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CEO, 점령사령관 아니다'

▲ 송유관공사는 수펙스 추구대상을 받은 조직의 리더에게 '자랑스런 대송인 상'을 수여하고 본사 명예의 전당에 보존하고 있다.
- 사업혁신으로 고용보장, 수익 창출 -

경영진과 노조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같은 목표로 같은 꿈을 꾸게 되면서 송유관공사는 대대적인 혁신에 착수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 핵심은 사람에 대한 혁신으로 조헌제사장은 즉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송유관공사의 구조조정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인원삭감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업무구조의 재검토를 통해 개혁한다’는 의미의 사업구조조정이 그것으로 먼저 단일형 한계사업모델에서 복합형 성장사업모델로 사업구조 혁신에 돌입했다.

석유관로수송이라는 성장 한계성을 극복하고 인력 재배치를 통한 고용보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것이 목적으로 송유관공사는 민영화 직후 본사 건물을 활용한 인력개발원 사업에 착수했고 2002년부터 ACS사업(Automobile Care System)과 식품사업 등 소위 미래 수종사업으로 불리는 다양한 가지치기를 진행중에 있다.

공기업 당시 기름수송과 파이프라인 관리 등의 고유사업영역이 전부이던 송유관공사는 현재 ▲물류사업본부 ▲인력개발원 ▲ACS사업본부 ▲식품사업본부 ▲기술사업본부 등 5개 사업본부를 더하며 사업구조혁신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인력 재배치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2000년 송유관공사는 총 389명의 정규직원중 389명 모두가 송유관사업에 몸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인력효율화와 신규사업 발굴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송유관공사는 현재 320여 명의 인원중 송유관 본업에는 210여 명 정도가 근무하고 100여 명 이상은 신규사업으로 전환됐다.

박홍서 HR(Human Resource)팀장은 “송유관사업 인력이 감소했다는 산술적인 의미로만 해석하면 조직원 개개인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기업시절의 방만했던 근무방식을 FM(Field Manual)대로 개선하고 다양한 운영효율화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송유관공사는 지사장들과 본사 팀장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업무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례적으로 모임을 갖고 업무효율개선이나 낭비요인 등을 발굴하고 있다.

가압소를 무인화하고 2인 1조를 1인 1조로 개선하는 등의 작업이 대표적인 업무효율개선의 성과들이다.

결국 송유관공사의 민영화는 꿩먹고(인력보장) 알도 먹는(신규사업 진출과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어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민영화를 반대했던 노조의 주장은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사람에 대한 혁신’과 동시에 조헌제사장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경영철학도 결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과정에서 민간 주주사가 파견한 전문경영인이나 또는 기업 인수 합병에서 새로 지휘봉을 잡은 경영진이 흔히 ‘점령군’이라는 표현되는 이유는 회사의 핵심 업무를 외부에서 영입한 측근들로 배치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헌제사장은 오히려 내부 인력들에게 과감하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철저히 중용한 것이 돋보인다.

실제로 송유관공사는 민영화 당시 총 3자리에 불과했던 임원을 2005년 7월 현재 8자리로 늘렸고 이중 4명은 내부승진을 통해 발탁했다.

또 “공기업 당시의 엄격한 TO(table of organization, 인원 편성표)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민영화 이전 40여명에 불과했던 1~2급 간부사원의 수가 현재 70여명까지 늘어났다”고 사장실 조성본 부장은 말했다.

민영화 이후 회사는 조직원들의 능력을 더 충분히 사고 있는 셈이다.

조직도 능률과 책임위주로 재구성했다.

그 첫 단추로 업무라인별 팀제조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스텝이 대부분이면서도 대팀장제도로 운영되던 본사 조직을 소팀제로 바꿔 결재단계를 줄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전환시킨 것.

그 과정에서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정책으로 과장이 팀장을 수행하는 등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기회는 열어 놓은 책임개방형 조직으로 정비시켰다.

실제로 송유관공사의 생수(生水)브랜드인 ‘워러듀’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전재송 물류영업팀장은 공사내 최초의 과장급 팀장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고 이종구 SI추진팀장이나 김영수 ACS사업1팀장도 과장직급이다.

또 전 직원 정기승호제를 폐지하는 대신 연봉제를 도입했고 부서별로도 개인별 차등 성과급제를 적용시켰다.

이에 대해 박홍서팀장은 “연공서열 위주였던 공기업시절의 인사정책대신 철저한 성과위주 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기법도 개선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하고 동기를 부여하는게 HR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영화 이후 조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도 확실해졌다.

송유관공사는 SK 고유의 경영혁신기법으로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을 뜻하는 수펙스(SUPEX, Super Exellent)추구대상을 제정해 해마다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부서를 선정하고 있다.

또 수펙스추구대상을 받은 조직의 리더를 ‘자랑스런 대송인’으로 선정하고 동판을 제작해 본사 로비의 ‘명예의 전당’에 영구 보존시키고 있는데 지난 2002년 이병찬 당시 중부지사장(현 식품사업본부장, 상무)이 첫 선정됐고 이후 이주석 경인지사장(현 ACS사업본부 총괄팀장)과 최일문 기술사업팀장(현 기술영업팀장, 이사대우)이 바통을 이어가며 한 직급씩 특별 승진하는 기회를 거머 쥐었다.

수펙스추구대상을 수상한 조직에도 총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소속원들에게 특별승진이나 연봉협상시 가산점 등을 부여하며 동기부여의 최상위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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