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사실 ‘안심’이라는 작명(作名)부터가 문제였다.

‘편안한 마음 또는 걱정이 없는 상황’을 이르는 ‘안심(安心)’이라는 단어를 정부는 주유소 작명에 동원했다.

정부가 상표권자인 알뜰주유소와 자가상표 주유소 등에서 정품 석유 판매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이른바 ‘안심주유소’라는 명칭은 도입됐다.

월 3회 이상의 강도높은 불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품질인증 프로그램을 통과한 업소에만 허락되는 안심주유소라는 상표를 통해 가짜석유 등 불법 석유 판매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굳이 안심주유소라는 명칭을 동원해 품질인증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은 주유소는 안심할 수 없는 것이냐는 비난을 초래한 것이 정부다.

알뜰주유소 작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알뜰주유소 상표권자는 정부다.

에너지공기업인 석유공사를 통해 석유 공동 구매를 실시하고 바잉 파워로 낮춘 기름값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컨셉이 알뜰주유소다.

‘알뜰’의 의미가 ‘헤프지 않고 실속이 있다’는 것임을 감안할 때 알뜰 상표가 아닌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헤프고 실속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특화된 이미지와 성격을 소비자들이 가장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안심이나 알뜰 상표는 매우 우수한 작명인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작명의 주체가 정부라는 점이다.

정부가 앞장서 홍보해야 할 대상은 알뜰주유소 뿐인가?

인증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은 주유소들의 품질은 안심할 수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정녕 정부가 해야 할 일일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헌법 가치가 자주 회자되고 있어 헌법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헌법 전문에는 정부의 역할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3조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엽적인 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정부의 주유소 작명을 놓고 헌법 조문까지 들먹이는 것이 논리의 비약이나 과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부가 재산권을 보호하고 균등한 향상을 보장해야 하는 수많은 일반 주유소들을 외면하고 정부가 상표권자인 특정 주유소에 ‘안심’과 ‘알뜰’ 칭호를 부여하며 편가르기 하는 일련의 과정은 간과해도 되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과포화상태로 매년 수백여곳의 주유소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과잉 경쟁 여건속에서 오히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상표를 도입하며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습은  정부가 당연히 보호해야 하는 그 누군가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균등한 향상을 저해시키는 처사로 이해될 수 있다.

‘안심주유소가 아니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냐’는 세간의 비난을 2년여 동안 무시해온 정부가 결국은 ‘품질인증주유소’로 명칭을 바꾸는 최근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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