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 취약, 점유율 상승효과 어렵다

-정제용량은 10%·계열 주유소는 1%대-
-SK 대중국진출 거점되면 내수영향력 더 줄 듯-

법정관리중인 인천정유 인수전에서 SK(주)가 우선협상권을 따내며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방향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정유 관할법원인 인천지법은 18일 SK를 비롯해 S-OIL, STX컨소시엄, 시노켐, 모건스탠리 이머징 마켓, 씨티그룹 파이낸셜 프로덕트 컨소시엄 등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6개사중 SK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SK는 약 1조5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해 1조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STX컨소시엄을 제쳤다.

SK는 조만간 기업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세실사에 돌입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본 계약을 맺고 채권단으로부터 기업정리계획안을 승인받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노켐이 약 6851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다 시티그룹등 일부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감안하면 SK의 제시금액은 이보다 무려 8천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어 인천정유 인수과정에서 최소한 채권단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정유의 부채총액이 8890억원정도로 SK가 제시한 인수대금은 채권을 전액 회수하고도 회사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총알이 남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자칫 독과점 시비를 불러 올 수 있다는 대목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실제로 SK의 인천정유 인수가 확정되면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기업결합으로 시장의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느냐가 집중적으로 조사된다.

- 수평적 결합으로 경쟁제한여부가 관건-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기업결합으로 경쟁이 제한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데 SK의 인천정유 인수는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간의 결합인 ‘수평적 기업결합’에 해당된다.

기업결합심사기준고시에 따르면 시장집중도와 ▲ 해외경쟁의 도입수준 및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진입의 가능성 ▲ 경쟁사업자간의 공동행위 가능성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 등의 평가를 통해 ‘수평적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있다.이때 경쟁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시장 획정(劃定)’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즉 정유사들의 정제시설용량을 경쟁제한의 기준으로 삼느냐 아니면 실제 유통시장 점유율이 기준이 되느냐 또 유통시장 점유율중에서도 전 석유제품을 대상으로 삼느냐 또는 경질유만 해당시키느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기업결합심시기준고시에 따르면 SK가 인천정유를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면 시장집중도 항목에 근거해 경쟁제한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인수효과로 정유시장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0%를 넘어도 마찬가지다.

만약 공정위가 시장점유율의 판단기준을 단순히 정제시설의 증가로 획정할 경우 SK의 하루 정제시설용량은 84만배럴로 인천정유의 27만5000배럴을 합해도 총 111만5000배럴의 생산용량을 기록해 국내 총 정제용량인 273만5000배럴의 40.7%에 해당되며 50%를 넘기지는 않는다.

다만 GS칼텍스와 S-OIL 등을 포함한 상위 3개사의 정제용량 규모는 207만배럴로 지금도 전체 정제 용량의 76%에 달하고 있고 인천정유까지 합하면 84%까지 치솟아 공정위가 주목하는 경쟁제한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실질적인 유통시장점유율을 감안하면 결과는 또 다르다.

하루 정제능력이 27만5000배럴에 달하는 인천정유지만 실제 내수시장점유율은 높지 않다.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체 석유제품의 시장점유율은 SK가 27.3%로 가장 높았고 GS칼텍스가 23.9%, S-OIL이 11.8%, 인천정유는 4.5%를 기록했다.

SK와 인천정유의 석유시장 점유율을 합해도 31.8%에 불과해 50%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상위 3사의 점유율 역시 67.5%로 70%를 넘지 않아 기업결합심사지침상의 기준으로는 경쟁을 저해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

결국 전체 석유유통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SK의 인천정유 인수는 경쟁을 저해할 만한 파급효과를 보이지 않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질석유인 휘발유의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결과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SK의 휘발유시장 점유율은 36.1%에 달했고 GS칼텍스는 30.8%, 현대오일뱅크가 15.2를 기록했고 인천정유는 3.7%에 불과했다.

인천정유를 제외한 상위 3사의 휘발유시장 점유율은 현재도 82.1%에 달하는 있어 인천정유 점유율까지 감안하면 시장 집중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SK와 인천정유를 합한 휘발유 시장점유율은 경쟁저해 판단기준인 50%에 크게 밑도는 39.8%에 그친다.

기업인수로 시장점유율 증가폭이 5%미만일 경우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근거를 적용하면 SK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인천정유의 유통시장점유율은 어떤 기준을 적용하든 5%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정유는 석유유통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석유유통네트워크가 크게 취약해 SK의 점유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인천정유 관계자는 “회사와 석유공급계약을 맺은 석유유통업체는 총 180여 군데로 이중 주유소는 155곳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6월말 기준 전국적으로 영업중인 1만1232개 주유소중 1.3%에 불과한 것.

이마져도 인천정유가 직접 소유한 주유소는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영업소로 언제든지 석유공급자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의 인천정유 인수가 석유유통네트워크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SK측은 인천정유는 정제시설이 중국과 가까운 인천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잇점을 활용해 수출에 주력하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온 바 있다.

SK 관계자는 “주유소와 스피드메이트 등 원스톱서비스 개념의 석유유통채널을 크게 확충하는 등 중국속에 제 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비젼을 달성하기 위해서 인천정유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해 인수 이후에도 내수시장 활용도는 높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천 인수는 중국진출 확대 포석 -

석유시장에 신규사업자의 진입 가능성이 용이한지 또 기업결합으로 경쟁자가 감소하면서 경쟁사업자들간의 공동행위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등의 영향도 중요한 판단 포인트중 하나다.

하지만 1997년 석유수입자유화로 공급시장의 경쟁이 촉발되면서 한때 석유수입사들의 시장점유율이 10%에 근접했던 점,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석유가격에 대한 외부견제가 심하고 특히 공정위가 수시로 정유사들의 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점 등이 감안되면 SK의 인천정유 인수가 굳이 경쟁제한적인 효과가 크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또 공급과잉인 정유산업의 특성상 일부 사업자가 생산량을 조절해 소비자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하루 평균 석유소비량은 206만배럴정도로 총 정제능력의 75%수준에 불과해 SK가 인천정유를 인수한 이후 생산물량 조절 등을 통해 가격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는데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설령 SK가 인천정유 생산물량 상당량을 수출용으로 전환해도 공급과잉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로 석유내수가격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최대 정유사의 수평적 기업결합이 경쟁제한 강화로 이어져 부정적인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여론이 제기되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김성하 기업결합과장은 “기업결합을 주도하는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고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0%이상일 경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심사기준상의 규정은 기업결합으로 시장의 독점화 정도를 나타내는 구조적인 변수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해 시장집중도와 더불어 가격남용, 담합가능성, 해외경쟁이나 효율성 제고효과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시장획정과정에서 경쟁제한성을 결정짓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성하과장은 “아직 SK로부터 기업결합신고도 받지 않은 상황이어 구체적으로 언급한 입장이 못된다”면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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