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올해 3월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알뜰주유소가 석유시장의 경쟁촉진과 가격인하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그 근거로 ‘알뜰주유소의 석유류 판매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리터당 31.8원 낮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자화자찬’식 평가는 정부 정책의 한쪽 측면만 과장하는 것이고 정부의 잘못된 시장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정부 실패를 외면하는 일방적인 평가다.

알뜰주유소는 민간부분이 잘 작동하고 있는 석유 유통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으로 시장경제의 원칙에 배치되며 정부가 민간주유소와의 불공정한 경쟁을 주도, 조장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주장하는 가격 인하 효과는 그 근거가 약하거나 설혹 효과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각종 지원과 도로공사, 농협 등 공공부문의 자원의 투입으로 생긴 결과일 따름이다.

주유소 시장은 1980년에 유공의 민영화 이후 민간 주유소 위주로 나름 잘 작동해 온 시장이다.

그런데 2011년 1월경, 국제 원유가는 내리는데 휘발유 값이 잘 안 내려간다는 지적이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하자 정부가 석유 유통시장에 알뜰주유소를 통해 직접 개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부 개입은 시장 형성이 아직 안 되었거나 시장실패가 있다면 명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국제 유가는 내려가는데, 휘발유 가격이 안 내려가는 것’은 시장실패는 아니며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명분이나 이유가 될 수 없다.

정부는 답합 여부 조사, 주유소 가격표시제 강화 등 친 시장적인 수단을 통해 민간 주유소간 공정한 경쟁이 되고 휘발유 가격이 인하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며, 국제가격 동향과의 일시적인 불일치나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민간 부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에도 안 맞고 부작용이 훨씬 많은 잘못된 정책 선택인 것이다.

◇ 정부가 직접 주유소 운영하는 사례, 시장경제에서 없다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에서 민간 주유소의 가격이 안 내려 간다는 이유로 정부가 알뜰주유소처럼 각종 지원을 하고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또한 전국 약 1100여 곳의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과 도로공사, 농협 등 정부 기관에 의한 주유소 직접 운영은 전국 1만2천여 일반 민간 주유소와의 관계에서 정부가 불공정거래를 조장하고 주도하는 것이다.

현재 알뜰주유소에 대해서는 시설개선비용의 90% 등 시설비 지원과 외상거래 지원, 저리 융자 및 보증한도 확대 같은 금융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석유공사의 석유 대량구매에 의한 저가 공급, 법인세와 소득세, 재산세 감면 등을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혜택이 없는 일반 민간주유소에 대해 정부가 불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조장하고 주도하는 것이며 공공 부문의 자원을 엉뚱한 곳에 잘못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서 시장경제의 경제효율성 측면이나 공정거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정위가 지난 2015년 2월에 알뜰주유소 사업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판단된다.(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주유소협회는 지난 2015년,  알뜰주유소 사업이 불공정행위에 해당된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는데 알뜰주유소 사업이 공정위 소관 법률과 관련이 없고 불공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에 나서지 않는다고 공정위는 결론 낸 바 있다.)

알뜰주유소로 인해 가격이 인하됐고 파급효과도 크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근거가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도권 모든 주유소의 가격 동향을 최근 약 4년간 분석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사업자의 가격은 전환 전에 비해 리터당 약 20원 하락했고 인근 경쟁주유소의 가격은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그 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

따라서 알뜰주유소 가격 인하 및 파급 효과는 없거나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가격 인하 효과 있더라도 공공부문 지원 결과

설혹 일부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재정, 세제, 금융 지원과 공공부문의 시장 개입에 의한 결과인 것이다.

이는 오히려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으로 인해 시장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 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정부가 나서서 ‘자랑스럽게’ 평가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정부 규제나 시장개입은 시장실패가 있고 정부 개입으로 시장실패를 효과적으로 시정할 수 있으며 정부 개입의 부작용이 크지 않아야 정당화 될 수 있는데 주유소 시장은 시장실패가 있는 분야도 아니고 정부개입에 의한 효과는 미미한 반면 정부 개입으로 인한 민간주유소와의 불공정경쟁, 정부 자원의 왜곡된 배분과 효율성 저해 등의 문제가 매우 크다.

따라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 지원 및 개입은 중지되어야 한다.

도로공사와 농협에 의한 주유소 운영은 즉시 중지하거나 민간에 이양해야 하며, 민간 알뜰주유소의 경우 신설 중지, 기존 알뜰주유소에 대한 지원의 일정 유예기간 후 단계적 축소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통과정에서의 담합 감시 강화, 인터넷 및 SNS 등을 통한 석유류 소매가격 공시제 강화, 수입 유류의 유통 확대, 주유소에서의 가격표시제 철저 시행 등 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선택 확대를 통해 석유류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칼럼 기고 :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전 공정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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