지켜볼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프리미엄 가스보일러 시장에 6년만에 재진출한 이유는 역시 한국이 아시아 시장 중 가스기기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궁 이사는 “바일란트는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에 이미 판로를 확보해 뒀지만 아시아 시장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며 “특히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스기기시장인 한국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은 지금처럼 건설사 주도의 특판 시장이 계속되는 한 보일러를 선택하는데 있어 저렴한 가격이 1순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보일러에 대한 이미지도 효율이나 안전성, 내구성 등의 가치보다는 ‘작동만 되면 그만’ 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 성공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중국 시장의 경우 건설사가 건물만 지어 놓고, 소비자들이 직접 모든 인테리어나 필요한 기기들을 선택해 들여놓기 때문에 다양한 가격대의 보일러가 곳곳에 설치된다고 설명했다.

남궁 이사는 바일란트 프리미엄 보일러가 아직은 고전을 하고 있지만 일부 타운하우스 단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TV광고 등 공격적 영업을 하지 않아 인지도는 약하지만 용인이나 판교, 일산, 남양주 등의 타운하우스에서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바일란트가 프리미엄 보일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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