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등유 개소세 철폐 ‘불가’방침…‘가짜경유 전용 우려’
등유업계, ‘기재부가 세수감소 우려해 개소세 철폐 반대’비판
등유·LNG 상대가격 불공정, 역진성 심화돼…등유가격 낮춰야

▲ 한 등유판매사업자가 기름통에 기름을 채우고 있다(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해가 바뀐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지만 벌써 가을이 찾아왔다. ‘풍요로움’과 ‘온건한 날씨’의 상징인 가을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곧 다가올 겨울을 벌서부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에너지 소외계층’사람들의 이야기다.

에너지 소외계층 사람들은 LNG배관을 설치하기엔 수익성이 없거나 지형적인 영향으로 배관이 접근할 수 없는, 매우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대개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렵거나 노약자, 장애인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사는 사회적 보호계층이다.

LNG배관이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난방연료로 등유를 쓴다.

하지만 비싼 등유가격에 쉽게 난방을 틀지 못하고 작은 전기장판과 솜이불 하나로 춥디 추운 겨울을 지낸다는 것이 관련업계 종사자의 목격담이다.

물론 에너지바우처 등 에너지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제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에너지 소외계층의 대부분이 독거노인, 장애인인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등유에 매겨지는 개별소비세를 철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층민들이 주로 쓰는 연료에 개별소비세를 매긴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 ‘개별소비세=사치세’…TV·골프용품·요트 등은 이미 철폐

개별소비세는 고소득층의 낭비와 사치생활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금이다.

과거에는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2008년 들어 개별소비세로 명칭이 변경됐다.

과세 대상은 귀금속 등 사치성 품목들이 해당된다.

등유는 LNG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상류층에서나 쓰던 고급연료였다.

당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연탄과는 달리 등유는 자주 연료를 교체해줄 필요도 없었고,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인명피해 가능성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등유를 사치성 품목으로 지정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의성과 경제성으로 무장한 LNG가 1980년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인프라가 확충돼 본격적으로 수급을 시작하면서 등유는 점차 배관망이 닿지 않는 낙후된 지역으로 주 소비지역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과거 상류층에서 쓰던 고급연료였던 등유가 LNG의 등장으로 인해 소외계층이 쓰는 ‘서민연료’가 된 셈.

LNG수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게 1980년이었으니, 등유가 서민연료로 자리잡은지 약 37년 이상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치성 품목’으로 남아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아직도 저소득층에서는 꿈도 못 꾸는 골프용품이 이제는 대중화 됐다는 이유로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비교된다.

◆ 세수감소 때문? 하층민 복지대책 외면하는 정부

▲ 석유일반판매소협회 로고.

여전히 ‘사치성 물품’이미지가 남아있는 골프용품에는 관대한 정부가 서민들이 사용하는 ‘생필품’인 등유에만 유독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회장 임총재)는 등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로 인해 저소득층의 난방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등유에 붙은 개별소비세를 폐지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수용곤란’이었다. 당시 기재부의 답변서를 보면, 등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 시, 등유와 마찬가지로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LPG프로판, LNG와의 과세불형평을 초래하고, 동일한 면세요구가 있을 것을 우려했다.

또한 개별소비세 면제분의 상당부분이 주유소 등의 유통마진으로 흡수돼 실제 소비자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특히 개별소비세를 없애 등유의 가격을 낮출 경우, 경유와 등유 간 가격차로 인해 등유를 가짜경유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기재부가 저소득층의 복지는 외면하고 세수증대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등유의 세금이 낮아질 경우 가짜석유 제조에 악용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기재부 의견에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방지할 수 있다고 관련업계는 지적한다.

또한 연관업계의 휘발유, 경유 유류세 인하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는 등유는 경유, 휘발유와 사용목적이 다르므로 크게 문제될게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의견이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관계자는 “기재부가 내세운 개별소비세 폐지 불가 사유들은 별도의 정책을 마련해 해결이 가능하다”며 “기재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기재부의 진짜 철폐 불가사유는 세수감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의 대정부 건의 뿐 만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등유의 개소세 폐지 움직임은 있었다.

지난 2012년 11월에는 김동철 의원이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 한시적으로 등유의 개소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고, 시간이 지나 결국 다른 사안에 묻혀버렸다.

◆ 등유의 개별소비세, 왜 폐지돼야 할까?

발전한 도심지역에서는 난방연료로 주로 값싼 LNG를 사용하고, 농어촌, 달동네 등 낙후지역에서는 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등유를 사용한다.

문제는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형편이 어려운 지역인 농어촌민, 저소득층이 LNG보다 몇 배는 비싼 등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LNG와 등유의 가격격차는 두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차이에서 기인한다. 농어촌민, 저소득층이 도심지역의 주민들보다 더 많은 조세부담을 지면서 등유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역진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

연료선택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등유를 사용해야하는 저소득층에게 많은 세금을 걷어 이들보다 더 경제력에서 우위에 있는 도시지역 주민들에게 연료복지를 제공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관계자는 “당초 개별소비세 개설 목적은 세금부담의 역진성을 보완하고 사치용품에 중과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서민들이 주로 쓰는 등유나 프로판가스에 여전히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라며 비판했다.

한편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에 실패한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등유의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기위해 관련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석유일반판매소 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진 직접적으로 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없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등유에 대한 개소세를 반드시 철폐해 에너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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