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지앤이칼럼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국제해사기구 즉 IMO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인 중유(벙커유)의 유황 함량 한도를 종래의 3.5%에서 0.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IMO의 이러한 규제 강화는 세계 정유산업과 조선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선박 연료 규제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석유제품 수급 구조와 가격의 변화를 야기하는 동시에 개별 정유기업들의 수익성을 현저히 개선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제된 석유제품의 절반가량을 수출하는 국내 정유산업 입장에서 머지않아 시행될 선박 연료 규제로 인한 영향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선박 연료 규제가 석유시장과 정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차적으로 이에 대한 조선산업의 대응 방식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기업들의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날 것이다.

첫째는 선박 연료를 고유황 벙커유에서 저유황 벙커유로 바꾸는 것이다.

둘째는 연료 연소 후에 발생하는 아황산가스(SO2)를 제거할 수 있는 스크러버를 선박에 장착하는 것이다.

셋째는 LNG(액화천연가스)로 연료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첫 번째의 경우는 저유황 중유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고유황 중유 수요는 감소될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석유제품 수요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며, 세 번째의 경우는 중유 수요 자체를 감소시킬 것이다.

그런데 2020년까지 아황산가스 포집 설비인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하거나 LNG로 선박 연료를 전환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대형 선박은 소형 선박과 달리 연료를 전환하는 것보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정보업체인 IHS는 연료가격 시나리오에 따라 1~4년 정도면 그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IMO의 규제가 확실히 이행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설비 장착은 2020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산하기구인 IMO의 규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 규제는 이 기구에 가입된 개별 국가들에 의해 이행되는 것이어서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LNG로의 연료 전환은 LNG 사용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새로 건조되는 선박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규제가 시행되는 2020년에는 저유황 벙커유로의 연료 전환이 규제에 대한 대응 방식의 주류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저유황 중유 수요가 증가하고 고유황 중유 수요는 감소하면서 석유제품의 수요 구조가 변화될 것이다.

현재 설치돼있거나 조만간 완공될 세계 정제설비를 충분히 가동하고 저유황인 중간유분(경유 등)을 일부 혼합해 공급하면 저유황 벙커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도화 설비 혹은 2차 설비라고 불리는 분해시설과 탈황시설 부족으로 고유황 중유의 과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도화 설비는 투자비가 많이 들고 건설 기간도 수년이 소요돼 단기간 내에 증설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수급 상황은 2020년에 고유황 중유와 저유황 중유 사이의 가격 격차를 확대시키고, 경질 석유제품과 중질 석유제품의 가격 격차를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수년 동안 일부 선박의 스크러버가 장착과 LNG로의 연료 전환이 이뤄지고 정유기업들이 분해시설과 탈황시설이 증설하면서 이들 석유제품 간 가격 격차는 다시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유황 원유를 정제해 저유황 경질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를 충분히 갖춘 정유기업들의 정제마진은 2020년경 급격히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탈황시설 비중이 낮고 저유황 원유 투입에 적합한 설비를 갖춘 정유기업들은 저유황 원유의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제한될 것이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IMO의 규제 강화에 대비해 각자의 시설 특성을 고려한 원유조달 전략과 설비운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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