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감시단 세미나서 정부의 민간시장 개입 비판…‘조력자’ 역할 주문
이덕환 교수, ‘회피목적 정책 안돼…환경문제 극복방안을 모색해야’
미세먼지문제, 국외보다 국내요인이 더 클것…다각도 해결책 제안

▲ 지난 19일 개최된 ‘신에너지정책과 석유시장의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최근 에너지업계는 ‘난세’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보전을 이유로 전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축으로 재편하면서 경유, 원자력, 석탄은 억제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시장의 개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탈석탄’, ‘탈원전’ 기치하에 발전연료를 가스연료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수송분야에서는 경유억제를 위해 세금인상을 최근까지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학계의 의견은 다르다. 지난 19일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주최로 개최된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인사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배척하고, 신재생에너지에만 ‘올인’하려는 정부정책에 대해 하나같이 쓴소리를 냈다.

또한 학계인사들은 정부의 지나친 민간시장개입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상황이라며, 민간단계에서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력자’ 역할을 정부에 주문했다.

◆ ‘LNG·LPG 등 가스연료, 정말 친환경적인지 의구심 들어’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원전 찬성론자들을 ‘원전 마피아’로 비꼬는 최근 풍조를 빗대 ‘신재생 마피아도 만만치 않다’며 꼬집으며 눈길을 끌었다. 아직 기술적으로, 인프라적으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를 단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맹신하는 최근 풍조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

이미 경제성, 수급안정성에서 몇 단계 앞서있는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신재생에너지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은 시대의 발전이 아닌 후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탈원전 정책을 내세웠던 대만의 경우는 전력수급불안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삶이 퇴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 화석연료에 비해 친환경적인 것은 인정하지만, 경제성과 수급안정 측면에서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며 “모든 에너지원은 장단점이 존재하며 단점이 있으면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야지, 무섭다고 도망가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브릿지 연료’로써 각광받고 있는 가스연료의 친환경성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최근 발전분야에서는 석탄을 임시적으로 대체할 연료로 LNG가, 수송분야에서는 석유를 대체할 연료로 LPG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수송분야에서는 ‘사용자 제한’으로 묶여있던 LPG차의 허용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 세태를 보면 가스연료의 친환경성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는 듯하다”며 “가스연료가 석유연료에 비해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더 많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급안정성 측면에서 가스에너지는 석탄에너지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발전원료로 LNG를 활용할 경우 가격편차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수송분야에서는 버스, 트럭 등 대형차에는 경유가 반드시 필요한데,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경유는 매도하고 LPG만 부각시키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에너지원들은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하고,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에만 목매는 정부정책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정부는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폭넓은 에너지 믹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제성장동력이자 일상의 일부인 화석연료·원자력, 이제는 ‘사회악’ 취급

인하대학교 신현돈 교수는 화석연료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면서,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등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정부는 급진적인 정책을 피하고 단계를 밟아가며 천천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기부터 옷, 자전거, 플라스틱 물병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화석연료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현재의 풍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에너지 역사를 보면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되기까지 수 십년이 걸렸다”며 “정부는 급진적인 정책은 지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명지대학교 조성경 교수는 한때 국내 경제발전의 핵심이었던 원전이 이제는 퇴출돼야할 ‘사회악’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원자력 발전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물론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완벽하게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효율성이 뛰어난 원자력발전을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한 최근에는 정부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건설되는 원전은 3중~4중의 안전장치가 존재해 쉽게 누출되지 않는데도 정부가 위험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신고리원전 건설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금액은 약 2조8000억에 이른다”며 “최신 원전들은 안전상 문제가 없는데도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까지 무리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세먼지 유발요인, 과연 국외영향이 더 클까?

서울대학교 황원태 조교수는 미세먼지 유발요인은 국외영향보다 국내요인이 더 크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KORUS-AQ에서 지난 5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 한달 간 초미세먼지(PM2.5) 발생요인을 분석한 결과 국내요인이 약 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외요인 중에서는 중국 34%, 북한 9%, 일본 등 기타국가 5%를 차지해 국내 잔존 초미세먼지 영향은 중국보다는 국내요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요인 중에서 수도권에서는 경유차, 전국기준으로는 공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황 조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국외영향보다는 국내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차 억제, 사업장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통합적인 솔루션을 정부가 제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황 조교수는 석탄 발전의 LNG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LNG 발전은 기존 석탄발전과는 달리 매연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일산화탄소의 배출량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황 조교수는 “정부의 탈석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뿐 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통합적인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까지 브릿지 연료로써 가스연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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