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외상 공급 329억, 부실 부동산 담보 9억 회수 불가능
양적 확대 목맨 정부는 부실 채권 발생시 면책 약속
월권적 정부 결정*방만한 석유공사 운영 책임론 불가피할 듯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자원개발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주유소 기름 판매 사업에서 외상을 제공하며 9억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주유소에 외상 여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실 채권이 발생한 것인데 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 등 무리한 해외자원개발투자 과정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자본잠식 상태에 내몰리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방만 경영의 또 다른 사례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정부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석유공사에 운영을 위탁했는데 그 과정에서 외상 채권이 발생해도 면책을 약속하는 등 권한 남용 의혹도 받고 있다.

정부 정책 사업’이란 ‘사업의 추진 동기가 석유공사 자체 판단이 아닌 정부 정책 결정으로 수행되는 사업’을 뜻한다.

◇ 가치 없는 부동산 담보로 외상 기름 제공

본지가 국회 권칠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추진한 2012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329억9300여 만원에 달하는 석유제품을 외상으로 공급했다.

석유공사 내부 기준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에 공급한 외상 석유는 주문일 이후 14일 이내에 대금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중 약 9억원 정도는 회수하지 못했다.

2013년에 50만원의 미회수 채권이 발생했고 2014년에는 8억9300만원의 외상 석유 대금을 돌려 받지 못한 것.

 

현재까지 석유공사가 제공한 여신중 회수하지 못한 채권은 총 8억9350만원으로 모두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됐는데 확인 결과 모두 회수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외상 기름을 제공할 때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했는데 (부동산이 후순위 담보로 설정된 상태에서) 매각됐거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여신 제공 금액 만큼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 채권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외상 석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담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 그 만큼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놓는데 현재는 회수 불가능한 상태”라고 확인했다.

◇ 산업부는 부실 채권 발생해도 면책 약속

당초 알뜰주유소 석유공급을 현금 거래 원칙으로 세웠던 석유공사가 외상 거래를 허용한 배경에 대해서는 일반 주유소들을 알뜰 상표로 전환시켜 양적 확장시키기 위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등 기존 거래처에서 발생한 외상채권을 정리해야 알뜰 상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유소들의 요구에 따라 석유공사가 일시적인 자금 확보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외상 거래를 허용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 사업인 알뜰주유소의 양적 확대를 위해 위해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을 외상 여신 자금으로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 가치 등이 하락하면서 9억원에 가까운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산업부의 개입 정황도 확인됐다.

▲ 알뜰주유소와 외상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미회수 채권이 발생하더라도 면책 혜택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약속하고 있다.

산업부는 2012년 3월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알뜰주유소 양적 팽창을 목적으로 ‘알뜰주유소에 제공한 외상 거래를 허용하되 그 과정에서 석유공사의 부실 채권 등이 발생할 경우 감사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면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알뜰주유소 상표를 출원하고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통해 석유 유통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며 주유소를 끌어 모아 시장 경쟁을 유도하고 기름값을 끌어 내리겠다는 전략 속에는 공기업 자금을 외상으로 지원하고 부실채권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월권적이고 방만한 의사 결정이 전제됐던 셈이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부실 채권 발생과 관련한 정부 면책 약속에 대해 석유공사측은 대수롭지 않게 해석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 부실의 영향으로) 한 해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알뜰주유소에 9억원 정도의 부실 채권이 발생한다고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평가 과정에서 추가적인 불이익이 있겠느냐”며 정부의 면책 약속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알뜰주유소에서 9억원 가까운 부실 채권이 발생한 2014년에 석유공사는 1조6111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알뜰주유소는 정부 상표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시설개선자금과 각종 세제 특례도 지원받고 있는 만큼 가짜석유 판매 같은 불법 행위나 외상 여신에 대한 관리 등이 정책적으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는 판만 벌려 놓고 방치하면서 각종 불법과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외상 채권에 대한 부실이 늘어나면서 2014년 12월 부터는 여신 제공 제도를 개선해 부동산 담보는 잡지 않고 보증보험으로 일원화시켰다고 밝혔는데 알뜰주유소 수를 늘리기 위해 자원개발 공기업 자금을 주유소 기름 외상 여신으로 전용하고 부실 채권이 발생해도 정부가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과 방만한 운영 과정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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