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환경부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장

<이영재 박사의 '환경 그리고 자동차'> ②

유해가스 배출량을 강제적으로 낮추는 유로(Euro) 기준이 강화되고 후처리 장치도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등 환경성능을 높이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경유차는 여전히 미세먼지 등을 유발시키는 가장 유해한 수송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이유중 하나는 경유자동차 인증 시점과 실제 운행 단계의 유해가스 배출량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Euro) 6 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은 유로 3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판매중인 경유자동차는 2000년에 생산된 경유차에 비해 매우 적은 양의 질소산화물 발생만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실 조건이라는 것이 한계다.

실제 도로 운행 과정에서는 실험실 인증 단계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되고 그나마 저감율도 4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배출가스 인증시험은 안정된 조건의 실험실에 설치된 차대 동력계에 차량을 올려 놓고 상온 조건에서 주행 속도를 올리고 내리는 단순한 가감속 형태의 시험모드로 평가받고 있다.

◇ 실제 주행 여건 반영 못한 실험실 인증

하지만 실제 도로 주행 여건은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가혹한가.

춘하추동의 기온 차이, 노면 상태나 도로의 구배 차이, 에어컨 작동이나 운전 습관 등 변화무쌍한 환경적 요인은 단순한 실험실 조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인증 제도상의 허점은 작금의 폭스바겐 스캔들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폭스바겐 스캔들을 법률적으로 요약하면 ‘일반적인 운전 및 사용조건에서 배출가스 시험모드와 다르게 배출가스 관련부품의 기능이 저하되도록 그 부품의 기능을 정지, 지연, 변조('임의설정' 이라고 함)’시키는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실제도로 주행조건에서는 실험실 인증 조건 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시키도록 한 것이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실험실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되도록 설정해 인증을 획득하고 실제 도로주행과정에서는 연비, 출력 및 내구성 저하가 동반되는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작동을 최소화시키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 9월부터 실제 도로서 다양한 운행 조건 반영, 평가

실험실 인증과 실제 도로 사이의 유해가스 배출량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는 오는 9월 1일부터 신규 인증을 받는 승용차를 포함한 3.5톤 이하의 경유자동차의 인증 조건을 강화하여 적용한다.

RDE (Real Driving Emission, 실제 도로 배출가스) 인증 제도를 유럽과 동시에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도로 주행시 발생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현행 실험실 인증 기준인 0.08 g/kg(승용차 기준)의 2.1배를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인증 기준은 2020년 1월부터 1.5배로 더욱 강화된다.

미세먼지 입자 개수 농도도 동시에 규제돼 2019년 9월부터 현행 실험실 인증기준인 6000억개/km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인증을 받은 차량은 2년 유예해 2019년 9월부터 적용된다.

RDE 시험노선은 도심, 교외, 고속도로가 각각 16km 이상 포함되는 일반 도로에서 급가속, 언덕주행, 에어컨 가동, 고온․저온 등 다양한 실제 주행 조건이 반영된다,

그 과정에서 ‘PEMS’라고 불리는 이동형 배출가스 측정 장치를 차량에 탑재시켜 배기관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게 된다.

현재보다 복잡한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제작비용은 상승해 차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유차 환경 성능에 대한 소비자와 정책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차량 가격이 아무리 낮아도 미세먼지를 내뿜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그 누구의 선택도 받을 수 없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영재 환경부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장은?>

현재 환경부 산하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전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기계공학 석사, 일본 국립 토요하시기술과학대학에서 에너지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북대와 충남대 기계공학부 겸임 교수를 지냈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환경부 오토오일위원회 위원, 지식경제부 그린카 전략포럼 전문위원, 사단법인 바이오디젤연구협의회 회장, 한국DME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는 환경부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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