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새벽을 여는 수산 시장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종종 소개되는 장면중 하나가 수산물 경매다.

알아 듣기 힘든 수신호와 구호들은 경쟁 매매와 관련한 그들만의 약속이다.

‘경매(競賣)’는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특정 상품을 놓고 거래 물량과 가격을 흥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매도할 물량이 넘쳐 나면 가격은 떨어질테니 경쟁 매매는 그렇게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 기준을 제공하게 된다.

경매 방식을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 놓은 것이 전자상거래 쯤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석유 유통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석유전자상거래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석유전자상거래의 특성으로 ‘인터넷기반으로 정유사와 주유소 등이 쉽게 석유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개 경쟁시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석유제품에도 경쟁원리가 작동되어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가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부도 한국거래소가 내세우는 석유전자상거래의 공공적 성격을 인정해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 물량중 절반 정도는 협의매매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협의 매매’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장외에서 거래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매매 방식으로 경매 또는 경쟁매매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표현 그래도 거래 당사자끼리 협의해서 가격 등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오프라인 거래 방식인데 한국거래소는 석유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고 전체 거래 물량중에서도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장외에서 거래 조건을 결정한 협의매매 당사자들이 굳이 석유전자상거래에 해당 물량을 상장시키는 이유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과 소득세 감면 등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거래소 유통 물량중 경쟁매매와 협의매매 비중은 5:5 수준이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협의매매 비중이 거의 70% 수준에 가까웠는데 그나마 최근 들어 경쟁매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오프라인 거래인 협의매매가 상장되며 유통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석유전자상거래 체결 가격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담보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같은 정부 재정을 지원하면서까지 석유전자상거래 취지에 어긋나는 협의매매를 한국거래소 유통 물량에 포함시키는 것은 실적을 부풀리고 수익을 늘리려는 꼼수라는 오해도 받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휘발유와 경유는 국내 소비량의 약 6~7%에 달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다.

하지만 협의매매가 제외되면 3~4%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국내 석유유통시황을 설명할만한 대표성이 줄어들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경쟁매매나 협의매매를 가리지 않고 석유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거래대금의 0.04%에서 0.05%의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니 협의매매가 없어지는 만큼 수익도 줄어든다.

석유전자상거래 재정 지원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6월로 예정된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기한 연장 법안을 예고한 상태다.

관련 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중으로 2019년 12월까지 2년 6개월 연장되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수입부과금 환급이라는 방식으로 정부는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라는 특정 유통 채널만 지원해왔는데 일몰을 늘려가며 또 다시 적용 기한을 연장한다면 행정 지원의 심각한 형평성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거래소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협의매매만이라도 석유전자상거래 유통 물량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전자상거래 거래 물량과 체결 가격이 경쟁매매에 기초한 공정한 시장 기준으로 채택되고 신뢰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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