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얼마나 단견(短見)적인 출발이었던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4개 정부 부처가 뜻을 모았고 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4개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달려온 ‘수송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 방안 연구 결과’가 드디어 공개된데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그렇다.

연구 결과의 핵심은 미세먼지 유발 비중이 높은 경유의 가격을 크게 올리더라도 국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 기여는 최대 1.3%에 불과하다는 것에 맞춰졌다.

그 결과가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봄철 미세먼지에 모든 환경 이슈가 집중되는 과정에서 중국발 요인부터 경유차, 석탄화력 발전, 제조업 연소. 비산먼지 등 다양한 오염원을 두고 기여도나 저감 우선 순위 등에 대한 설왕설래 속에 정부 행정력은 수송에너지 미세먼지 잡기로 좁혀졌고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양산되어 왔던 것을 감안하면 그간의 과정과 노력이 아까운 것은 분명하다.

일단 봄철이 지나니 미세먼지 이슈가 사라지고 연일 오존주의보 경계가 발령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은 비단 미세먼지 뿐만이 아니고 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목격되듯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이산화탄소 등 지구온난화 물질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그런데 당장의 사회적 불만 제기에 매몰돼 정부는 단편적인 미세먼지 잡기에 몰입했고 그 해법이라고 제시한 것이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에 대한 공동 연구였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공청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가장 큰 문제 제기가 경유세금을 올려 소비자가격을 높이면 미세먼지가 잡힐 수 있느냐는 대목이다.

도로이동오염원중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절대적으로 많은데 정부에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는 화물차가 전체 화물차 경유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유가보조금 제도가 존치되는 이상 경유 세제조정을 하더라도 미세먼지 배출 기여가 높은 대형 화물차의 운행을 줄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자료인데 이같은 사실을 정부는 정말 모르고 수송에너지 세제조정에 국한된 연구를 강행했던 것일까?

화석 수송에너지에 국한하지 말고 향후 보급이 확대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그린카까지 포함된 세제개편 연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1차에너지인 유류를 투입해 생산된 2차에너지 전기의 가격이 오히려 유류 보다 낮은 현상이 미세먼지를 비롯해 더 많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높다.

똑같은 자원빈국이면서 에너지 소비 패턴이 유사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1인당 유류 소비량은 낮고 전력소비는 크게 높은 현상은 정부의 왜곡된 발전 정책과 전기 가격 결정 시스템 때문이라며 수송부문에 국한된 연료 전환 여부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발전 분야의 연료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은 뼈아프기까지 하다.

계절의 변화로 미세먼지는 당장의 국민 관심사에서 사라지고 있다.

수송에너지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어떤 식으로든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 처럼 호들갑을 떨던 정부도 당장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도 당분간은 면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언제 또 다시 미래 환경친화 자동차를 비롯해 산업과 발전용 에너지를 통합한 에너지 세제개편 논의에 나서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지난 1년 여의 시간 동안 4개 정부 부처가 4곳의 국책 연구원을 동원해 에너지 세제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을 밟았던 것을 감안하면 좀 더 다양한 에너지를 포함시켜 폭넓은 주제를 고민하고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하루살이 인생이 아니니 다시 고민하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시간과 기회가 영원히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 정책 결정과 실행에 앞서 보다 깊이 숙려하는 정부의 모습이 그래서 또다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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