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NARL 인수 등 방만 투자 불구 성실한 실패는 책임 면제
묘한 기름값 잡겠다는 알뜰, 부실 채권 발생해도 경영 책임 안묻기로

▲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2008년 3월, 취임 이후 처음 가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 보고를 주재하는 모습. 당시 회의에서 지식경제부는 ‘강력한 자원 외교와 패키지형 자원개발 확산을 동력원으로 주요 자원의 자주개발률을 향후 5년 즉 이명박 대통령 임기내에 획기적으로 제고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단군 이래 최대 국부 유출 # 자원개발 대통령 측근 비리 # 국정조사 특위 # 기름값이 묘하다 # 정부 석유유통사업 진출 # 석유공사 자원개발 배제 # 주유소 폐업 심화

이명박 정부 당시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추진된 국정과제 등 이른바 대통령 관심 사업이 초래한 결과에 대한 키워드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권 인수위 시절 제시한 국정 핵심 과제중 하나로 자원에너지 외교 강화를 포함시키며 석유공사 대형화를 통한 자원 확보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실험(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홍우형 박사 보고서중)’으로 평가되는 알뜰주유소 사업에 직접 진출하고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에 운영을 맡겼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은 캐나다 하베스트 등 불량 해외 자원 인수와 덤터기 매입으로 단군 이래 최대 국부 유출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알뜰주유소 사업은 공권력 남용, 시장 질서 왜곡 등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석유공사 대형화가 추진되면서 묻지마식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과정, 과열 경쟁 구도로 폐업이 속출하는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며 시장 경쟁 왜곡을 야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배경 등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한다. 

자원개발 전문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모든 주력 사업에서 손실을 입었다.

에너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국가 안보와 동일시될 만큼 중요한데 국가를 대신해 자원개발과 비축사업을 수행하는 석유공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석유 자원 탐사*개발과 원유 가스 판매로 수익이 발생하는 개발사업부문에서는 지난해 1조77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85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비축유 구매와 대여, 비축시설 운영 및 대여 사업이 이뤄지는 비축사업부문에서도 1189억원의 매출과 49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부 정책 사업인 알뜰주유소 분야에서는 약 3.5% 수준의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석유공사는 대부분의 주력 사업 부문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알뜰주유소 사업이 포함된 석유사업부문에서는 이익을 달성했다.

‘정부 정책 사업’은 사업 추진 동기가 석유공사 자체 판단이 아닌 정부 정책 결정으로 수행되는 사업을 뜻한다.

알뜰주유소는 석유유통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실험(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홍우형 박사 보고서중)’으로 정부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석유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본 업인 자원개발에서는 손실을 낸 석유공사가 민간 시장에 비해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석유유통분야에서는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석유공사 대형화를 기치로 내건 해외자원개발 역량 강화나 석유유통경쟁촉진의 일환으로 도입된 알뜰주유소 모두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일종의 ‘대통령 관심 또는 지시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이들 사업에 쏟은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성실한 실패’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자원개발 투자 등에 따른 사업 실패나 알뜰주유소 운영 과정에서 초래된 외상 여신 등에 따른 부실 채권 등이 발생해도 문책이나 공기업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목이다.

다음은 이명박 정부가 석유공사에게 맡긴 정책 사업과 관련해 일종의 면책 특권을 약속한 내용들이다.

# 정부는 2008년 2월 21일, 대통령 훈령으로 ‘공기업 등의 해외사업 촉진에 관한 규정(이하 해외사업 촉진 규정)’을 신규 제정했는데 눈에 띄는 대목은 자원개발사업 실패시 책임 면제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규정에는 ‘해외사업이 공기업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사유로 중단 또는 실패한 경우 (중략) 해당 사업의 중단 또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제 또는 경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규정이 제정된 시점은 이명박 정부 출범 4일전의 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이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훈령을 통해 해외자원개발 성실한 실패는 면책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 2011년 1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 바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것을 시작으로 지식경제부 등 유관 정부부처가 즉각적인 석유유통경쟁촉진정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결국 정부는 알뜰주유소 상표를 직접 등록 출원한데 이어 에특회계 재원 등을 활용해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하고 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무기를 앞세워 직접 석유유통시장에 진출했고 자원개발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에 운영을 맡겼다.

