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정부의 무능함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보신(保身)’이다.

보신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권위에 빌붙어 자기의 지위나 재물만을 지키려 하는 행위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대표적인 직무유기는 여야 정당간 이해다툼에서 비롯되는 파행(跛行)이다.

파행은 절뚝거리는 행보를 뜻하는데 국민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행태를 이르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19대 대선 당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약속한 LPG차 사용규제 완화가 정부의 보신과 국회 파행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 등 유관 부처와 연구기관, 에너지 이해 당사자들이 참석한 T/F를 발족하고 지난 3월 이후 매월 한 차례씩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적인 정부 입장의 범위를 좁혀 오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달에 마지막 T/F를 열어 LPG차 규제완화 여부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확정하고 국회에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환경부로부터 LPG차 규제 완화 범위를 판단할 자동차 환경 성능 평가 자료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산업부의 설명 속에 마지막 T/F 일정은 기약없이 늘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LPG차 사용제한 완화가 에너지와 자동차 업계의 민감한 이슈인 만큼 새정부에서 임명한 산업부 장관이 취임할 때 까지 최종 결정을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LPG차 사용제한 완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미세먼지는 국가재난이자 민생 현안으로 19대 대선 과정에서 LPG차량에 대한 사용 규제 완화 여부를 6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6월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정부 입장은 확정되지 못했고 국회 역시 새 정부 주요 각료들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야간 정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민생 법안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폐회됐다.

LPG차 사용제한 완화의 방향이 한두달 더 늦춰진다고 대한민국 공기가 썩어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나 국회 모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LPG차 규제완화는 LPG를 비롯한 경쟁 연료 차종들의 배출 오염도, LPG 차량이 늘어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수급 안전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 기관의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업계와 자동차 제작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수렴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초 일정에 맞춰 6월 마지막 T/F를 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해 국회에 전달하면 됐다.

미세먼지가 사상 처음으로 대선 이슈가 됐던 것을 감안할 때 국회 역시 LPG차 사용제한을 완화할 경우의 사회적 편익 등을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제공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신, 국회의 파행속에 LPG차 규제완화 민생 법안은 파묻히고 있다.

세간의 추측처럼 새 산업부 장관이 LPG차 사용제한 완화 여부를 결정하도록 마지막 일정이 늦춰지는 것이라면 국민 보건과 관련한 중요한 정책 조차 행정 시스템이 결정할 수 없는 정부의 무소신과 무능함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 보건과 위생을 그렇게 떠들고 강조하던 국회 역시 스스로의 당리 당략속에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던져버리는 극단적 이기심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살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어도 정부의 보신과 국회의 집단 이기심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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