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B 장기화, 감산·수출량 제한으로 깨려는 산유국
美 셰일오일 업계도 수익성 개선으로 개발 투자 축소로 선회
현 유가 보다 조금만 높아도 셰일 채산성 확보, 상승 억제력 충분

▲ 미국 셰일오일 개발이 확대되면서 OPEC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정유사인 GS칼텍스가 지난해 말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 원유를 수입, 하역하는 장면이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불과 수년전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40~50달러를 유지하는 현상을 에너지 전문가들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중동 산유국 중심의 OPEC이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국제유가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초고유가 시대로 이끌었던 현상은 이제 ‘올드 노멀(Old Normal)’이 됐다는 의미다.

유가 결정 과정에서 OPEC의 영향력이 줄어 들고 현재의 안정적 저유가 기조가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뉴 노멀을 이끄는 중심에는 미국 중심의 셰일오일 생산 기술 진화와 개발 확대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최근의 외신과 유가 관련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유가 상승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OPEC 9월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상업적 원유재고 하락 현상이 뚜렷하다.

OECD 국가의 7월 상업적 원유재고는 1억8700만 배럴로 올해 초의 3억4000만 배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최근 5개년 평균 재고량인 1억9500만 배럴 보다도 낮아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OPEC 모하메드 바킨도(Mohammed Barkindo) 사무총장은 ‘육상 및 해상의 상업적 원유재고 감소는 수급 균형(rebalancing)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향후 유가 상승을 예견한 OECD 국가들이 상업적 원유 재고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시장은 수익을 쫒아 움직이기 마련이니 유가 하락이 예측되면 원유 재고 수준은 낮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 생산량 감축 더해 수출량까지 줄이자고 제안중인 사우디

유가 부양을 위한 감산에 뜻을 모으고 있는 OPEC 그리고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이 합의 기간을 또다시 연장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인이다.

OPEC 등 주요 석유 수출국들의 감산 합의 기간은 내년 3월 31인데 벌써부터 기한 추가 연장을 논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사우디가 원유 수출량 감축을 제안하려는 움직임은 유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 감축에 합의하고 실행중이지만 실제 수출 물량은 그만큼 줄어 들지 않아 유가를 끌어 올리는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감산 합의로 원유 생산량은 지난 해 10월을 기점으로 그 전에 비해 하루 120만 배럴이 줄어 들었는데 원유 수출 물량은 21만 배럴 정도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감산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풀리는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으니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40~50불 선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감산에 더해 수출 물량까지 감축하자는 사우디의 제안에 카르텔 동참 국가들이 얼마나 지지할지는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의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유가를 반등시켜야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원유 수출량 감축을 꾸준히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은 향후 국제유가 등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 유가 상승 길목 차단하던 셰일오일도 경제성 중심으로 전환

‘유가 안정화’라는 뉴 노멀의 동력이 되고 있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 업계의 경영 기조 변화 움직임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셰일오일 개발 투자자들이 셰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수익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석유정보망 분석에 따르면 그간 미국 주요 석유회사들과 투자자들은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숏 사이클(short cycle)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량 증대를 추구해 왔다.

투자 규모와 탐사 리스크, 투자 회수 기간 등에서 전통 석유 개발 보다 유리한 셰일오일의 생산을 극대화시켜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는데 집중했던 것인데 최근 들어 주요 석유회사들이 셰일에 대한 투자 감축은 물론 일부는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고 있다.

미국내 대표적인 셰일오일 생산 지역인 페르미안(Permian) 분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애너다코 페트롤륨(Anadarko Petroleum)과 마라톤(Marathon)사 등은 하반기 CAPEX(Capital expenditures, 자본적 지출) 예산을 4~10% 삭감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자본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주 자원개발 기업인 BHP 빌리턴(BHP Billiton)은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며 미국 셰일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셰일오일 생산업체 사이에서 이제는 생산량 확대 보다는 수익성 추구와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뉴 노멀, 흔들리면서 유지될 가능성 높다

OPEC이라는 석유수출국 카르텔에 의해 오랜 기간 지배당해온 원유 시장에서 배럴당 40~50불대의 저유가가 지속되는 ‘뉴 노멀’은 흔들림없이 유지될 것인가?

산유국 카르텔의 자존심까지 걸린 1년 가까운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40불대 후반에서 50불대 초반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며 반등 모멘템 기회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OPEC은 감산 기한 연장을 논의중이고 사우디는 생산량에 더해 수출량까지 통제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유가 부양을 모색중이다.

산유국 카르텔 기세를 꺾으며 유가 안정화를 이끌어왔던 미국 셰일오일 업계도 이제는 ‘원유 시장 주도’라는 명분 보다 ‘수익성 극대화’라는 실리를 찾겠다며 노선을 변경중이다.

그러니 유가 상승을 꾀하려는 시도는 최소한 지금 보다 거세질 것이고 뉴 노멀이 흔들릴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OPEC의 유가 부양 노력을 방어해 온 미국 셰일업계들이 희망하는 유가가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전반적인 기조는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 경제성 측면에서 한계도 분명하다’는 것이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불 이하에서 형성되면 손실을 보며 시추할 의향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배럴당 50달러대 초중반만 꾸준히 유지돼도 미국 셰일업계 입장에서는 광구 뚜껑을 닫을 이유가 없게 되니 OPEC 감산과 수출량 감축에 대응해 유가 안정화를 이끌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여전히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뉴 노멀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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