이명박 대통령 관심 사업을 위탁 수행하게 된 석유공사는 그 과정에서도 사업이 부실해질 경우 면책될 수 있는 예외적인 대우를 약속받았다.

당초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선 현금결제 원칙을 정했는데 외상 거래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는 2012년 3월 16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알뜰주유소에 제공한 외상 거래를 허용하되 그 과정에서 석유공사의 부실 채권 등이 발생할 경우 감사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면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물가 관련 장관들이 모여 자원개발 예산을 알뜰주유소 외상 거래 지원 자금으로 전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미회수 채권이 발생해도 석유공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논의를 한 것인데 역시 대통령 관심 사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알뜰주유소와 외상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미회수 채권이 발생하더라도 면책 혜택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약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과 알뜰주유소 사업의 사업 성패나 손실 등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정권의 약속을 전제로 대통령 관심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하지만 주어진 권한에 비례한 책임이 배제된 상황에서 자원개발은 방만했고 알뜰주유소는 과도한 시장 경제 왜곡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진행된 해외 자원개발 사업중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캐나다 하베스트와 그 정제 자회사 날(NARL) 인수는 묻지마식 투자, 측근 비리 등이 망라된 종합 부실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석유공사가 40억 캐나다 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NARL은 인수 이전에 이미 심각한 부실 상태에 빠져 있었고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주식을 매입하지 말라는 ‘Don't buy'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했지만 인수를 강행했고 수년만에 헐값에 재매각하며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NARL 매입금액은 1조230억원에 경영권프리미엄 금액 3190억원을 포함한 1조3420억원이었는데 2014년 8월 미국 투자은행에 주당 0.97달러에 재매각했다.

매각 당시 재고자산과 정산금액을 고려하면 석유공사가 NARL을 매각해 회수한 금액은 3500만 달러, 당시 환율을 감안한 원화로는 329억원에 그쳐 무려 1조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부실 회사를 고가에 매수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당시 석유공사 사장이던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는데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석유공사의 공격적인 해외 자산 매입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인수 자산 부실이 본격화되면서 적자를 전환됐고 2015년에는 무려 4조500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 주유소 퇴출 줄 잇는데 경쟁 촉진하겠다고 정부는 시장 개입

정부가 민간 시장에 개입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알뜰주유소 사업은 정부의 시장 개입 과정에서 양적 확대에 치중해 일반 주유소 시장 퇴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0년 12월에 최고점을 기록하며 1만3004곳에 달했던 영업주유소는 이후 꾸준히 감소하면서 올해 1월 기준 1만2013곳으로 991곳이 감소했다.

하지만 기름값이 높은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경쟁 유발 효과 보다는 과포화 상태로 이미 출혈 경쟁중인 지방 집중도가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뜰주유소 도입 초기 산업부는 대도시 기름값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서울시내 미활용 국유지 90곳에 알뜰주유소 설치 여부를 검토중이며 이중 10개 부지에 대해 최종 검토가 진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서울시내 주유소 대상 설명회를 추진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 권역 알뜰주유소 비율은 2~5%대에 불과하고 과열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지방 중소 권역의 알뜰 비율은 1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하기 위해 전체 영업주유소중 알뜰주유소 비중을 10%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 목표까지 제시하면서 자금동원력이 떨어지고 영세한 지방 위주로 확대한 결과인데 그 과정에서 당초 현금 거래 원칙이던 석유 공급을 외상 여신도 허용했고 정부는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운영 과정 부실 채권은 경영평가에서 면책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석유대리점 사업자 단체인 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과열 경쟁중인 석유유통시장에 개입한 것 부터가 잘못됐지만 특히 기름값을 낮추려면 기름값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서울 등 대도시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서야 하는데 오히려 주유소가 과밀하게 들어서 출혈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지방 중소 도시에 알뜰주유소가 몰려 기름값을 비정상적으로 떨어 뜨리는 시장 교란 현상을 유발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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