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냉방, 하절기 열병합 활성화 등 에너지 수급 기여
제습냉방기 상용화 박차, 아파트에도 지역냉방 보급
브릿지 연료로 천연가스 재부상, 가스냉방 다시 주목

▲ 하남시청에 설치돼 있는 가스냉방 시설.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가스냉방 보급률 20% 끌어올려야, 장려금 확충 필요-

 탈원전·석탄으로 환경급전 원칙이 실현될 경우 국내 전력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수해온 경제급전에서는 연료비가 싼 순서(원자력→석탄→가스)대로 발전을 가동했으나 친환경성을 고려해 이 순서를 바꾸기 위한 작업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질적으로 겪어 왔던 여름철 전력 수급난 해결을 위해 광의의 개념에서 분산형 전원으로 분류되는 가스냉방이나 지역냉방 등의 역할도 다시 커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 지역냉방, 하절기 전력피크부하 감소 기여

지역냉방은 열병합발전소, 자원회수시설 등 대규모 열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온수를 일정구역에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전기대체 냉방방식을 말한다.

하절기 열병합발전소 및 소각열 등 가용할 여열(폐열)을 활용해 흡수식냉동기 및 제습냉방기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냉방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지역난방공사는 분당, 고양, 강남 등 지역난방 공급지역을 중심으로 649개소 건물에 37만1000usRT(용량)을 공급 중이다.

지역냉방은 전기대체 냉방방식으로 하절기 전력피크부하 감소,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 등 국가․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한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7월 온수냉방용 요금 14.5% 인하를 단행하며 향후 지역냉방 경쟁력을 확보, 선호도 증가 및 잠재적인 수요 창출이 예상됨에 따라 2023년경에는 약 1067개소 건물에 59만4000usRT(용량)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에너지업계에서는 하절기 전력피크부하 상승문제와 열수요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지역냉방을 꼽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지역냉방 구동에너지는 75~95℃의 난방수로서 전기냉방방식과 비교 시 전력소비량이 확연히 적은 장점이 있어 하절기 국가 전력피크부하 절감에 효과적이다.

또한 지역냉방 확대보급은 사업자 측면에서 난방수 사용량 증가로 인한 하절기 매출증대와 더불어 열병합 발전소 이용률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전력피크부하 완화와 하절기 열병합발전 활성화 등 국가에너지 수급측면에서 지역냉방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지역냉방 시스템(자료=한국지역난방공사)

◆ 제습냉방, 기존 열 배관 그대로 사용 가능

건물 및 공동주택에 공급하는 지역냉방은 온수를 이용한 흡수식냉동기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흡수식냉동기는 낮은 압력에서 물을 뿌려주면 쉽게 증발해 주위의 열을 빼앗아 온도가 떨어지는 원리로 95℃의 지역난방수를 활용해 8℃의 냉수를 생산한다.

일반적인 흡수식냉동기 내부는 크게 흡수기, 재생기, 응축기, 증발기 등 4가지로 구성된다.

기존의 흡수식냉동기는 95℃의 난방수가 공급돼 80℃로 회수되는 시스템으로 열 이용온도가 15℃에 불과해 하절기에 지역난방 회수온도 상승을 초래하고 열 손실량 증가와 더불어 발전효율 저하를 야기시켜 집단에너지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난방공사는 2006년에 열 이용률을 기존 흡수식냉동기(1단 흡수식냉동기) 대비 2.3배 향상시킨 2단흡수식냉동기를 개발했는데 열 이용률 극대화를 위해 재생기 2개를 추가로 설치한 시스템으로 지역난방 회수온도를 55℃까지 떨어뜨려 열병합 발전효율 저하 방지와 더불어 열 이용률 증대로 인해 지역냉방 추가 수요 개발을 용이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흡수식냉동기는 하절기 열병합 배열 및 소각열을 통해 생산된 지역난방수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큰 기기설치 면적 및 냉각탑 설치 필요성 등 여러 기술적 어려움으로 공동주택에 보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기존의 세대 난방용 열 배관을 그대로 사용 가능하고, 각 세대에 설치가 가능한 ‘제습냉방시스템’을 들 수 있다. 제습냉방은 타 냉방대비 제습능력이 탁월해 여름철 고온다습한 국내기후에 적합하다.

공동주택 제습냉방시스템은 탁월한 제습기능과 실내공기 탈취, 항균기능과 더불어 새집증후군 등을 유발하는 VOC 물질의 제거가 가능한 친환경 시스템으로 향후 상용제품 개발 시 지역냉방 확대보급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습냉방기 본격 상용화 착수

지역난방공사는 기존처럼 업무용 건물 외에도 아파트에도 제습냉방기를 활용, 지역난방과 지역냉방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장유삼문지역 주택조합과 국내 최초로 지역난방공급 아파트에 지역냉방을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주택조합이 채택한 지역냉방방식은 70°C의 지역난방온수를 이용해 ‘제습냉방기’를 가동, 고온다습한 공기를 건조시킨 뒤 물의 증발 잠열로 냉각하는 원리를 쓴다.

