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함량 10ppm’ 국내기준 부합제품 올해부터 생산
7월 수입량 2만4000배럴로 저조…성장가능성은 커
‘수출 쿼터제’ 적용으로 중국산 휘발유는 수입증대 어려울 듯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Made in China'. 중국산 제품임을 뜻하는 이 문구는 이제는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제품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압도적인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중국산 제품들은 서서히 국산을 비롯한 다른나라 제품들을 밀어내고 시장을 잠식하더니, 결국엔 중국산 제품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활 전반에 침투해 있다.
이제는 일반제품들 뿐 만 아니라 석유분야에서도 ‘Made in China' 딱지가 붙은 제품들이 들어올 전망이다. 그 동안 국내 경유 황함량 기준(10ppm)을 만족하지 못했던 중국산 경유가 올해부터 우리나라 기준에 부합하는 경유를 생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다른 업계가 중국산의 범람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정유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환경문제 인식한 중국정부, 올해부터 경유 황함량 10ppm으로 강화
과거 중국정부는 경유 황함량 기준을 50ppm으로 설정했을 정도로 환경에 무관심한 태도였다.
하지만 중국의 환경악화로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지난 2008년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중국정부는 자국 내 환경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깨닫고, 관련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경유의 황함량 기준 강화다. 지난해에는 주요 대도시만을 대상으로 경유의 황함량 기준을 15ppm으로 시범적으로 설정했고, 올해부터는 중국전역에 걸쳐 경유의 황함량을 10ppm으로 강화했다.
즉 중국의 경유 환경기준과 국내 환경기준이 동일해지게 된 것. 이는 올해부터 중국내에서 생산된 경유가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중국산 경유, 내수시장 잠식하나… 고개든 ‘정유업계 위기론’
지난해 정유업계에서는 ‘위기론’이 비바람처럼 휩쓸었다.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산 경유가 수입되기 시작하면 ‘중국산 제품’에 밀려났던 다른 업계처럼 정유업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정유업계의 업황 평가는 ‘아직까지는 괜찮다’이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상반기에는 중국산 경유 수입이 없다가 6월 들어서 8000배럴 수입된 것이 고작이다. 그 다음달인 7월에는 2만4000배럴이 수입됐으나, 국내 경유소비량의 0.2%에 불과한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중국정부의 황함량 기준이 갑작스레 강화된 영향이 크다. 강화된 황함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유시설의 개량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도 기준을 맞추지 못한 중국내 생산기지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경유생산이 가능한 시설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자연스레 중국내 전체 경유생산량도 줄었고, 내수소비량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경유를 수입해가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처음 영향력은 미미했으나,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산 제품에 서서히 무너졌던 타 업계들의 전례가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는 조선업계가 거대한 중국자본의 힘에 무너진 사례도 있다.
석유업계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작지만, 차차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국내 정유사들이 미리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중국내 정유시설들이 개량이 완료되면 경유생산량이 급증하는데다, 휘발유, 등유와는 달리 경유사용량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경유수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비록 적은 표본이지만, 올해 경유 수입량이 6월 8000만 배럴에서 바로 그 다음달에는 2만4000배럴로 4배가량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 중국산 경유는 수입되는데, 휘발유는?
사실 현재 휘발유도 일부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국내시장에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한-중 간 휘발유 거래량이 적은 이유는 중국정부가 휘발유에 대한 ‘수출쿼터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경유차량보다 휘발유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수십억에 달하는 중국의 인구수를 감안하면, 중국내에서 생산된 휘발유는 내수공급용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휘발유 내수공급 안정화를 위해 수출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1년에 수출가능한도를 정해놓고, 그 한도를 넘어서면 수출이 제한되는 정책이다.
자국 내 석유생산업체들이 무분별하게 해외로 수출하고, 내수를 등한시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인 셈.
특히 중국은 가격결정권이 정부에게 있는 등 소매시장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독특한 구조라는 것.
국민들에게 값싼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낮은 소매가격을 책정하는 중국정부의 특성상, 중국 정유업체들은 돈이 안되는 내수보다는 돈이 되는 수출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올해의 경우 중국 정유업체들이 수출쿼터제 한도를 거의 채웠다. 정유사들이 중국산 휘발유의 하반기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다.
최근 정유업체들이 중국정부에 휘발유 수출 쿼터제 상한선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정부가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 ‘불모지’에 가까운 중국의 바이오디젤시장
내수로 유입되는 수입산 경유는 황함량 등 품질기준도 맞춰야 하지만, 바이오디젤 함량도 국내 기준에 맞아야 한다. 이는 석유관리원의 품질검사를 통해 이뤄지며, 만약 바이오디젤 함량이 미달일 시에는 내수유입이 불가능하게 된다.
바이오디젤이란 폐식용유 등을 재활용해 제작하는 ‘경유’다. 원유를 정제해서 얻는 경유와 물성상 차이는 거의 없지만, 황함량이 낮아 기존 경유와 혼합할 시 환경개선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경유와 혼합해 판매하도록 돼있는데, 현재 국내 바이오디젤의 의무함유비율은 2.5%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국의 바이오디젤 시장은 거의 ‘불모지’에 가깝다.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해외농업정보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2014년 기준 710만 배럴에 불과하며, 바이오디젤의 생산단가가 높기 때문에. 생산가 대비 낮은 이윤으로 인한 국가적 무관심으로 연간 성장률은 5%에 불과했다.
또한 중국의 연간 바이오디젤 생산기대치는 2500만 배럴이지만 가동률은 겨우 28%에 그쳤다.
중국 바이오디젤 시장이 최악의 상황까지 온 것은 정부와 국민들 모두 환경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점이 크지만, 바이오디젤의 주원료인 폐식용유 수거가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
중국내에서는 폐식용유를 식품용으로 재활용해 판매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폐식용유 수거 자체가 어렵게 된 것.
2010년에는 중국정부가 바이오디젤 시범사업을 실시하려고 했지만, 폐식용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 2개 지방에서만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정유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셰일오일 등 부존자원도 존재하는 중국은 언제 석유업계의 ‘큰손’으로 성장할지 모른다. 중국 거대자본에 저항하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국내 조선업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