시스템에어컨에 비해 전력을 40%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제습냉방기는 냉방과 동시에 환기를 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라돈, 미세먼지 등 실내 오염물질의 배출, 제습, 향균, 탈취 기능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장유삼문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837세대의 대규모 단지로는 국내 최초로 지역난방과 냉방을 동시에 공급받아, 안전하고 쾌적한 친환경 명품아파트로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난 관계자는 “지역난방과 지역냉방 동시 공급이라는 신사업모델 제시를 통해 침체된 집단에너지사업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 등 첨단 오염방지 설비를 갖춘 시설에서 생산된 열을 대도시 등 인구밀집지역에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가에너지절약과 친환경성이 입증된 기술로 2015년말 기준 전국 249만여 세대가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 가스냉방 장치.

◆ 전력난 구원투수 원조는 ‘천연가스냉방’

국내 전력 수급난 해결을 위해 일찌감치 구원투수로 톡톡한 역할을 해왔던 것은 역시 가스냉방이다.

가스냉방은 작동 방식에 따라 가스를 열원으로 하되 냉매를 ‘증발→흡수→재생’하는 방식으로 구동하는 흡수식과 가스엔진(Gas-Engine)으로 구동하는 엔진구동식(GHP)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중 흡수식은 역사·병원 등 중앙냉방 대형건물에 주로 적용하고 GHP 방식은 학교, 상업용 중소형 건물 등 주로 개별냉방 건물에 적용하는데 냉방과 난방이 모두 가능해 하절기는 물론 동절기 전력 수요 분산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스냉방은 전기 대신 도시가스를 이용해 냉방을 가동하는 것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냉방전력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 국가에너지 수급 차원에서 가스냉방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효율성이라할 수 있다.

2차 에너지인 전기의 효율은 35~40%지만 1차 에너지인 가스의 효율은 80%를 넘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가스배관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전력난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공급이 가능하다.

아울러 전기는 냉매로 프레온가스를 사용해 환경 파괴 요인이 있지만 흡수식 가스냉방은 물을 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전기냉방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RT당 0.506kg, 흡수식 가스냉방은 0.417kg이다.

가스냉방의 이 같은 장점은 지난 2011년 블랙아웃 위기 이후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설치보조금 지급, 공공기관 설치 의무화, 대형건물 설치유도 등의 지원책을 확대하면서 보급에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전기냉방에 비해 설치비와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고,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어느정도 상쇄됐던 것이다.

가스냉방 보급 설치로 인한 경제적 편익은 얼마나 될까.

한국가스공사가 가스냉방 보급확대를 통한 전력 대체효과에 대한 신뢰성 있는 분석을 위해 서강대학교에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가스냉방 설치 시 0.76kW/RT의 전력을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가스냉방 보급으로 인한 전력피크 억제 효과가 약 280만kW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50만kW 복합화력발전소 5~6기 건설비용을 절감하는 수치이다.

특히 2007~2011년 가스냉방의 전력피크억제 효과는 238~281만 kW로서 이는 50만 kW 복합화력 5~6기의 발전소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냉방부하의 14~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에너지전환 시대, 가스냉방 다시 주목받을까

하지만 지난 2014~2015년을 기점으로 전력수요가 안정화 되며 가스냉방에 대한 중앙정부나 국회의 관심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가스냉방 장려금은 턱없이 부족해 매년 60~70억원 가량의 추경예산이 편성, 집행돼 왔지만 올해에는 본예산 70억원 외에 더 이상의 추가접수는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마다 본 예산의 두배에 달하는 추가접수 예산이 집행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장려금은 사실상 반토막난 셈이다.

다만 아직 에너지 및 천연가스정책 총괄하는 전체적인 로드맵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한다.

특히 탈 원전‧석탄이 본격화될 경우 여름철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정부가 가스냉방에 다시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더욱이 새 정부가 ‘착공 전’이나 ‘공정률 10% 미만’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회피에 효과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냉방은 이미 전국이 하나로 연결된 도시가스 배관망과 신뢰성을 갖춘 냉방기들이 시중에 출시되는 상황으로 발전소 건설이 필요가 없다”며 “하절기 천연가스 수요 증대는 물론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요에 비해 부족한 예산이 편성되다 보니 건물주가 장려금을 지연 지급받아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활한 보급을 위해선 장려금 예산이 매년 130억원 이상 편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처럼 유사시를 대비해 가스냉방 보급률을 20%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가스냉방이 10%에 불과한 반면 한국과 기후와 온도가 비슷하고, 전력수급상황도 유사한 일본은 총 냉방부하 중 가스냉방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원전가동 중지 이후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모든 원전이 올스톱 됐을때도 수요관리가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가스냉방이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가스냉방 보급률을 20%대로 올려야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와세다대 타카구치 요우진 교수 연구에 따르면 GHP(가스엔진 구동식 히트펌프) 도입건물의 전력소비량은 EHP(전기 구동식 히트펌프)보다 연간 25.7%, 8월에는 33.4% 적다.

한편 서강대 정시영 교수에 따르면 가스냉방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전체 냉방부하의 238만~281만kW 정도의 전력피크 억제효과를 보였다. 이는 국가적으로 50만kW 발전소 최대 6기의 건설을 억제하는 효과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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